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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광복 70년, 원폭피해 70년- 김재익(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5-07-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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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빅토리 보이즈(Victory Boys)라는 영웅적인 이름으로 불린 미국 원폭부대의 원폭투하 폭격기로 지정된 ‘B29 에놀라 게이’는 1945년 8월 6일 오전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미국은 3일 뒤인 8월 9일 나가사키에 또 한 번 원폭을 투하했다. 이는 당시 소련이 얄타협정의 비밀합의에 따라 하루 전인 8월 8일 만주로 진격하자 서둘러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한 것이다. 미국이 일본군 항복의 주도권을 확고히 장악하기 위함이었다. 두 발의 원폭 투하와 소련의 전면적 군사개입은 일본을 무력상태로 빠트리면서 결국 항복을 이끌어냈다.

    일본의 패전으로 우리나라는 36년간의 일제 지배를 벗어나 광복의 기쁨을 맛봤고 올해는 광복 70년이 되는 해이다. 또 올해는 광복의 단초가 된 원폭 피해 70년의 해이기도 하다.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인한 우리의 대표적 피해자는 위안부와 원폭 피해자이다. 위안부 문제는 한일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현안임은 분명하며, 원폭 피해자의 경우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조명되지 못한 부분이 있어 70주년을 맞아 재조명이 필요하다.

    원폭 투하 당시 히로시마 5만명, 나가사키 2만명 등 7만명의 한국인(재일조선인)이 살았다. 이 중 원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4만명이다. 이러한 통계도 우리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채 한국원폭 피해자협회의 추정일 뿐이다. 두 도시의 전체 인구가 69만명으로 한국인이 10%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사망률은 17%나 차지해 한국인들의 피해가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나라를 잃고 일본까지 흘러간 한국인 노동자와 학생들이 오롯이 일본 패망의 희생양이 됐다.

    두 도시의 생존자 중 2만3000명이 해방 후 귀국했으며 현재 원폭 피해자는 전국에 2600여명이 생존해 있다. 경남은 이 중 30%가 넘는 800여명이 있다. 한일 정부 간 협약에 의해 지난 1996년 합천에 원폭 피해자복지회관이 설립된 것도 원폭 피해자가 도내에 많은 것과 무관치 않다. 원폭 피해자들은 일본 법령에 따라 매월 원호수당을 받고 있다. 국외거주자에게는 지원이 없던 것을 한국인 피해자가 지난 2002년 일본법원에서 승소한 데 따른 것이다. ‘원폭 투하’라는 부인 못 할 증거가 있었기에 위안부 문제와 달리 빠른 해결이 가능했다고 여겨진다.

    원폭 피해 70년을 맞아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희생자와 피해자를 위한 원폭 피해자료관과 추모시설의 건립이다. 원폭 피해자들은 피폭 당시 유복자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70대 이상의 고령이다. 이들이 한 명이라도 더 생존해 있을 때 그들이 경험한 것들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산교육의 장이 필요한 것이다. 원폭 피해자료관의 건립에 정부의 절대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평화공원을 조성하고 원폭자료관을 만들어 원폭 피해를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인 4만명이 희생되고 원폭 피해 70년이 됐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렇다 할 추모시설이 아직도 없다. 국내 추모시설은 거창사건이나 제주 4·3사건 등 역사적 사건은 물론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등 사고도 희생자 추모비를 마련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원폭 피해에 대한 추모시설과 자료관을 만들어야 한다.

    광복 70년, 분단 70년의 분위기에 가려 원폭 피해 70년은 변변한 행사 하나 없는 게 안타깝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말한다. 과거를 망각한 삶은 다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원폭 피해 70년을 맞아 그들의 아픈 과거를 기억하고 교훈으로 남길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김재익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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