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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망명정부’ 쓰나미 이후의 과제- 이종판(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연구위원)

  • 기사입력 : 2015-07-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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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4일 KBS 9시 뉴스에서 “이승만 정부의 일본망명 요청설이 사실이었다”는 보도가 나가자 공중파의 위력은 쓰나미가 이는 것 같았다. KBS 측은 지난 3일 ‘이승만 기념사업회, 일 망명정부 요청설 부인’에서 이승만 기념사업회 측의 반론을 별도 꼭지로 제작해 방송했다. KBS는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업회 측은 정부 공식기록이 아니라며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며 “KBS는 앞서 충분한 반론 기회를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또 이승만의 반일감정으로 봐서 일본에 망명정부를 요청할 분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그는 항상 6·25전쟁 중에서도 권총을 옆에다 놓고 주무셨다. 이 땅에 일본인들이 오게 되면 공산당에 겨눴던 총을 그놈들한테 먼저 겨누겠다”고 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무엇이 진실인지, 진실의 기준이 무엇인지 회의적이다. 여기서는 진위 여부를 떠나 참고사항을 도출해 보자. 먼저, 망명정부의 기록과 인용된 논문의 성격을 확인한다. 망명정부에 관한 내용은 당시 다나카 지사(1998년 3월 사망)의 생전 기억을 구술받아 야마구치현사 (縣史)로 2000년도 발간됐다. 이 현사의 내용을 방위연구소 전쟁사센터장으로 재직하는 쇼지 준이치로가 ‘조선전쟁과 일본의 대응(부제 ; 야마구치현을 사례로 하여)’이라는 논문을 2006년도에 ‘방위연구소 기요(紀要)’에 게재했다. 이 논문이 나왔던 배경이 중국의 대두,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의 불안정 등을 반영해 지방정부의 역할에 자극을 가하기 위한 것이며, 한반도 위기는 일본의 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을 지방정부에 확산하기 위한 사료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논문 연구자와 야마구치 역사담당관에게 확인된 사항이다. 쇼지씨가 인용한 야마구치현사의 기록은 ‘야마구치 현사-현대 2권’ 25페이지에 수록돼 있다. 현사에 언급된 내용은 당시 다나카 타츠오의 생전 기억에 의존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이 회고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자료(기록물)는 발견할 수 없다. 조선정보실 역시 당시 야마구치현청에 속해 있었지만, 현재는 그 기록도 현사에 약간 남아있을 뿐이라 현청에서 당시 근무자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본외무역사에 기록이 있는지를 현사 편집실에서 바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추가로 확인할 사항은 우리 정부의 문서와 일본 외무성의 기록이 필요하며, 외교부에는 역사담당이 없다면서 흔적조차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문서에서는 망명정부 요청은 아니고 이승만 대통령은 전쟁발발 직후 북한군과 싸울 목적으로 장면 대사에게 트루먼을 만나 많은 무기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하도록 했다. 장면은 워싱턴 시간으로 1950년 6월 26일 오후 3시 50분 트루먼 대통령을 만나 전차, 대포 및 항공기를 요구했다.(FRUS 1950 Vol. XⅢ p. 172.). 진위는 밝혀질 것이다. 일본의 경우, 태평양전쟁 증언도 나오고 있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우리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싶다. 임진왜란 때 선조에 비교하거나, 국민을 버리고 도망자로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 적이 코앞에 왔는데 방책은 시민과 서울사수, 안전한 곳으로 대피이다.

    국가유사시를 대비해 훈련하는 충무계획도 지휘소 이동계획이 포함되는데 옛날 용어로 천도(遷都)이고, 본토를 잃고 다른 나라에 임시정부를 세우는 것을 망명정부라 한다. 전쟁의 맥을 짚어가면서 연구하다 보면 진위는 밝혀질 것이다. 이에 관련부서는 연구팀을 만들어 진실을 밝혀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정치가 되길 기대한다.

    이종판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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