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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트의 아리랑 선율로 러시아에 희망과 감동을

[문화기획] 유선이 교수의 유라시아 친선특급 이야기

  • 기사입력 : 2015-07-2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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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업 연주 앙코르곡으로 연주할 만큼 좋아했던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스 선율…. 그 거리, 그 추억, 러시아…. 귀국 후 얼마나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렸을까. 8년간 유학생활을 했던 그곳, 그동안 단 한 번도 기억을 더듬어보거나, 찾아가보지 못했던 러시아, 17년 만에 방문하는 이 감동은 마치 고향을 찾아가는 심정이다.

    외교부와 통일부·코레일 주관으로 광복 70주년 기념, 통일 염원 행사로 한국의 문화·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이번 사업에 11:1 경쟁률을 뚫고 유라시아 친선 특급 국민대표로 선발됐다. 그 영광을, 재능 기부와 통역에 참여하는 것으로 환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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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바롭스크역 밤 11시 출발 예정인 열차 옆에서 유선이 교수가 플루트로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다.
    국민대표로 뽑힌 원정대원은 놀라울 만큼 전문적이고 다양한 직업들을 갖고 있었다. 차문화연구원, 철도노조 국장, 방송작가, 칼럼니스트, 경찰관, 화가, 대학교수, 연주가, 소방관, 요리사, 한복디자이너, PD, 의사, 간호사, 한의사…, 그 외 국회의원, 외교부 장관, 대사, 코레일 관계자 등 250여명이 참가를 했다.

    이번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남북이 아직 분단된 상태라 비록 북한을 경유하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통일이 되면 다시 만나 유라시아 친선특급을 함께 꼭 타고 가자고 약속들을 하며, 지난 14일 오후 5시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첫 번째 방문도시인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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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바롭스크 아무르강.
    ‘동방을 지배하라’는 의미의 블라디보스토크는 1903년 완전 개통된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출발지이자 도착지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바람이 심하게 부는 블라디보스토크는 모스크바와 아주 먼 거리에 있지만 금발 머리와 파란 눈의 호텔리어에게 건내는 인사말은 나도 모르게 러시아어로 바뀌어 있었고, 17년 전 쏘냐(유학시절 학교 교수님이 지어주신 러시아 이름)로 돌아가고 있었다.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로 파견된 고종의 밀사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이상설 선생의 기념비 앞에서는 이번 원정에 함께 참가한 독립운동가의 후손들과 함께 묵념을 했다. 짧은 시간의 묵념이지만, 그들 앞에서 나는, 현대인들의 이기적인 자화상이 결국 나 자신임을 깨닫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 시간이었다.

    연해주에서 활동한 독립운동 단체들의 근간인 ‘동의회’를 설립한 최재형 선생의 자택과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높은 곳인 독수리 전망대까지 올라간 후 유라시아 친선특급 원정대를 환영하는 ‘한·러 친선 콘서트’ 공연을 보기 위해 연해주립 필하모닉 극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기획 의도에 맞게 한국 연주자의 한국민요, 가곡, 아리랑 판타지의 연주와 차이콥스키 ‘명상’과 아코디언 연주 등 러시아 연주자가 나뉘어서 연주를 했다. 장애인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완성도와 기술적인 면보다는 장애를 극복해서 피아니스트가 됐다는 그의 말처럼 통일의 염원을 안고 있는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주었다.

    극동지역의 정치, 행정 중심도시인 하바롭스크, 우리 원정대의 두 번째 방문도시이다.

    강 길이 4350km(세계 8위)의 아무르강은 한국에서 온 손님을 반기기라도 하듯 너무도 얌전하고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아무르강을 경계로 맞은편에 보이는 땅이 중국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을 뒤로한 채 한·러 친선 콘서트 한국 국악단 소리개의 공연 ‘길’을 관람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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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유라시아 친선 대원들이 출정식을 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아리랑, 재즈 피아노 선율과 전통 타악의 독특한 장단, 가야금의 신비한 선율, 한국의 굿판 등을 연주하는 동안 한국의 장단을 모르는 러시아 관객들도 흥겨움에 저절로 어깨를 들썩거렸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사물팀은 무대에서 내려와 콘서트홀 로비에서 떠날 줄 모르는 관객들을 위해 꽹과리와 장구를 연신 두드리며 장단을 맞췄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선율은 인간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낯선 악기의 신나고 경쾌한 리듬은 관객과 소통이 되어 어느덧 어색함은 사라지고 어깨와 몸이 저절로 움직여 친근함을 표현해준다.

    이렇듯 음악은 양악이나 국악, 고전이나 현대의 시대와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이어주는 든든한 다리와 울타리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오늘 공연과 러시아 관객들의 호응과 반응에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중국과 몽골을 거쳐 이르쿠츠크에서 합류하기로 한 남선팀을 만나기 위해 하바롭스크 역으로 향했다. 아리랑의 선율을 플루트의 고운 음색으로 연주하겠다는 계획을 처음 실현하는 장소이다. 밤 11시 출발 예정인 열차 옆에서 중부대학교 허강 교수의 ‘달’이라는 작품을 배경으로 ‘달 연주’를 했다.

    조명을 달 모양의 원형에 넣어서 달빛으로 표현을 하고 한국의 달이 우리 유라시아 친선특급과 함께 이동하며 주요 방문 도시마다 같은 달을 띄우는 기획 작품이다. 러시아를 여행하기 위해 열차를 이용하는 수많은 관광객들과 우리 원정대들의 기대와 관심, 언론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아리랑을 첫 곡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잔잔하게 중저음으로 연주를 하고 싶었지만 넓은 야외에서 앰프 없이 연주하는 악조건이라 음량의 한계가 있기에 한 옥타브 올린 중고음으로 선율을 또렷하게 연주하고 전달하기로 했다. 시끄럽던 현장 소음들이 아리랑 선율 하나로 집중이 되었다.

    이어서 고향을 더욱 그립게 하는 ‘고향의 봄’을 연주하자 여기저기서 선율에 따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달’을 연출한 작품 달을 배경으로 하고 고향을 그리는 우리의 노래 ‘고향의 봄’은, 곡을 모르는 외국인들조차도 서정적인 선율에 감동받기에 충분했다. 행사에 참가한 방송작가는 한국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나 눈물이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정적인 감동의 시간이 부족했던지 여기저기서 앙코르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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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선이 창신대 음악과 외래교수·두루지야플루트앙상블 감독

    ‘애니로리’를 앙코르곡으로 연주하자 허밍으로 다 같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연주는 플루트 선율로 시작을 했지만 마무리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노래와 허밍으로 마무리됐다.

    지금은 18일 토요일 오전 10시. 이르쿠츠크를 향해 달리는 열차 안. 16일 하바롭스크에서 출발한 지 이틀째 열차 안에서 지내고 있다. 어느덧 좁은 침대가 익숙해져 한국보다 더 숙면을 하는 것 같다.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 인터넷 검색을 못해서 한국 소식을 알 수 없는 것이 조금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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