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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 14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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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 청춘블루스] 청춘 4호. 통영의 멍게 총각, 한상우

  • 기사입력 : 2015-05-26 13: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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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른, 당신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사회 생활을 하는 친구들은 입사한 지 2~5년차로 서서히 안정기에 접어들 시점이라더군요. 일도 몸에 익고, 후배도 제법 생기고 말이에요.

    제 나이는 올해 서른입니다. 친구들처럼 안정적인 생활을 시작했냐고요? 아니요. 이곳에서 저는 거의 신생아 수준입니다. 여기는 통영시 산양읍 영운리, 멍게를 생산하는 어촌이에요. 요즘 농어촌은 심각한 고령화 때문에 적어도 일흔은 넘겨야 나 많은(나이 많은) 사람 쪽에 드니 저 정도면 영유아에 가깝겠죠?

    비록 신체적 나이는 그렇지 않더라도 모든 것을 새롭게 익힌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지내고 있는 제 일상을 소개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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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의 왕자, 멍게총각= 여러분은 스스로를 한 줄로 소개할 수 있나요? 제겐 저만의 PR문구가 있습니다. '깊고 푸른 꿈을 파는 남자, 한상우'. 멋지지 않나요? 온갖 것을 받아들이는 바다처럼 세상의 낮고 천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그것들을 다시 세상으로 돌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지은 별명이지요.

    그럴 듯한 닉네임을 스스로 갖다 붙였지만 사실 지금 제가 하는 일은 남들의 기준에서 그렇게 멋진 일은 아닐 겁니다. 펑퍼짐한 비닐 옷에 장화를 신고 진흙이 잔뜩 묻은 얼굴로 쉴틈 없는 하루를 보내니깐요. 초보 어부인 저는 종일 갯내음을 맡으며 멍게가 달려 있던 줄을 손보거나 멍게를 따고 씻고 선별해 담는 일을 합니다. SNS에서는 맛있고 신선한 멍게를 파는 '귀엽고 발랄한' 멍게총각으로 통하기도 하죠. 일손 부족한 어촌에서 멍게총각을 필요로 하는 곳은 한두 곳이 아닌데요. 몸을 쓰는 고된 하루하루의 반복에 어부의 길이 제게 맞을까하는 고민도 잠깐 했지만 이내 마음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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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시 산양읍 영운리 인근 멍게 작업장에서 한상우씨가 줄에서 털어낸 멍게를 크기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다들 떠나가기 바쁜 고향으로 들어 온 이유는 바다의 소중함, 저와 제 소중한 사람, 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믿고 먹을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1차 산업을 지켜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지난 2011년 업무차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 목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부자로 대우받고 사는 모습을 보고 '아, 저거다!'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죠. 집으로 돌아와 비슷한 일을 찾다가 바로 내 고향에서 나는 멍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 인생의 전환점으로 생각하던 서른을 앞둔 지난해 11월부터 어부가 되기로 결심하고 바로 실천에 옮겼어요.

    부모님과 절친하신 동네 어른의 멍게 양식장 중 10분의 1가량을 분양받아 일하고 있습니다. 부모님 두 분은 어부가 되겠다는 저의 말씀에 조금 당황하셨지만, 다행히 믿음과 용기를 주셨죠. 지난해 12월 바다에 뿌려놓은 멍게 씨를 5월 초까지 부지런히 건져올렸는데, 제 첫 수확은 좋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일수도 있지만, 땀 흘린 대가라고 생각하니 뭉클해지는 뭔가가 있더군요. 이렇게 한 해 한 해 보낼수록 진짜 어부가 되어 가겠지요.


    ▲신을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 삶= 어부가 되기 전 저는 신학도였습니다. 신을 섬기고 그분의 말씀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다녔죠. 지난해 가을까지 정장을 차려입고 정기적으로 출근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도 활동을 해왔습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한인 교회를 두루 돌아다녔고, 저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아이들도 제법 있답니다.

