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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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무꼬] 제철 만난, 맛난 재첩

짭쪼름하니 시원한 맛, 바다와 맞닿은 섬진강의 맛
섬진강 명물인 하동재첩은
오동통 살 오르는 오뉴월이 가장 맛좋아요

  • 기사입력 : 2015-07-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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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사리공원 송림 그늘에 앉아 바라보는 섬진강은 말 그대로 그림입니다.

    풍성하게 부풀어 오른 파란 여름강물이 햇빛에 반짝이는 흰 모래와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냅니다.

    거기에 270년 수령의 노송 숲은 세월의 깊이만큼 깊디깊은 그늘을 만들어 음영을 드리웁니다.

    백사청송(白沙靑松). 파도치는 격정의 표현 없이도 고요하게 가슴을 진동시키는 섬진강 풍경입니다.

    강바람,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했던 조선시대의 솔숲이 물색없이 땡볕 아래 찾아온 식객의 땀을 식혀주며 쉴 자리를 내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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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첩회

    넓은 백사장과 어우러진 송림 그늘에 앉아 바라보는 섬진강은 소리마저 청량합니다.

    엷은 강물소리에 얹혀 솔숲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이 물기를 품은 채 서늘하게 지나갑니다.

    바다와 강의 모습을 다 가졌다는 섬진강.

    전북 진안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300리 굽이를 돌아 남해로 흘러갑니다.

    지리산 계곡물이 더해지며 하류로 내려올수록 더 깨끗한 물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그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는 민물조개, 재첩이 오늘 만날 주인공입니다.

    강조개, 갱조개, 가막조개 등 서식지와 색깔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지만

    ‘재첩’이란 이름이 주는 경쾌함이 작은 모양새와 가장 잘 어울립니다.

    모래 속에 사는 재첩은 기온이 오르는 봄이면 산란을 위해 모래 밖으로 나온다고 하네요.

    그때부터 섬진강 강 농사가 시작됩니다.

    5월 전후부터 시작하는 재첩잡이는 추워지기 직전인 10월까지 계속됩니다.

    바다의 썰물 때에 맞춰 수위가 낮아지는 시간에 작업을 하는데요.

    이 무렵 하동포구에서는 무릎 깊이 강 가운데서

    거랭이와 고무대야로 재첩잡이에 나선 강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물이 깊은 곳에서는 어선을 띄워 형망으로 잡는다고 합니다.

    강바닥을 긁어 모래 반 재첩 반인 수확물을 걷어 올리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는데요.

    이제는 그나마 섬진강이 아니고는 볼 수 없는 귀한 장면이라고 합니다.

    커봐야 2㎝가 조금 넘을 듯한 재첩은 반질반질하니

    예쁘게 생긴 세모꼴의 꼬마 조개입니다.

    그 작은 조개가 성장 속도도 빠르고 번식력도 강하다고 하네요.

    길게는 7년까지 살 정도로 생명력도 강하다고 합니다.

    콩알보다 작은 재첩이 덩치 큰 다른 조개류보다 여러 가지

    영양 성분 면에서 우수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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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첩국

    ◆하동재첩특화마을 ‘금양가든’에서 맛본 재첩음식

    하동읍 신기리 섬진강대로변 양쪽으로 조성돼 있는 하동재첩특화마을을 찾았다. 오래된 재첩음식점을 찾아온 길이다. 특화마을 내 5개 재첩전문 음식점 중 가장 오래됐다는 ‘금양가든’에서 재첩음식을 맛보기로 하고, 제일 인기있다는 모듬정식을 시켰다. 재첩국, 재첩회, 재첩전, 참게장 등 섬진강 명물을 한자리서 맛볼 수 있는 메뉴이다.

    20년째 재첩식당을 꾸려오고 있다는 ‘금양가든’의 여미숙(51) 대표는 오뉴월 살오른 재첩이 가장 맛있는데, 올해 가뭄으로 알이 좀 작아 아쉽다고 말한다. 여 대표는 직접 잡이에 나서지는 않지만, 수매해온 재첩을 바로바로 삶는 것이 이즈음 가장 큰 일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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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양가든 모듬정식. 재첩국, 재첩회, 재첩전, 참게장을 모두 맛볼 수 있다.
    모듬정식의 밑반찬은 나물류와 김치, 기름기 도는 잡채, 멸치볶음 그리고 양념 바른 가자미구이. 재첩을 고명으로 얹어 모양을 낸 호박전과 두부부침이 밥상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데, 털이 송송한 참게장까지 놓이자 주인공인 재첩 없이도 푸짐한 한 상이 된다.

    갯내 없는 짭쪼름한 맛으로 밥도둑 역할을 톡톡히 하는 참게장. 참게는 바닷게보다 껍데기가 딱딱하고 몸통이 작은 민물게다. 황해안 꽃게장이 눈에 익었던 사람들에게는 덩치가 작은 참게장의 다리가 유독 길쭉길쭉하게 보인다.

    눈으로 맛대중하는 사이 빨갛게 버무려진 재첩회가 나왔다. 일반적인 회무침과 다를 바 없는 재료에 자잘한 재첩알이 소복하게 담겼다. 배, 오이채와 미나리, 양배추에 매콤한 고추장양념이 윤나게 섞여 식욕을 자극한다. 자극적인 색깔에 젓가락이 제일 먼저 갈 수밖에 없다. 곧 젓가락 대신 숟가락을 쓸 수밖에 없긴 했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구동성 맛있단다. 순한 재첩 맛에 자극적인 양념이 더해져 혀끝을 매료시킨다.

