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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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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예.담] (2) 가곡 '산촌'의 북면 가는길

굽이굽이 정겹던 옛길, 마디마디 노래 속에 남았네
작곡가 조두남 선생이 매료된
정겨운 옛 북면의 풍경

  • 기사입력 : 2015-06-1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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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의창구 북면사무소 앞 사거리. 가곡 ‘산촌’ 속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양해광 창원 향토자료전시관 관장/
    산촌(이광석 詩/조두남 曲)

    달구지 가는 소리는 산령을 도는데
    물 긷는 아가씨 모습이 꽃인 양 곱구나

    사립문 떠밀어 열고 들판을 바라보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오곡이 넘치네

    야아~박꽃향내 흐르는 마을 천년만년 누려본들
    싫다손 뉘하랴



    망아지 우는 소리는 언덕을 넘는데
    흐르는 시냇물 사이로 구름은 말 없네

    농주는 알맞게 익어 풍년을 바라보고
    땀 배인 얼굴마다 웃음이 넘치네

    야아~박꽃향내 흐르는 마을 천년만년 누려본들
    싫다손 뉘하랴

    산촌(북면) 가는 길은 정(情)이 묻어나는 길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지만 옛길은 포근한 엄마의 품처럼 따스하게 다가오지요.

    지금은 아스팔트를 포장한 쭉 뻗은 신작로가 대신하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꼬불꼬불 산길이 놓여 있었답니다.

    작곡가 조두남 선생께서도 이런 정겨운 농촌 풍경에 매료돼 가곡 ‘산촌’을 작곡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도심을 가로질러 북면으로 가는 길은 삶의 애환이 묻어납니다. 초입인 창원 동정동 의창스포츠 어귀에 서면 야트막한 산먼당(고개)이 나오는데 이 먼당(고개)을 넘어서면 농촌의 정겨움이 물씬 풍겨오는 북면의 옛 멋을 조금 느낄 수 있지요.

    물론 요즘은 새롭게 포장된 아스팔트길로 갈 수도 있지만 이 길은 멋이 없지요. 마음이 급한 사람은 이 길을 가더라도 마음의 여유가 조금 있다면 구불구불 옛길을 함께하는 멋도 느껴 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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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애환이 담긴 이 길을 따라 우리들 아버지 어머니는 북면 온천을, 창원 소답시장을 오가셨을 겁니다. 소쿠리 한가득 채소를 머리에 이고, 양손에 보따리를 든 채 먼당을 오르내렸을 어머니의 삶을 생각만 해도 아련해집니다.

    마을을 지나고 논을 지나 북면온천으로 가는 길에 만난 풍경은 정겹습니다. 지금은 북면의 옛 모습과 정취는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깝지만 그 길은 소박함이 담겨 있지요.

    이 소박함과 정겨운 풍경에 매료돼 작곡가 조두남 선생이 가곡 ‘산촌’을 만들었다고 하니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정겨운 농촌 풍경이 느껴지지요.

    선생께서는 1982년 출판된 조두남 제2 수상집 그리움(작곡가 조두남의 인간과 음악)편 나의 작곡에 얽힌 이야기(P75)에서 ‘산촌’의 작곡 배경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있어요.

    선생은 책에서 “‘산촌’은 시인 이광석씨의 시에다 곡을 붙인 것이다. 이 곡이 작곡된 것은 1958년 가을 내가 마금산온천에서 요양하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 내가 투숙한 방 앞으로는 시원스레 평야가 트이고 그 멀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농가가 평화로운 정경을 이루고 있었다. 길을 따라 줄지은 플라타너스와 마을을 둘러싼 나무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저녁노을에 물들 때면 그 아름다움이란 비길 데가 없었다. 나는 이러한 평화로운 전원풍경의 아름다움에 깊은 감동을 느끼고 이 곡을 만든 것이다. 이 곡은 민요풍의 선율과 리듬을 적용한 것으로 서정적이면서도 경쾌한 맛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친일 논란에 휩싸인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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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동마을서 대방마을까지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 길.

    지금은 북면사무소 사거리를 중심으로 길 위에 곧게 뻗은 플라타너스 나무와 주위의 논, 슬레이트 지붕이 얹힌 가옥들, 흙먼지 나는 비포장 길 대신 거무죽죽한 아스팔트가 깔려 있어 정겨움은 반합니다. 세월에 따라 변화는 세상의 이치는 거스를 수 없었나 봅니다.

    모내기가 한창인 북면 들녘을 지나 본포 삼거리 방향으로 10여분 달리다 보면 죽동마을에 이르는데 여기서부터 대방마을 1.1㎞ 구간이 장관입니다.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마치 도열하듯 서서 나를 맞아 줍니다. 여기서는 잠시 차에서 내려 걸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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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동마을서 대방마을까지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 길.

    더위를 식히는 바람이 불 때면 저도 모르게 콧노래가 흥얼거려집니다. 여기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주남저수지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철새들이 떠난 주남저수지는 요즘 한가하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만이 ‘사각사각’ 소리내며 우리를 반겨주지요. 주남저수지 둑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 산마루에 걸렸습니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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