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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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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위대한 국가 통치권자, 탁월한 2인자 있었다- 이종상(전 경남대 부총장)

  • 기사입력 : 2015-06-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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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인자는 1인자를 냉정하게 관찰하고 정직하게 파악하며 그 분석의 토대 위에서 2인자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빨리 파악하여 묵묵히 실천해야 한다. 미국 역사상 43명의 대통령 가운데 가장 위대한 대통령은 링컨이다.

    톨스토이는 링컨을 미국 전체보다 더 크고 미국의 모든 대통령을 합한 것보다 더 크다고 극찬했다. 링컨은 후보 시절 맞섰던 슈워드를 2인자인 국무장관으로 임명하여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국가분열을 막았고, 노예제 폐지의 수정헌법 제13조 헌법개정안을 정족수 미달의 불리한 여건을 슈워드의 설득으로 의회에서 통과시켜 노예제 폐지를 완결시켰으며, 여야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반대한 알래스카 매입을 관철시켜 알래스카의 아버지가 되었다.

    마오쩌둥을 주군으로 모신 저우언라이는 고교 출신인 그를 귀족 출신에다 프랑스 유학파인 그가 지도자로 추대, 그의 발걸음 뒤에서 영원한 2인자 역할을 했다. 실제 중국을 통합으로 이끈 두뇌는 저우언라이이다. 저우는 마오의 가장 친밀한 동지이고 믿을 수 있는 지지자로 현대 중국 역사에서 불세출의 2인자이고, 그를 그림자처럼 돕고 이끌어 지도부가 분열되지 않고 단합하여 새 역사를 기록하는 역할을 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사망 전까지 27년간 총리를 역임한 그는 세계적 기록을 세운 중국 현대정치의 보배였다.

    삼고초려와 읍참마속으로 유명한 중국 삼국시대의 촉한 유비의 2인자 제갈공명은 뛰어난 지략과 전술로 당대를 풍미한 전략가로, 그는 유비의 사망 이후 정권을 탈취할 수가 있었음에도 유비의 아들 유선 밑에서 2인자로서 충성을 다하여 그를 도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2인자로 평가받았다.

    우리의 역사상 최고의 지도자는 세종대왕이다. 그의 최고의 치적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인 훈민정음의 창제이다. 다음은 탁월한 인사정책이었다. 신분 같은 것 따지지 않고 각 분야에 최고의 능력자를 발탁하여 등용했다. 세종 치하 최고의 인물은 2인자인 황희였다. 그는 세종 치하 재상 24년에 영의정 18년의 업적은 우리 역사상 가장 뛰어난 2인자로 꼽을 수 있다.

    황희의 업무 처리 방식은 탁월한 사태파악 능력과 아무리 복잡한 사안도 핵심을 파악해 간명하게 정리해 내는 능력에 있었다. 왕에게 우선순위를 건의하고 그 자리에서 적합한 인물을 추천했으며 의롭지 않으면 왕명도 거부했다. 조선시대 최고의 능력과 청렴을 겸비한 황희 정승의 보필로 세종대왕은 동방의 성군이 됐다고 본다. 2인자의 역할은 1인자의 운명에 결정적이라는 평가이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대통령, 특히 건국대통령 이승만과 경제대통령 박정희는 말년에 번번한 2인자가 없었기에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어려웠던 독립운동 시절의 공로뿐만 아니라 해방정국에서 대한민국을 건국함에 자유민주주의 새 헌법을 제정하여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농지개혁을 실시하고 평화선 선포하여 동해를 일본으로부터 지켰다.

    6·25 발발 시 미국 참전과 유엔군의 참전을 이끌어 내고 한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반군포로석방, 미국의 원조 증강 등 공을 세웠다. 그는 장기 독재 집권과 이기붕을 2인자로 지명한 것이 몰락의 길로 들어서는 단초가 됐다. 이기붕의 부통령 당선을 위한 3·15부정선거로 그는 몰락했고 그 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

    박정희 대통령은 심혈을 쏟은 경제개발로 국민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는 3선에 만족하지 않고 유신을 단행하여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박정희의 평가는 경제건설과 정치행태의 입체적인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는 2인자를 두지 않았다.

    무능한 김계원 비서실장이 오만한 차지철 경호실장을 통제하지 못하여 10·26사태가 발생하여 비극을 낳게 됐다. 만약 김종필 전 총리가 2인자 역할을 했다면 10·26 같은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2인자를 인정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지금은 대통령의 독재는 불가능하다. 대통령은 헌법상 2인자인 국무총리를 국민의 여론을 담은 가장 유능한, 감동적인 황희 같은 인물을 선택하여 행정은 그에게 위임하고 중요한 국방, 외교 등에 전념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염원하고 있다.

    이종상 (전 경남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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