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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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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여유·휴식의 도시 스위스 바젤

도심 곳곳, 지친 여행자를 위한 작은 쉼표

  • 기사입력 : 2015-05-1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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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색 벽돌과 프레스코화로 화려하게 장식된 바젤 시청사와 시청사 앞 광장.
    스위스는 다민족으로 이뤄진 국가이기 때문에 주변 국가의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해왔고,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만 해도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슈어 네 가지라고 한다. 또한 스위스는 유로존에는 가입하지 않고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기에 유로화(EUR)가 아닌 별도의 스위스프랑(CHF)을 사용하고 있다.

    처음 도착했던 스위스의 도시 바젤. 이곳은 많은 여행객들이 잠시 스쳐 지나가며 둘러보게 되는 곳이다. 그래서 어쩌면 여행자들에 서운함을 느끼고 있을 도시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처음 바젤에 오게 됐을 때는 기차를 갈아타기 위해 들러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왔으니 말이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로부터 기차로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이곳은 인접 국가로부터 들어오는 열차 외에도 스위스를 잇는 열차가 시시각각 출발하기에 역은 너무도 분주하고 부산했다. 나도 바젤 중앙역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아가는 길을 확인하기 위해 투어센터를 방문하고, 베른(Berne)으로 가는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예약을 하려고 이리저리 역을 헤매며 바쁜 시간을 보냈으니 다른 여행객들에겐 분주하게 보이는 사람들 중에 하나였으리라. 하지만 나는 짧게 머물렀던 이 도시에서, 바쁜 삶에 쫓기지 않고 그들만의 여유를 즐기는 이곳 사람들을 보며, 예기치 못했던 감동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내가 정한 숙소는 중앙역 근처에 위치한 호스텔이었기에 곧장 이동했다. 짐을 정리하고 간단한 정보를 얻기 위해 호스텔 리셉션에게서 지도를 받고 가볼 만한 곳을 확인했다. 하루 남짓 둘러보면 충분할 것 같아 별다른 여행 계획은 세우지 않고 쉬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손에 지도 한 장 쥐고 카메라만 둘러맨 채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서.

    호스텔에서 체크인을 하면서 받은 1일 대중교통 통행권을 이용해 구시가로 향하는 트램을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길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작은 공원이 보여서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그곳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공원이라기보다는 작은 분수에 가까운 이곳은 팅글리 분수라고 하는 곳이었다. 스위스의 현대 조각가이자 키네틱(Kinetic) 아티스트인 쟝 팅글리(Jean Tinguely)의 이름을 딴 이곳은, 조금은 익살스러운 듯한 분수들의 움직임을 보며 잠깐 쉬어가기 좋은 곳이었다. 키네틱 아트란, 움직이는 예술을 표현한 것으로 어떠한 수단이나 방법에 의해 움직임을 나타내는 작품을 총칭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러 나라, 여러 도시를 여행했지만 난생처음 보는 분수였기에 그냥 쉽게 지나칠지도 몰랐을 이곳에 대해 더 찾아보고 기억을 하려고 노력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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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한 물줄기를 뿜는 팅글리 분수.
    팅글리 분수에서 트램을 타고 왔던 길을 따라 조금 걸으니, 바젤 청춘 남녀들의 패션을 책임지는 프레이리 스트리트. 이름만 들어도 알 듯한 브랜드의 상점들이 위치해 있었고, 프레이리 스트리트가 끝날 무렵 건물 속에 둘러싸인 작은 광장과 붉은 색으로 지어진 바젤 시청을 만날 수 있었다. 1504년에 세워지기 시작해서 1900년대에 완성이 된 바젤 시청사의 외관은 붉은색 벽돌과 프레스코화로 외관이 장식돼 있다. 웅장한 느낌을 주는 큰 건물은 아니었지만, 프레스코화로 장식이 돼 독특한 느낌을 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당시에는 시청 내부를 둘러보는 것을 생각하지 못해 외관만 구경을 하고 발걸음을 돌렸지만 외부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도 화려하게 장식이 돼 있다고 하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내부 구경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다음 날 아침, 생각지도 않게 시청 앞 광장에서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파는 주말시장에 오게 됐고,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들 속에서 주말장터를 구경하며 앙증맞은 바구니에 담긴 블루베리를 한 움큼 샀다. 블루베리는 다음 여행지로 가는 기차에서 먹으면서 바젤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광장 근처의 패스트푸드점 테이블에 앉아 초록색, 노란색의 다양한 색의 트램이 오고가는 이곳의 경치를 한동안 앉아서 구경을 하다 저녁 일몰을 보기 위해 강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변에 자리 잡은 벤치에 가방과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고, 주위를 한번 둘러보며 한껏 여유를 가져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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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늦은 시간 자유로이 강물에 몸을 맡기며 떠내려 가는 20대의 젊은 남녀들, 벤치에 앉아 일몰을 감상하고 있는 노부부, 강변을 따라 조깅을 하고 있는 사람들. 그 속에서 한동안 일렁이는 강의 금빛 물결을 바라보고,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면서, 여행을 해왔던 장소와 앞으로 있을 여행에 대한 기대에 잠겼다.

    그리고 이곳, 바젤에 들르면 꼭 보게 되는 뮌스터 대성당. 라인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은 성당은 9세기에 처음 지어졌지만 화재로 인해 1300년대에 지금의 고딕 양식 모습으로 고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장밋빛 사암으로 지어져 그 빛깔만으로도 존재감이 확실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고 라인강 옆을 거닐다 보면 언덕보다 더 높게 솟은 쌍둥이 첨탑이 더욱 그 존재를 알려 주는 것 같았다. 성당 앞의 광장에서는 웨딩 사진을 찍는 신혼부부, 함께 주말 나들이를 나온 가족,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노부부를 보며, 다시 한 번 생각지 못했던 여유를 느낄 수 있어 이 도시에 머무르는 내내 ‘여유’에 관해 생각을 하게 됐다. 누군가는 기차를 갈아타기 위해 거쳐가는 분주한 대합장만을 기억하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풍요로운 여유를 맘껏 누릴 수 있게 하는 국경도시, 바젤. 잘 정리된 도시를 트램길을 따라 걸으며, 자기만의 여유를 가져도 좋을 듯한 곳이다.

    여행TIP

    △트램길을 따라 걷다 보면 중앙역, 팅글리분수, 시청광장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바젤에는 스위스 최고의 공립 미술관인 바젤 미술관이 있으며, 이 외에도 30여 개의 미술관이 있는 문화의 도시이다.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독일, 프랑스, 스위스의 300여 개의 미술관을 둘러볼 수 있는 ‘박물관 여권’(Museum Passport)을 구입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바젤 시청사와 광장을 둘러보며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맥도날드)에서는, 케첩을 0.2CHF에 판매를 하고 있으니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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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현
    △ 1988년 창원 출생
    △연세대 원주캠퍼스 정보통계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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