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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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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 청춘블루스] 청춘 5호 - 소통 꿈꾸는 청년작가 장두영

창원스런 문화콘텐츠 3%만 채워볼까

  • 기사입력 : 2015-06-09 15: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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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적이다, 이런 말 흔히들 쓰시죠. 그럼 묻겠습니다. 당신의 삶은 얼마나 예술적인가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이 0.5%에 불과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목표를 하나 세웠습니다. 사람들의 삶에서 딱 3%만 예술로 채워보기로요.

    왜냐고요? 우선 저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고, 시간이 자유로운 이십대니까요. 또 지역의 문화 공간에 목 마른 지역 청년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이유로 창원에 '삼프로 연구소'를 만들게 된 저는 스물아홉의 청년작가 장두영입니다. 경남신문에서는 저를 청춘 5호라고 부르는데요, 제 진짜 별명은 장교수입니다. 지나치게 진지해서 불리는 별칭인데요(하하), 오늘 여기서 제 이야기를 제대로 한 번 진지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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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두영씨가 자신의 배트맨 시리즈 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만화 그리기에 빠졌던 초딩, 화가가 되다

    먼저 저를 소개하자면 그림을 그리는 전업작가이자 예술가 지망생입니다. 작가로 활동하면서 '지망생'이 무슨 말이냐고요? 사실 이건 제가 만든 개념인데요, 예술가라는 호칭은 자기 스스로 예술작품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아야 성립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늘 예술가를 지향하고 있기에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는 겁니다.

    '예술가 지망'의 발단은 만화였습니다. 초·중학교 시절에 만화를 그리는데 푹 빠져 지냈는데요, 선으로 뭔가를 완성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재밌었습니다. 친구들이 칭찬해 주는 것도 좋았죠. 즐겁게 그린 덕분인지, 주변에서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죠. 자연스럽게 고등학생 때 진로를 그림으로 택했고, 창원대 서양미술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대학시절에도 '예술가 지망'은 큰 과제였습니다. 화가로 사는 길은 보통 3가지로 정리되더군요. 공모전에 입상하거나, 갤러리에 등록되거나, 유학을 다녀오거나. 당시는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예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정형화된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 탐탁지 않았어요.

    저는 제 방식대로 예술가를 지망해 보기로 했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대중과 소통하는 작가를 꿈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제가 태어나고 자란 창원에서 활동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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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두영씨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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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두영씨가 그린 자화상./성승건 기자/
     
    ▲소통에 천착하다, 노출을 갈망하다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제각각 기준은 다르겠지만, 저는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완벽한 몰입으로 즐겁게 작품을 완성했는데, 관객들이 아무런 감흥을 받지 못한다면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작품은 하고 싶지 않았죠. 작품의 의미를 100%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특히 대학 졸업 후 초기에 작품을 만들 때는 이런 생각이 극도로 강했습니다. 당시 소통을 목적으로 '포스터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한 그림을 덩어리로 전달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상징적인 이미지에 단어라는 장치를 넣어서 만든거죠. '조으다 시르다', '할까', '미친년놈들' 등 한국사회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이미지와 제 또래가 공감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했고, 20점가량 재미있게 완성했습니다.

    문제는 작품을 만들고 나서 시작됐습니다. 작품을 노출시킬 기회가 턱없이 부족했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 대부분이 저와 비슷한 한계를 느끼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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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두영씨의 작업실./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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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두영씨의 작업실./성승건 기자/

    지역에서는 젊은 작가들이 효과적으로 작품을 걸 수 있는 공간이 없었습니다.

    대안을 고민하다 제가 그런 공간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성격이 급한 편이라 생각한 건 바로 실행을 해야 하거든요. -제 성격이 단점도 많지만 이렇게 장점이 되기도 하죠.-

    마음 맞는 친구들과 2013년 '삼프로 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지역에서 문화예술이나 주류를 이루고 있지 않은 것들을 3%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취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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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프로 연구소로 창원스러운 예술문화를 꿈꾸다

    창원 토박이인 저는 '창원스러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창원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긴 하지만, 서울이나 부산에 비해서 문화적 수준이 많이 떨어지고 환경도 다르더라고요. 삼프로 연구소를 통해 창원만의 특색있는 문화 공유의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서가앤쿡이나 언아더커피 등 젊은 친구들이 자주 가는 곳마다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뜻을 같이하는 작가들이 함께 참가했는데요, 제대로 된 전시 공간이 아니라서 작품이 훼손되는 것을 감안하고도 기꺼이 작품을 내줘서 가능한 작업이었습니다. 식당이나 카페 사장님들의 장소 제공, 후원도 큰 힘이 됐고요. 전시회는 2013년부터 지난 4월까지 2년간 5회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도 괜찮았고, 노출과 소통이란 목적도 어느정도는 달성한 것 같았어요.

    반면 한계점도 드러나더군요. 일상적 공간이 아니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공간이 없다는 현실의 벽을 다시 한 번 느끼기도 했습니다. 기획전 행사를 반복하면서 지역만의 뭔가가 만들어지길 바랐는데, 그것도 생각처럼 되진 않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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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두영씨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현재는 고민스럽지만, 미래가 두렵진 않다

    요즘은 제가 하는 일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전시회는 5회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쉴 계획입니다. 개인적인 작품 활동을 하면서 삼프로 연구소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2년간 기획전을 열면서 제 작품을 할 시간이 거의 없었거든요. 작품과 기획 일을 동시에 하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후회하진 않지만 당분간은 제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삼프로 연구소를 계속적으로 운영할지에 대한 고민도 큽니다.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시작을 했는데, 내년에는 사회적기업이냐 주식회사냐를 택해야 하거든요. 가장 큰 문제는 수익 추구인 것 같아요. 창작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 습관이 돼 있어서, 수익을 위해서 별도로 시간을 쓰는 것이 어렵고 서툴기 때문입니다. '가는곳마다'도 노출이 주 목적이었기에 수익과 연계가 되지 않았거든요. 수익이 나야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적 기업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의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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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두영씨의 배트맨 작품./성승건 기자/


    단순히 돈이 안 돼서 고민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매해질까 봐 걱정인 거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 결국 두 가지를 추구하다가 유명한 작가도 아닌, 제대로 된 기획도 못 할까봐 걱정이 되는 겁니다.

    그래도 미래에 대해 확실한 건 있어요. 저는 언제 어디서든 그림을 그리고 있을테고, 지역에서 어떤 형태로든 예술과 관련된 문화를 창작하고 있을 것 같다는 거죠.

    실은 지금도 지역에 특별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 재즈 공연과 전시가 결합된 행사인데요, 창원 상남동의 빌로우라는 펍에서 이번 주말인 13일 찾아갑니다. 지역에서 문화적 갈증을 느끼는 젊은 사장님들과 함께 만들어 본 행사인데요, 주말에 마땅히 할 일이 없거나 새로움에 갈증을 느끼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주면 좋겠습니다. 정처 없이 상남동을 배회하는 젊은이들은 특히 환영이고요.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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