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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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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 패오불손(悖傲不遜)- 도리에 어긋나고 오만하여 겸손하지 못하다

  • 기사입력 : 2015-05-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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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도리에 어긋나고 오만하고 겸손하지 못하다. 인터넷 사이트상의 댓글들에서 욕설이 난무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젊은 학생들의 대화 가운데 반 이상이 욕설이다. 각종 사회단체의 구호도 욕설 막말이 대부분이다. 방송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인사들의 말도 막말 수준이다. 국회의원들의 발언이 저질이라고 탓할 자격이 없다. 강의 잘한다고 선발되어 교육방송에서 강의하는 교사들의 강의도 거의가 장난스런 말투에 저질 농담으로 이어간다.

    급기야 5·18 광주민주화 추모식에 참석했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욕설과 야유와 물세례를 받았다. 그 이후 추도식을 주도했던 단체에서 사과 한마디 없다.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대통령 6주기 추모식에서 참석자들이 김무성 대표에게 물을 퍼붓고, 노 대통령의 아들은 김 대표에게 작심하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조롱했다. 또 참석한 야당 인사 가운데서도 박지원 김한길 전 대표에게는 ‘쓰레기’라고 욕설과 야유를 퍼부었다. 탈당해서 광주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천정배 의원에게는 물세례를 퍼부으며 ‘배신자’라고 비난했다.

    설령 자기와 노선이 달라 마음에 들지 않고, 또 과거에 나쁜 감정을 가진 상대라고 하여도 자기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 이렇게 해서 되겠는가? 감정을 절제하지 못 해 이런 식으로 하면, 나쁜 감정이 더 증폭되어 돌아온다. 악(惡)은 악을 부르고, 보복은 보복을 부른다. 모든 당파싸움과 분열은 이런 식으로 하는 데서 시작되고 갈수록 격렬하게 되는 것이다.

    조선 숙종(肅宗) 때 노론(老論)과 남인(南人) 두 당파가 몇 차례 정권을 잡았다가 쫓겨났다가 하기를 반복하면서 많은 인재가 처형되거나 귀양갔다. 국가 민족을 위해서 머리를 쓰고 노력한 것이 아니고, 자기들의 보복과 집권을 위한 일로 오랜 세월이 지나고 보면 아무 소용없는 소모전에 불과했던 것이다.

    한 걸음 물러나서 좀 더 관대하게 대하면, 잘못한 사람이나 나쁜 감정을 가진 사람 거의 대부분은 저절로 반성하고 뉘우치게 된다.

    자기 부친을 죽음으로 몰고 간 여당 대표에게 노 대통령의 아들은 한 맺힌 말을 하고 싶었겠지만, 한 단계 극복하고 시작해야 옳았다. 그것이 자기 부친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이런 사태가 있은 뒤 당의 대표이고 친노 그룹의 좌장 격인 문재인 대표도 당연히 즉시 사과하고 화해를 이끄는 말을 해야 하는데도 지금까지 아무 말이 없는 것이 아쉽다.

    공자(孔子)의 수제자 증자(曾子)의 말 가운데, “경계하고 경계할지어다! 너에게서 나온 것이 너에게로 돌아가느니라[戒之戒之, 出乎爾者, 反乎爾者也]”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남에게 모질게 하면 언젠가는 남도 자기에게 모질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悖 : 어그러질 패. *傲 : 오만할 오. *不 : 아니 불. *遜 : 겸손할 손.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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