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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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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관계 여하가 생사 여하를 결정한다- 최환호(경남대 초빙교수)

  • 기사입력 : 2015-05-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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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운명이었어~(노사연. ‘만남’).” 누구나 세상을 살다 보면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사회학자 솔라 폴은 한 사람이 일생 동안 3500명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통계를 내놓았다. 금융계 최장수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은 휴대폰에 등록된 전화번호만 5000개, 카톡 친구는 4000명, 사장 재임기간 만난 사람은 수천명이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홀로 살 수 없다. 개리 스몰 리가 이를 명쾌하게 정리했다. ‘인생은 관계이고, 나머지 모든 것은 부수적인 것이다(‘관계 DNA’).’

    하버드 대학의 A. E. 위갠 교수가 직장, 가정, 사회생활 등 각 분야에서 실패한 사람들을 정밀 조사한 결과, 전문적 지식의 결여로 실패한 사람들은 불과 15%밖에 안 되고, 나머지 85%의 실패자들은 모두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거다. 록펠러재단의 조사결과도 동일.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1000명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명절 때마다 500여명의 여야·좌우 실세란 실세는 죄다 챙겼다.

    그의 욕망은 정치권력과 유착해야 산다는 소신을 온몸으로 실천하여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의 불치병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실감케 했다. 대한민국 마당발이자 스파이더맨(거미인간)이었던 그의 비극은 세상에 공짜 없고, 비밀 없고, 정답 없다는 ‘인생 3무(無)’를 짓뭉갠 탓일 터.

    미국 등 선진사회에서라면 정신질환자로 손가락질을 받고도 남을 행동이다. 그간 우리는 부패 동맹이나 부조리의 결사를 네트워킹이라는 묘한 정서로 부러워하지 않았던가. 적이 없는 사람은 친구도 없고, 모든 사람과 호형호제하는 사람은 진정한 우애도 있을 수 없는 법. 그래서일까 소셜네트워킹은 결정적 순간에 막장 드라마의 양아치처럼 서로를 물어뜯는다.

    “왜 기업의 돈을 받는가?” 전두환 비자금 사건 당시 재판부의 추궁에 전씨 왈. “돈을 받지 않으니 기업인들이 불안해 투자를 못 했다. 기업인들은 내게 정치자금을 냄으로써 정치 안정에 기여하는 보람을 느꼈을 것.” 헐~기고만장에 오만방자라. 그 당시 사석에서, 한 기업인의 토설. “기업인은 이익이 있으면 지옥이라도 가고 악마와도 타협한다. 정권에 돈을 주면 이익이 되고, 안 주면 망할 수 있으니 정치헌금은 보험투자다.”

    미상불 갈수록 공적 친교가 아니라 끼리끼리 다 갈라먹는 정치속물과 잉여의 인간관계 사회다. 정치인들에게서 이념도 애국심도 진정한 동지의식도 찾기 어려운 현상만으로도 세계 정치사의 일대 희극 아닐는지. ‘일찍이 한국은 깊은 사상과 가치가 있어본 적이 없는 나라’라는 해외학자들의 조롱조차도 가물가물할 지경이다.

    하지만 선진사회는 인간관계를 또 다른 형태의 공적 자본으로 키워왔다. 제임스 콜만은 인간관계를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라 칭했다. 이것은 당장 환급되지는 않지만 차츰 축적되는 자본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국가든 사회자본이 늘어나야 부강해진다.

    갈등과 알력으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면 쓸데없는 저항세력이나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사회자본을 얼마나 축적하고 있는가? 작년 사회갈등비용이 자그마치 300조원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그 방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표현대로 묻고 싶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점점 더 파편화, 속물화, 흉포화, 정치화 등의 인간관계, 그 결과는 뿌린 대로 거둘 터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먼저 죽을 확률이 50% 낮다(미국 브리검영대 연구진).’ 결국 인간관계 여하가 인생의 행불행, 생사 여하를 결정할 것인즉.

    최환호 (경남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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