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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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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 청춘블루스] 청춘 3호, 줌마들의 츄러스 연예인 이상준

안정된 직장 버리고 푸드트럭 창업
행복 츄러스 만들러 오늘도 달려 달려

  • 기사입력 : 2015-05-12 15: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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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마산회원구 삼계읍에서 이상준 푸드트럭 '츄러스 스테이션' 대표가 완성된 츄러스 사이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성승건 기자/

    지친 삶에 위안이 되는 소소한 순간들이 있지요. 따뜻하고 촉촉한 츄러스(외래어 표기법은 '츄러스') 한입도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때가 있을 겁니다. 저는 그런 행복한 츄러스를 만들고 싶은 남자, 청춘 3호 '츄러스 스테이션'의 이상준입니다.

    저는 평범한 스물여덟 청년입니다. 끈기도 부족하고 부끄러움도 많았던 대한민국의 '흔남'(흔한 남자)이었죠.

    그런 제가 1년 전부터 조금 변했습니다. 성취하는 재미를 느꼈고, 사람을 즐겁게 만들기 위한 능청스러움도 생겼고, 꿈을 꾸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게 됐습니다.

    이유가 궁금하시죠. 짜잔~, 그 비밀은 제 보물인 츄러스 트럭입니다. 저는 1년 전부터 푸드트럭 '츄러스 스테이션'을 운행하고 있습니다. 이 트럭을 몰고 창원 곳곳을 찾아다니며 추러스를 만들어 드리고 있지요.

    작은 트럭 하나로 창업이라 말하기엔 미흡해 보일지 모르지만, 가는 곳마다 줄을 서주는 손님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좀 와달라"며 불러주시는 손님들도 계시지요. 또 짧은 경력이지만 제 노하우를 전수받아서 장사를 하는 분들도 전국 각지에 생겼습니다.

    그래서, 장사가 잘되서 행복한거냐고요? 아닙니다. 저는 츄러스를 만들 때와 그것을 맛있게 먹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
     오늘은 이 고마운 츄러스와의 인연, 그리고 제가 츄러스로 어떻게 행복을 찾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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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마산회원구 삼계읍에서 이상준 푸드트럭 '츄러스 스테이션' 대표가 완성된 츄러스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님에게 전달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왜 트럭장사를 시작했냐고요?

    4년 전, 저는 치과 기공사였습니다. 치기공을 전공하고 치과에 취직했는데요, 1년쯤 지나자 뭔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계처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제가 바라는 삶과 다르다고 생각했죠. 많은 고민 끝에 사표를 냈습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로 했거든요.

    우선 모아둔 돈으로 생애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습니다. 한 달을 꼬박 돌아다녔죠. 생각도 정리하고, 경험도 쌓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여행에서 운명의 츄러스도 만났죠. 스페인 전통 빵인 그 츄러스가 저에겐 정말 맛있었어요. 그땐 막연히 '저렇게 맛있는 추츄러스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정도로 생각했었죠.

    한국으로 돌아와 구체적인 창업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생각해 보니 저는 제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 맛있게 먹을 때가 가장 즐겁더라고요. 야심차게 식당 창업을 결심했죠. 정부의 청년창업지원을 받아서 작은 가게를 창업하겠다고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어요. 정부지원금은 아무것도(담보, 직장) 없는 저에겐 해당사항이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도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푸드트럭을 택했습니다. 메뉴는 잊지 못 할 스페인의 그 츄러스로요. 푸드트럭은 적은 투자금으로 많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제 음식을 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죠. 1년간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았고 1500만원으로 트럭과 기기를 샀습니다.

    ▲제 츄러스가 처음부터 맛있었냐고요?

    츄러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근데 말이 쉽지, 만들기가 참 까다로워요. 처음에는 혼자 집에서 연습했는데, 제대로 된 맛이 나지 않더라고요. 결국 집 밖으로 나와서 소문난 츄러스 가게를 찾아서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습니다. 일을 도와드리고 노하우를 배우려고 했는데 거절도 많이 당했죠. 그러다 다행히 좋은 사장님을 만나서 기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의 도움으로 저만의 츄러스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장사하기 전에 츄러스를 꼭 먼저 먹어봅니다. 맛이 없으면 반죽을 다 버리고 새로 만들어요. 맛 없는 츄러스는 팔지 않는다는 게 제 철칙이거든요.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은 아예 장사하지 않습니다. 추러스가 눅눅해져서 최고의 추러스를 드릴 수 없거든요

    또 늘 청결한 환경과 깨끗한 기름을 유지하는 것도 맛의 비결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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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마산회원구 삼계읍에서 이상준 푸드트럭 '츄러스 스테이션' 대표가 츄러스를 만들고 있다./성승건 기자/>


    ▲어떻게 줌마들의 인기 '츄러스'가 됐는지 궁금하시죠?

