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세계 3대 불교유적지 바간

숨막힐 듯 아름답구나… 해질녘 파고다의 붉은 행렬

  • 기사입력 : 2015-05-07 22:00:00
  •   

  • 예전부터 명성은 자자했지만 이제서야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미얀마. 독재정권이 물러나고 개방의 물결이 시작된 미얀마. 소문만 무성하던 미얀마가 드디어 베일을 벗고 여행자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세계 불교 3대 유적지 중 하나인 고대 유적도시 바간을 만나러 가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버스가 아니라 보트였다.

    바간을 먼저 다녀온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서양인 여행자들의 얘기를 귀 기울여 보니 슬로 보트를 타고 가는 길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다고 했다.

    에이야와디 강을 따라 배를 타고 가다 보면 강가에 사는 미얀마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데 그 풍경이 꽤나 신비롭고 멋지다고 해 고민할 것도 없이 배표를 예약했다.

    메인이미지
    끝없이 이어지는 바간의 파고다군.

    새벽 5시 반에 출발하는 보트를 타기 위해 서둘러 하루를 시작했다. 대략 11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꽤 긴 시간을 배에서 보내야 하니 읽을 책도 준비하고 간단한 간식도 챙기고 설레는 마음도 함께 출발하는 배에 실었다. 배가 출발함과 동시에 깜깜했던 새벽 여명과 함께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자 주변의 풍경과 사람들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60년대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미얀마의 사람들. 그들은 예전 우리네 모습처럼 강가에서 목욕을 하고 강물로 밥을 짓고 아이들은 수영을 하며 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듯했다. 중간중간 배가 정차하는 작은 선착장에서 만났던 순수한 미얀마인들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거나 미소를 선물했고 여행자들은 미얀마어 밍글라바로 화답을 했다. 나를 비롯해 이국에서 온 여행자들은 그 모습이 아시아의 신비로운 모습이듯 사진에 담아냈지만, 다섯 시간이 지나고 뜨거운 햇빛이 머리 위를 강타하자 주변의 풍경 대신 어서 빨리 이 배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사실 평화로운 풍경임에는 분명하지만 아시아인인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인지라 서양인들 만큼 신비로운 분위기는 아니었던 거다. 장시간 동안 한자리에서 딱히 움직이지도 못하고 뜨거운 태양을 그대로 마주하며 가다 보니 그때부터 지옥과 같은 이동시간이 나를 압박했고, 오후 4~5시경 도착한다는 배는 기약 없이 엔진을 덜덜거리며 전진해 갔다.

    일몰이 되어 주변 풍경이 깜깜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자 숙소도 예약하지 않고 낯선 도시에 도착한다는 두려움이 나를 압박했고 예상보다 훨씬 늦은 저녁 8시경에 바간 보트 터미널에 도착했다. 우려했던 대로 같이 내린 여행자들은 저마다 예약해 놓은 차를 타고 순식간에 사라졌고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에서 나 홀로 남겨져 호객꾼들과 외로운 사투 끝에 겨우겨우 여행자 거리에 입성할 수가 있었다.

    긴 시간 힘들게 도착한 바간은 역시 명성대로 환상적인 천년고도 유적도시였다. 광대한 지역에 약 2000개가 넘는 파고다와 유적지가 넓게 퍼져 있기 때문에 걸어 다니면서 구경하기는 불가능한 일.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마차 또는 자전거를 빌려서 다니는데 1000년 전에도 다녔을 마차로 바간을 둘러보는 일은 정말 낭만적이었다.

    첫날은 숙소에서 나처럼 홀로 온 네덜란드 친구와 함께 마차를 빌려서 자전거로 가기 힘든 멀리 있는 파고다부터 둘러봤다. 바간왕조의 크고 작은 사원들 사이로 마차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세상과 동떨어진 곳을 여행하는 기분이었고 시간을 하염없이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에 휩싸이게 했다. 마차를 타고 달리다 보니 미얀마 여인들도 아이들도, 가끔은 남자들도 얼굴에 개나리색이 칠해져 있는 게 보여 마부에게 물어보니 천연화장품 ‘타나카’라고 했다.