    서른을 기점으로 그 전에는 내가 믿는 신을 위해 살고, 이후에는 내가 직접 삶을 살아내는 것으로 믿음을 이어가겠다는 것은 오래 된 계획이었습니다. 고향으로 온 것도 땀냄새 물씬 나는 삶의 현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였어요. 다른 친구들이 부럽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또래처럼 직장을 구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범한 삶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기는 싫기도 했고 워낙 여행을 좋아하는 탓에 하나에 얽매여 있기 싫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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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시 산양읍 영운리 인근 멍게 작업장에서 한상우씨가 기계를 이용해 줄에 달린 멍게를 털어내고 있다./성승건 기자/>

    나와 내 소중한 사람들과 보낼 시간 없이 일에만 매달린 결과가 많지 않은 월급이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서글픈가요. 이런 제 신념을 이어가는데 멍게는 아주 중요한 친구입니다. 제 또래의 샐러리맨 연봉에 비해 많은 돈을 벌게 해주기도 하고, 한창 바쁜 2~5월을 보내고 나면 자유시간도 제법 주어지거든요.

    멍게 농사가 잘 되고 못 되고는 하늘의 뜻이긴 하지만 그조차도 그저 자연 그대로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요. 제가 추구하는 게 자연스러운 삶이기도 하거든요. 욕심을 버리고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물 흐르듯 살아가는 거죠. 제가 너무 세상 물정 모르고 태평한건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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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시 산양읍 영운리 인근 멍게 작업장에서 한상우씨가 기계를 이용해 줄에 달린 멍게를 털어내고 있다./성승건 기자/>

    ▲삶이란 사람의 줄임말= 제 또다른 꿈은 전 세계를 다 돌아보는 겁니다. 올해 멍게 수확 직전에는 히말라야에 다녀왔어요. 네팔을 비롯해 새 삶에 대한 용기를 준 뉴질랜드와 필리핀, 중국, 일본 등 13개국을 여행했습니다. 혹시 그거 아세요? 길을 걷고, 밥을 먹고, 친구와 노는 그런 평범한 일상이 여행 중에는 모두 특별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소소한 일상에서 새로움과 감동, 고마움을 발견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여행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생각, 행동, 말로부터 삶의 깨달음을 얻고 내가 살고자 하는 삶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수 있다는 것, 제가 쉬지 않고 길을 나서는 이유랍니다. 삶을 배운다는 것은 사람을 배운다는 말이 있죠. 제가 직접 보고 듣고 부딪쳐서 얻은 삶의 지혜를 책으로 배우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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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시 산양읍 영운리 인근 멍게 작업장에서 한상우씨가 줄에서 털어낸 멍게를 상자에 담고 있다./성승건 기자/>

    ▲나의 깊고 푸른 꿈= 10년 후의 저는 멍게 양식장 관리로, 세계 여행으로, 지역의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꾼으로 굉장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 같아요. 비록 직업은 바뀌었지만, 믿음을 이어가고 있고 여전히 제1의 가치는 약자를 위한 삶, 소외된 자들의 친구가 되는 것이랍니다. 일하고 여행을 다니는 틈틈이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고 있어요.

    이번 학기 실습만 마치면 자격증을 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관심이 많은 제가 멍게를 수확하는 어부로서 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지역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시작한 공부였죠. 가까운 미래에는 뜻이 맞는 친구들과 힘을 모아 이곳 산양읍 영운리에 지역아동센터를 만들고, 할 수 있다면 대안학교까지 만드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앞서 경험을 살려 동네 아이들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요. 아이들 다음에는 지역 어른도 돌봐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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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시 산양읍 영운리 인근 멍게 작업장에서 한상우씨가 줄에서 털어낸 멍게를 가득 담은 상자를 옮기고 있다./성승건 기자/>

    ▲청춘들에게= 앞으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길겠지만, 짧은 제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나만의 속도'에 대한 확신이었습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 정작 내가 원하는 방향을 놓치게 되고, 결국 남들이 가는 길을 쫓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남의 뒤통수를 보며 냅다 뛰었는데, 정작 앞사람도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 지 못한다면 정말 난감한 상황이잖아요. 당장은 불안하고 불완전해 보일지라도 내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 알고, 내 힘으로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딛는 것, 그게 진짜 내 인생을 사는 거 아닐까요?

    [*위 기사는 인터뷰를 토대로 기자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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