    “김에 싸서 드세요. 한 맛 더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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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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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첩고명전
    재첩전을 놓고 가던 여 대표가 먹는 법을 알려준다. 그러고 보니 전장을 4등분한 김이 회 접시 옆에 놓여 있다. 축축한 회를 김에 싸먹으라니 뭔 맛일까 싶은데, 확실히 고소한 맛이 더해진다.

    “회 덮밥에 김가루를 뿌려 먹으면 더 고소해지잖아요. 그거랑 같은 이치죠. 처음에는 상추니 깻잎이니 채소에 싸 먹었는데, 김에다 재첩회를 싸서 먹었더니 찬 느낌도 덜하고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채소 대신 김을 손님상에 올리게 됐지요.”

    먹는 법이야 내키는 대로, 밥과 섞어 비비기도 하고 숟가락째 떠서 먹기도 하고 김이나 채소에 싸서 먹기도 한다. 다만 재첩회는 숙회의 특성상 상에 오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물이 생기므로 빨리 먹는 것이 좋다.

    부추와 재첩을 섞어 부친 재첩전으로 맵싸한 회맛을 마무리하고 회백색 국물의 뜨끈한 재첩국을 받았다. 음식 궁합을 따질 줄 모른다 하더라도 재첩국에 부추는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재첩이 영양가는 많으나 비타민A 함량이 적은데 부추에는 비타민A의 모체인 베타카로틴이 많다고 한다. 거기다 열에 견디는 성질도 강해서 끓여도 영양소 손실이 적다. 뭐니 뭐니 해도 조개류인 재첩의 찬 성질을 따뜻한 성질을 가진 부추가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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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양가든 여미숙 대표.

    자잘한 재첩살을 어떻게 다 까느냐는 우문에 여 대표가 빙긋이 웃는다. 껍데기 벗기는 일은 어렵지 않단다. 삶는 동안 설설 저어 주면 저절로 껍데기에서 떨어져 나온다고 한다. 힘든 것은 삶은 재첩살을 차가운 물에 10여 차례 씻어내는 일이라고. 살을 탱탱하게 하기 위해 찬물에 헹궈 낸다. 육수는 면보에 받혀 이물질을 걸러낸 후 1시간 이내에 냉동실에 저장한다. 상온에서 맛이 변하기 쉬우므로 생채첩을 사다가 가정에서 국을 끓여 먹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하동에서 바로 끓여 포장한 즉석 제품이 우리 주변에 많은 이유가 거기 있다.

    “재첩음식을 만들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감입니다. 모랫바닥을 긁어 잡은 것이어서 모래나 흙이 많거든요. 바닷조개와 달리 민물에서 다섯 시간 이상 해감합니다. 모래가 씹히면 아무리 맛있게 요리한다 해도 못 먹는 거잖아요. 해감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습니다.”

    짭조름하니 시원한 맛을 내는 재첩국. 별다른 양념 없이 소금 간에 부추향이 더해졌을 뿐인데, 자꾸 들이켜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편하게 속을 데우면서 짜릿하게 내려가는 재첩국물 맛은 바다와 맞닿은 섬진강만이 낼 수 있는 맛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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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첩수제비
    청양고추를 다져넣고 미역과 함께 끓여낸 재첩수제비는 점심 특식을 찾는 식객들에게는 별미가 될 만하다.

    하동재첩특화마을은 하동군에서 지은 재첩마을이며, 이곳에 5개 식당이 집중해 있다. 100% 믿고 섬진강 재첩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재첩의 효능은?

    재첩은 다른 조개에 비해서 칼로리는 낮고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이 더 많이 함유돼 있어 조개류의 보약이라고 한다.

    환경 오염으로 인해 섬진강에서 채취되는 양이 줄어서 중국산 재첩이 들어오고 있다고 하니, 재첩을 살 때도 국산인지를 따져봐야겠다.

    국산이라 통칭하는 섬진강 재첩은 중국산에 비해 윤이 나고 2.5㎝ 정도로 크기가 작은 편. 또한 좌우대칭이 잘 맞는 세모꼴인 것도 국산 재첩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재첩은 어떤 효능을 가지고 있을까?


    1. 간질환, 황달 개선에 도움을 준다.

    필수아미노산의 일종인 메티오닌이 풍부해 간 기능을 활성화하고, 담즙 분비를 촉진하는 타우린이 들어 있어 해독작용은 물론 염증 반응도 억제함으로써 간질환 개선에 도움을 준다.


    2. 숙취 해소에 좋다

    각종 무기질이 풍부해 숙취 해소에 좋고 역시 메티오닌과 타우린의 역할로 간의 알코올 분해를 도와준다.


    3. 악성빈혈에 효과적이다.

    재첩의 비타민 B12는 철분을 섭취해도 치료가 어려운 악성 빈혈에 효과가 있고, 칼슘과 인의 적당한 구성비로 인체 내 칼슘의 흡수율이 높은 무기질의 보급원이기도 하다.


    4.다이어트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재첩에는 단백질도 매우 많이 함유돼 있다. 두부 100g당 단백질 함유량이 9g 정도인 데 비해 재첩은 100g당 12g 가까이 된다. 열량이 낮으면서도 육류를 먹는 것보다 많은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어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식품이다.


    글·사진= 황숙경 기자 hsk8808@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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