    미얀마의 강렬한 직사광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고 미백효과까지 있다고 했다.

    aa.jpg


    호기심 많은 내가 신기하게 쳐다보니 사원을 지키던 아주머니가 “Are you try?(해볼래)”라고 묻길래 주저 없이 얼굴을 들이밀고 미얀마인처럼 타나를 바르고 나니 그런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미얀마인들이 “뷰티플 뷰티플”이라고 말해줬다. 쑥스럽기도 하고 뭔가 현지인들과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 바간여행의 출발부터 절로 신이 났다.

    기분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더욱 친근해진 미얀마. 다그닥 다그닥 마차소리를 BGM(배경 음악) 삼고 주변을 스치는 풍경들은 하나같이 그림 속의 한 풍경. 어쩜 내가 달리는 이 마차 역시 다른 여행자에겐 하나의 풍경처럼 보이겠거니 생각이 들었다. ‘황금모래 언덕의 파고다’라는 뜻의 쉐지공 파고다, 가장 보존이 잘되어 있고 아름다운 여성미를 자랑하는 아난다 사원, 일몰이 아름다운 쉐산도 파고다 등을 둘러 보니, 미얀마에서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생활이라는 말이 몸으로 와 닿았고 특히나 쉐산도 파고다에서 일몰을 기다리며 바라본 바간의 풍경은 숨막힐 듯 아름다웠다. 눈앞에 펼쳐진 빨갛게 물들어가는 바간의 평원, 끝없이 이어지는 파고다의 행렬. 세계의 유명한 유적지들은 모두 ‘피의 역사’가 숨어 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문화유산은 대부분 노예나 민중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무력을 행사하며 강제동원되어 만들어낸 것들인데 바간의 유적지는 파고다를 만드는 일이 현세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공덕 쌓는 일이라 생각한 미얀마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인류가 자랑할 만한 진정한 문화유산이다. 미얀마인들의 불심과 자부심이 담긴 유적지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어떤 여행지에서보다 더 큰 감동이 일몰과 함께 내 가슴속에 들어왔다.

    미얀마에서 첫날 내가 마주한 것은 무거운 배낭과 어설픈 영어, 혼자라는 두려움이었다. 떠남은 새로운 설렘을 주지만 일상과 다른 풍경에 작아지기도 소심해지기도 하는 법. 익숙한 동남아의 풍경은 편암함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게 또다시 혼란만을 가중시켰다. 엄청난 인파, 낯선 화폐와 알 수 없는 글자들, 수많은 차량과 오토바이, 몰려드는 호객꾼들까지, 과연 미얀마에서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던 첫날,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던 여행이기에 매순간 선택이 필요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하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기도 했고, 때로는 그렇지 않기도 했다.

    화려한 풍경을 기대하고 온 것이 아니었기에 길에서 만난 인연들이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즐거움을, 때로는 아쉬움을 내게 남기고 떠나갔다. 익숙한 불교사원들이 즐비한 곳이라고 생각했던 바간은 장엄하고 숨막히는 풍광과 여유로운 옛 정취, 너무나 순수한 사람들까지 어우러져 나에게는 완벽한 여행지가 되어버렸다.

    마르코폴로는 ‘동방 견문록’에서 바간을 평온과 행복이 가득한 사람들의 땅으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는 도시로 꼽았다고 한다. 나 역시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하루하루 머무는 날이 더해질수록 미칠 듯이 더운데 자꾸만 갈수록 심장이 뜨거워진다.


    ◇ 여행 팁

    · 미얀마는 사전 비자가 필요한 국가이다.

    · 항공권 준비 전 한국에서 비자부터 발급해야 한다.

    · 화폐는 미얀마 통화 짯이 사용되지만 국내선 항공료, 유적지 입장료, 호텔비는 달러를 받는 경우가 많으니 짯으로 전액 환전하면 안 된다.

    · 미얀마의 대부분 지역에는 외국인들에게만 받는 지역 입장료가 있는데 숙소에 체크인을 할 때 이 영수증 번호를 요구할 때가 있으니 영수증을 잘 챙겨둬야 한다.

    aa.jpg
    △박미정

    △ 1980년 창원 출생

    △합성동 트레블 카페 '소금사막' 대표.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슬기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