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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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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공무원 퇴임 후 장애인 콜택시 운전 봉사 정운석 씨

“자신이 기쁘고 행복해야 진짜 봉사활동이죠”

  • 기사입력 : 2015-07-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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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사자로서의 삶은 사소한 것에도 겸손한 자세로 귀 기울여야 하고 물질적·정신적으로 자기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산청군 장애인 콜택시를 운전하는 정운석(63)씨는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이 정말 보람되면서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30여 년간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지난 2012년 10월 산청군 기획감사실장을 마지막으로 명예퇴임했다.

    퇴임 후에 좀 더 노후를 보람되게 보낼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2013년 9월부터 장애인 콜택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와 보람, 인생관 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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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여 년간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퇴임한 후 산청군 장애인 콜택시 운전 봉사활동을 하는 정운석씨. 정씨가 자신이 운전하는 콜택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애인 콜택시 봉사활동 계기

    수십년 동안 몸이 불편한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퇴직 후에는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제 자신에 대해 다짐을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 여건 때문에 제 기준이 흔들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던 중 장애인 콜택시 봉사활동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주민생활지원실장으로 현직에 있을 때 동료 직원들과 함께 장애인 봉사활동을 하면서 퇴직 후에 그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주위에서 실비로 받는 돈 몇 푼 때문에 콜택시 운전을 하는가 하는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제 재산과 연금으로도 남은 인생은 충분히 쓰고 남습니다. 실비는 거의 대부분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쓰고 있습니다. 몰래 라면 등 생필품을 선물하고 있지요.

    ◆현재 하고 있는 봉사활동

    장애인들은 바깥 출입이나 활동이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형편입니다.

    이러한 불편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이 장애인 콜택시인데 주로 이동에 어려운 장애인들이 콜센터로 콜택시 예약 신청을 하면 원하는 출발 예정지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해 주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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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느낀 보람

    보람이라면 제가 실천하는 나눔으로 도움을 받는 분들께서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보여줄 때입니다. 또 이 일을 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보람을 느낄 때도 많아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은 관내에 거주하는 1~2등급 장애인, 노인요양등급 1~3등급을 판정받은 65세 이상 어르신 등이에요. 이분들이 주로 가는 곳은 병원이 대부분인데 이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중증장애를 가진 어르신을 탑승시켜 드린 일이 있었어요.

    그때 휠체어에 몸을 기댄 어르신이 창밖을 바라보며 “내 평생 다시 이렇게 누구 도움 없이 바깥세상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작지만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일

    관심을 가지고 돌아보면 우리 주위에는 아직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소외받는 분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을 볼 때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무엇보다 어려울 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이 아직 많은데 그분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모두 미치지 못하는 게 가장 마음 아플 때입니다.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해온 소회

    아무런 조건 없이 순수하게 자신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이웃을 위해 나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책임감 있는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면 자신이 기쁘고 행복한 것이며 나눔은 자신의 수행을 돕고 인격을 완성시키는 자원이며 스승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퇴직하고 나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세요. 취업을 하고 싶으면 일을 하고 취미생활을 하고 싶으면 모임에 참석하면 됩니다.

    하지만 자기 입신을 위한 봉사활동은 하지 마세요. 봉사활동을 할 때는 위를 쳐다보지 말고 아래를 봐야 합니다.

    이 일을 통해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안 보이게 활동해야 합니다.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우선 자신이 즐거워야 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줘야 합니다.

    ◆취재후기

    정윤석씨는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택시에 직접 태워서 병원 등 목적지까지 모시다 드리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서 하겠다”고 말했다.

    또 “짧고도 긴 여정의 공직생활을 떠나 매일매일 사람을 만나고, 그들을 위해 운전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는 그는 이제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운전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진정성을 갖고 자신이 추구하던 삶을 살아가는 그가 세상을 향해 환하게 웃는 미소는 아름답게 느껴진다.

    “딩동~, 콜 당첨되셨습니다. 호출지는 금서면 평촌리 경로당 앞입니다”. 호출이 떨어지자 장애인 콜택시 운전대를 잡은 정씨가 오늘도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목적지로 향했다.

    글·사진= 김윤식 기자 kimy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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