    제 주 고객은 아기 어머니들입니다. 네이버에 '츄러스 스테이션'을 검색해보시면 알 수 있는데요. 많은 주부들이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제 츄러스에 대한 애정 어린 후기를 남겨주시죠.

    근데 사실 저도 주부들이 주 고객이 될 줄은 몰랐어요. 아마도 원인은 제가 처음 장사를 했던 장소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장사 초기 손이 빠르지 않아서, 연습 삼아 집 앞에서 장사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2014년 5월 23일이었죠. 처음 푸드트럭 문을 열었고, 초등학교 3명이 첫 손님이었어요. 근데 그 아이들이 20명을 몰고 왔고, 또 그 친구들이 더 많은 친구들을 데리고 왔죠. 그렇게 입소문이 나면서 아이들과 그들의 엄마들까지 츄러스를 사러 오셨죠.

    운이 좋게도 유명 블로그와 경남지역 엄마들의 카페에 제 츄러스가 소개되면서 손님들이 갑자기 늘기 시작했어요. 기술이 숙련되기도 전이라 속도를 높이기 위해 매일 새벽 공터에서 추러스를 만드는 연습을 해야 했죠.

    손님들의 호응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푸드트럭 특성상 저는 늘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통해서 장소를 미리 알려드리는데, 장소에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는 분들도 많았고, 제 차를 쫓아와서 츄러스를 사겠다는 손님도 있었죠. 정말 화장실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몰려들었고, 손이 부족해서 어머니께서 일을 도와주시기도 했습니다.

    많은 아기 엄마들을 만나다 보니 제 성격도 많이 변했어요. 제가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였어요. 제 츄러스를 맛있게 드시는 분들은 다 기억이 나더라고요.(웃음) 단골을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고, 임산부에게는 꼭 1개씩 더 줬어요. 뱃 속 아기 몫으로요. 그러면 손님들이 좋아하시고, 그게 또 제 즐거움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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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마산회원구 삼계읍에서 이상준 푸드트럭 '츄러스 스테이션' 대표가 완성된 츄러스를 봉투에 담고 있다./성승건 기자/>

    ▲푸드트럭으로 장사할 만하냐고요?

    푸드트럭 장사는 장점도 많지만 여러모로 힘든 일이에요. 자리를 선점하기도 힘들고, 신고에 의한 단속도 애로사항이죠. 정부에서 푸드트럭 합법화하는 규정을 만들었다곤 하는데, 장소가 너무 한정적이라서 실효성이 없더라고요. 장사할 자리를 못 잡아서 4시간씩 트럭을 몰면서 돌아다닐 때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저와 같은 업종이 많이 생기면서 고민도 많아졌어요. 경남에서는 제가 츄러스 푸드트럭을 가장 먼저 시작했는데, 츄러스가 유행하면서 비슷한 가게들이 너무 많이 생겼거든요.(그래도 단골은 100%로 유지하고 있답니다.) 요즘은 츄러스를 기반으로 더 발전적인 아이템을 고민하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에요.

    실은 가게를 차려줄 테니 장사를 해서 수익을 나누자는 제안도 여러 번 받았는데 거절했어요. 저는 제 츄러스를 만드는 일을 노동으로 바꾸고 싶지 않거든요.
     
    ▲언제까지 장사를 할거냐고요?

    푸드트럭을 평생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유는 나이 때문이에요.(웃음)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일을 하니까 허리와 무릎에 무리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30살까지만 푸드트럭 장사를 하고, 이후에는 가게를 운영할 계획이에요. 그래서 그 가게를 창원의 명소로 만들고 싶어요.

    그 이후에는 청년창업지원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저처럼 돈은 없지만 열정과 패기, 그리고 아이디어가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는 일을 하고 싶거든요.

    이렇게 꿈을 꾸고 도전을 하는 것이 제가 매일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원동력 같아요. 그리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면 사람들이 알아줄테니까, 실패도 두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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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취업과 꿈 사이에 고민하는 친구들이 있겠죠?

    제 주변에도 취업준비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회사의 일이 자기와 맞지 않아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저처럼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죠. 그런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자신을 믿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보라고요.

    20대에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괜찮지 않을까요. 실패하더라도 금방 일어설 수 있고, 그렇기에 성공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은 거잖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생길 거라 믿어요.

    저도 그렇게 믿고 매일매일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 달성하고 있거든요. 거기서 나오는 성취감과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또 자신감도 생기고 또 다른 나, 내가 좋아하는 나를 만날 수도 있어요.

    걱정하고 한탄하는 시간은 너무 아깝잖아요. 자, 종이를 펴고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한번 적어보세요. 그리고 시작해보세요. 당신의 꿈도 이뤄질 겁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위 기사는 인터뷰를 토대로 기자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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