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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지금은 ‘푸른 황금’ 물의 시대- 이송희(K-water 경남부산지역본부장)

  • 기사입력 : 2015-04-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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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기의 기술혁신과 산업의 발달로 삶의 질은 그 이전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경제발전과 기술진보는 석유의 가치를 우선하는 시대를 만들었고, 그래서 석유는 ‘검은 황금(Black gold)’이라 불리며 세계를 지배하는 힘의 상징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급격한 기후 변화로 지금의 인류는 석유의 자리를 물이 대체하는 이른바 ‘푸른 황금(Blue gold)’의 시대에 살아가야만 한다. ‘엘니뇨’와 ‘라니냐’와 같은 이상기후로 인해 강수의 불규칙성은 크게 증가했고, 이용 가능한 수자원은 점차 감소되고 있다.

    2010년 12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시위인 ‘아랍의 봄’은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과 식량부족이 주원인이었다. 충분하지 못한 물이 중동지역의 정치, 문화, 경제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은 그동안 막연한 불안으로 여겨졌던 ‘물 부족 현상’이 우리에게 구체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21세기야말로 깨끗하고 풍부한 물이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새삼 UN이 지정한 ‘물부족 국가’라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는 물 문제에 있어 그리 편안하지 못한 실정이다.

    물의 수급을 위한 지형적, 공간적 여건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불리한 데다가 최근에는 기후변화까지 겹쳐 물에 관한 한 안심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지난 2002년과 2003년에는 오원천의 수리권을 놓고 전주시와 임실군이 마찰을 빚었고, 2005년에는 동두천시와 연천군이 취수원 문제로 다툼을 벌였다. 우리 경남지역에서도 부산시와 경상남도가 장기간 물로 인한 갈등을 빚고 있다.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물 문제를 풀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저수지나 댐 등의 물그릇을 마련하는 것이다. 실제 우리와 수자원 특성이 유사한 일본의 경우 최근 10년간 370여 개의 크고 작은 댐 건설을 통해 현재 진행형 수자원 확보를 하고 있으며, 중국도 소양강댐 저수량의 13배에 달하는 싼샤(三峽)댐을 건설하는 등 물그릇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변 국가의 행보와 같이 수자원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하지만 그리 녹록하지 않다. 소양강댐이나 충주댐, 안동댐, 합천댐 등과 같이 비교적 규모가 큰 댐은 효율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더 이상의 개발 적지를 찾기가 어렵다.

    사회 각계에서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강변여과수를 활용한 대체수자원 개발과 기존의 노후저수지 정비 및 유역통합 물관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자연환경을 보존하려는 국민적 요구와 물그릇 확보라는 현실적 문제를 충족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소통과 이해, 신뢰와 배려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전제돼야만 진정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불규칙한 이상기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양질의 물을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얼마나 많은 양을 가지고 있는가가 곧 국가의 부(富)를 상징하고 미래성장을 보장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더 혹독한 조건의 이상기후 속에 살아가야 할 후손들에게 맑고 깨끗한 물을 충분히 담보해 주는 약속과 실천이야말로 ‘푸른 황금(Blue gold)’의 시대에 존재하는 우리들의 책임과 의무다.

    이송희 (K-water 경남부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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