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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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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풍수지리] 고택과 전원주택의 공통점

  • 기사입력 : 2015-05-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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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의령군에 위치한 망우당 곽재우 장군 생가와 백산 안희제 선생의 생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곽재우 장군은 선조 25년(1592) 4월 13일 (음력)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대륙침략 야욕으로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전쟁 발발 9일 만인 4월 22일에 이곳 세간마을에서 전국 최초로 의병을 일으켰다. 장군의 생가는 조선중기 남부지방 일반 사대부의 전형적인 가옥구조로 안채와 사랑채, 별당, 큰 곳간, 작은 곳간, 중문간 행랑채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2005년에 복원정비를 했다. 주산(主山)은 수형(水形·물결 모양)산으로 지맥에 순행해 향(向·집의 앞쪽 방향)을 놓았으며 사랑채의 좌청룡(좌측 산) 옆에 흐르는 계곡은 ‘형지기축(形止氣蓄·형이 그치면 기가 쌓인다)’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솟을대문은 우측 산인 우백호 방향에 있으며 정면에 있는 담장은 대문으로부터 불어오는 흉풍을 양기가 성한 바람으로 바꿔 집안에 생기가 돌게 했다. 사랑채의 안산(案山·집의 앞쪽에 있는 산)은 너무 멀리 있어서 흉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그나마 담장이 안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 하겠다. 사랑채를 지나 중문을 통해 들어가는 안채는 기품이 있으면서도 아늑하게 보였지만 우측 산인 백호의 끝부분이 무정하게 벌어져 있어서 흉풍이 세차게 불었다. 하지만 허한 지점에 큰 곳간이 있음으로 해서 비보(裨補·흉한 곳을 막아 줌)가 돼 안채는 생기가 감돌았다. 안채의 안산도 멀리 떨어져 있어 살기를 막을 수 없었으나 담장 밖의 천연기념물 제302호로 지정된, 나이가 5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세간리(世干里) 은행나무가 안산 역할을 함으로써 동수비보(洞數裨補·나무나 숲으로 살기를 막음)가 됐다. 또한 주산이 장군의 집을 환포(環抱·사방으로 둘러쌈)해 양명한 기운을 전달하고 있으므로 생기택(生氣宅·생기가 있는 집)이었다.

    백산 안희제 선생은 일제 강점기에 근대화 운동에 앞장섰던 실업가이면서 조국의 광복운동에 헌신했던 애국지사다. 마을 입구를 기운이 들고나는 수구(水口)라 하는데 입산마을 입구는 특이하게도 느티나무 두 그루가 대문의 기둥처럼 양쪽에 있어서 마을에 항상 좋은 기운이 감돌게 했다. 선생의 생가는 일반 농가 형태의 배치를 한 가옥으로 안채와 사랑채, 부속사로 이뤄져 있었다. 안채는 6칸 크기의 팔작지붕 건물로서 높게 지어져 있으며 사랑채는 초가로 돼 있는데, 안채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구조는 비슷했다.

    주산은 금형(金形·바가지를 엎어놓은 형상)산이며 지맥에 순행해 생가의 향을 놓았고 솟을대문은 우백호의 방향에 위치해 있었다. 안산이 멀리 있어 흉풍이 사랑채를 치는 것이 단점이지만 주산에서 뻗은 좌청룡과 우백호는 생가를 환포해 장풍(藏風)이 잘 되고 있었으며 대문이 향을 따라 곧게 뻗은 도로를 보지 않기 때문에 ‘직탕괄대개흉(直蕩活大皆凶·물의 나가는 모습이 곧으면 재물이 산지사방으로 흩어진다)’에 해당되지는 않았다. 대문과 우물이 틀어져 있어서 찬 기운이 감돌지는 않았으며 마당은 직사각형으로 속이 깊은 집이었다. 터의 기운이 좋으면서 사랑채가 드물게 초가로 돼 있어 마치 선생의 청빈함과 고결한 성품을 말해주는 듯했다. 안채는 사랑채가 안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어서 흉풍과 살기를 피할 수 있는 구조였다. 전원주택도 주택 앞에 작은 주택이나 창고 등이 있으면서 주산이 병풍처럼 주택을 감싸주면 좋지만 계곡의 연장선상에 위치하면 절대 안 된다. 전원주택의 경우 혈(穴·능선의 가장 생기를 머금은 곳)자리에 반드시 지을 필요는 없다. 능선의 연장선 위에 있으면서 주변보다 꺼지지 않고 계곡의 연장선이 아니면 족하다는 뜻이다. 물론 이제는 나 홀로 전원주택보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함께 거주하는 전원주택 동호인 수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동일한 장소라 하더라도 터의 기운은 다르기 때문에 되도록 터의 기운이 좋은 곳을 선점해 보금자리를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원주택은 연못 조성과 석축을 쌓거나 마당이나 집안 내부, 또는 건축용 자재로 대리석이나 돌을 사용하는 것은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 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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