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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3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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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막내고양이 심바 (16) 심바 병원 가던 날

  • 기사입력 : 2015-07-07 13: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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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는 며칠 전 주말이었다. 아침에 심바 어무니께서 심바와 병원을 다녀오라는 특명을 내리셨다. '심바 혹시 메르스 걸리면 어쩌려고…' 안 가려고 대꾸하다가 한 대 맞을 뻔한 심바누나는 오후에 심바의 진료수첩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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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집에는 왜 들어가라는 거죠?
    진료수첩은 산부인과에서 엄마들에게 주는 '아기수첩'과 같다. 맨 첫 장에는 이름과 종, 성별 등이 적혀있고 뒤쪽에는 심바가 병원을 방문한 날짜와 진료내역과 주사 접종같은 치료 내역이 기록돼 있다. 나머지 페이지는 고양이를 키울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이 담겼다. 정말 막내 하나 더 키우는 거랑 다를 바 없다.

    넉넉하게 큰 심바 이동장(반려묘를 넣어다닐 수 있게 만든 가방)을 들고 출동. 이때까지 심바 엄마만 갔지 내가 데려가는 건 처음이다. 마침 점심을 함께 먹었던 친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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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바 나와볼래? 여기는 말이지, 그러니까…
    그 친구와 심바, 이동장을 차 뒷자석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불안한 심바는 뒷자석 위로 올라가 숨을 헐떡거리며 목말라했다. 집밖으로 잘 나오지 않으니 안절부절한가보다. 얼른 병원에 들어가 심바 이름을 대고 의사 선생님을 뵀다.

    그런데 심바 녀석이 심상치 않았다. 앙칼진 소리가 들린다 싶었더니 이윽고 하악질(고양이들이 화가 났을 때 내는 소리)을 해댄다. 어두운 이동장 안에서 나올 생각을 않아서 쓰다듬어주려 했더니 송곳니를 드러내며 손을 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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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선생님이고 뭐고 저리가요! 나 가만히 안놔두면…(으르렁)
    "심바, 누나라니까!!!" 어이없고 당황스러운 심바의 행동에 내 목소리도 높아졌다.

    "심바가 이곳에 대한 기억이 안 좋은 거예요. 여기가 병원인 걸 아는 거죠. 그걸 이해해야 해요. 다음에는 나올 때 이동장에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향을 갖고 있는 '캔닙' 같은 걸 뿌려서 나오면 안정되고 좋을 거예요." 의사선생님께서 친절히 심바의 행동에 대해 설명해주시고는, 캔닙을 꺼내 심바에게 향을 맡게 하려는데 화난 심바가 앞발로 병을 쳐버려 캔닙이 반통가량 쏟아져버렸다. ('아이고, 죄송해라.' 심바 네 덕에 누나 고개를 못 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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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히 두랬잖아! (하악)
    심바는 이동장 채로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고, 조금 뒤에 심장사상충 약을 정수리에 바르고 나왔다. "수건으로 얼굴을 좀 감싸서 발랐어요. 그래야 안정을 좀 찾거든요." 다른 곳은 이상이 없다는 말씀을 듣고선 아직도 심기가 불편한 심바를 데리고 서둘러 병원을 나왔다.

    심바어머니께 심바의 행동을 알려드렸더니 중성화 수술을 한 이후로 병원에 오면 이렇게 사나워졌다고 하셨다. 여기서 자신이 아팠다는 걸 똑똑히 기억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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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는 무서워서 그랬다니까요…지금 생각하니까 조금 부끄럽네….
    동물도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고 기억하는 생명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나쁜 성질은 다 부렸지만 그런 모습이 측은했다. 심바의 마음을 좀 더 헤아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심바, 오늘 수고했어. 집에 가서 맛있는 간식 줄게!"?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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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성하고 있는 거 보이지요? 미안해요. 안 그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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