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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벽화로 새로 태어나는 마을

담장에 꽃 피니 마을엔 웃음꽃

  • 기사입력 : 2015-04-1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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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화마을 조성 이전의 창원시 의창구 두대동./창원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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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벽화조성 사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벽화를 그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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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화를 그리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성승건 기자/


    ‘동쪽 벼랑’이란 뜻을 가진 동피랑마을은 지금은 통영 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단어가 됐지만 2006년까지만 해도 재건축이 예정된 낡은 언덕위 마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마을은 벽화로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마을 가운데 하나로 다시 태어났다. 재건축으로 이 마을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 푸른통영21 추진협의회 윤미숙 사무국장이 생각한 일이었다. 전국에서 온 미대생들이 합심해 벽화를 그렸다. 손수 그린 아름다운 벽화와 골목길, 통영의 해안이 어우러지는 사진들이 퍼져 나갔고 지금은 전국에서 사람들이 골목 위 벽화를 보기 위해 몰려들어, 곳곳에 주민들이 사니 조용히 해달라는 문구를 붙여놓아야 할 정도가 됐다. 동피랑 효과로 벽화마을의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창원 두대동에서는 시민의 안전을 위한 벽화마을 만들기를 시작했다. 한편에서는 무분별한 벽화 조성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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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 가고파꼬부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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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 장란벽화마을

    ◇벽화, 마을을 바꾸다

    창원시 의창구 두대동에서는 지난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20일에 걸쳐 8건의 방화사건이 발생했다. 동네 뒤편 야산과, 배수지, 두대터널 옆 텃밭, 공원 주차장 등지에서였다. CCTV도 거의 없고, 별다른 단서를 남기지 않은 연쇄방화로 사건을 공개수사했다.

    창원중부경찰서 생활안전계 박영만(54) 경위는 용의자를 찾으러 두대동을 계속 순찰하면서 이 지역의 지형과 상황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두대동은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의 창원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생긴 이주단지로 대부분 집들이 오래된 것이었다. 재개발 예정지역이다 보니 집에 손을 대지 않아 건물벽들이 다 낡고 해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창원 내에서 다른 곳보다 월세가 싸 외국인 근로자나 외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박 경위의 눈에는 두 집 사이의 간격이 좁아 어둡고, 마을 골목길이 부채꼴 모양으로 나, 길이 꺾이는 부분이 많은 것도 눈에 들어왔다. 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지형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무질서들이 주변에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어요. 쓰레기도 하나 버려진 곳에 계속 사람들이 버리게 되듯이요. 그러니 반대로 생각하면, 이 마을을 깨끗하게 하면 그런 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것이지요. 생기를 불어넣어 안전한 마을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박 경위는 벽화를 떠올렸다.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해보기로 했다. 벽화봉사단체를 섭외했고, 창원시 건축경관과에 페인트비 지원을 요청했다. 두대치안센터 황교현(59) 센터장은 집집마다 돌며 동의서를 받았다. 재개발이 될 수도 있는 지역인데 왜 이런 걸 하냐는 싸늘한 반응에도 최소한 5년 이상은 걸리니 있는 동안에라도 깨끗하고 안전하게 사는 것이 좋지 않냐며 설득해 나갔다.

    지난 3월 21일에 열린 1차, 지난 11일 한 2차 작업에는 벽화봉사단체 하늘벽화봉사단과 STX봉사단, 팔룡동주민자치위원, 창원중부경찰서 등 150여명이 참여해 마을에 색을 입혔다. 동네 입구에는 두대동의 우리말 이름인 ‘언덕 봉우리 마을’을 적었다. 낡아 벽에서 일어나고 있는 페인트를 손으로 잡아 떼고, 거무튀튀한 회색벽을 파스텔톤으로 칠했다. 그 위에선 매화와 감꽃이 피어났고, 무지개도 떠올랐다. 웃는 아이들의 모습, 색색의 구름도 벽을 감싸 마을을 바꿔놓았다. 마을이 환해졌고, 쓰레기도 사라져 주민들도 반응이 좋았다. 다들 자기집 그림이 제일 예쁘다고 자랑한다고 했다.

    “우리 동네를 이렇게 환하게 만들어 줘서 고맙지. 우리 집을 안해 줘서 문제지만, 하하.” 이순선(68·창원시 의창구 두대동) 할머니의 말이 끝나자 김영자(75) 할머니와 조경자(70) 할머니도 나와 거든다. “좋지, 얼마나 좋노. 저 집 해주지 말고 우리 집 칠해 도라.” 할머니들은 오랜만에 벽화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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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 강주벽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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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 황산벽화마을.

    ◇벽화, 마음을 환하게 칠하는 일

    “마을도 깨끗해지는데, 제 마음까지 환해져요!”

    손과 옷, 머리카락에 페인트가 묻는 것은 다반사, 얼굴에도 색이 묻어버렸지만 입가에서 미소는 떠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종이컵에 페인트를 나눠받아 가족과 친구끼리, 또는 회사동료와 함께, 삼삼오오 모여서 붓을 들고 벽앞에 달라붙는다.

    마을벽화를 그리는 데 가장 많이 드는 것은 인건비다. 이 때문에 벽화마을을 조성할 때는 대부분 동아리나 봉사단체의 힘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두대동 마을벽화를 그린 ‘하늘벽화봉사단’은 하늘벽화 엠에스기업으로 경남형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된 곳으로, 사천 비토섬을 벽화로 꾸며 토끼와 거북이 마을을 조성한 것을 비롯해 창원 용지호수 담장과, 장유 기적의 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등 벽화가 필요한 곳에 봉사를 하고 있다. 5000여명이 속해 있는 이 단체는 지난 2008년 정식으로 등록해 24개 지부를 두고 남부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는 1998년부터 벽화봉사에 뛰어든 김용환(40·김해시 장유2동)씨가 창단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조각을 전공한 김씨는 원래 벽화를 업으로 삼고 있었으나, 그림이 계속 돈으로 보이는 것이 싫다가 우연히 참여한 벽화봉사가 가슴에 남아 이 일을 시작했다.

    “벽화봉사는 일단 재밌습니다. 어린아이들부터 어른까지 가족 모두가 같이할 수 있어서 좋고요. 특히 작업을 한 장소가 남아있고, 적어도 6년간은 지나갈 때마다 보이니까 뿌듯하죠. 또 낡고 더러운 벽이 여러 사람의 힘으로 바뀌는 뚜렷하고 분명한 변화를 볼 수 있으니 좋고요. 다 일을 나눠서 하는데 나중에 보면 하나의 큰 결과물을 얻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벽화를 그리지 말라 했던 집에서도 다시 칠해달라고 요청이 왔고, 골목안 집들도 그림을 그려달라고 재촉하고 있다. 힘들여 칠해놓고도 좋지 못한 소리를 듣는 경우도 다반사지만 봉사자들이 즐거워하고 뿌듯해하는 모습, 벽화를 그려 동네가 달라졌다며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늘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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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유등리벽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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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 망경벽화마을.

    ◇벽화마을의 과제

    통영 동피랑의 성공으로 벽화가 마을을 바꾼다는 인식이 생기고, 마을만들기 사업이 진행되면서 늘어가고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마을 고유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벽화에 마을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으면 그 마을만의 색을 잃고, 비슷비슷한 벽화들로 덮일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마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내용, 그림들이 되레 마을을 해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통영 동피랑은 지난해 처음으로 ‘동피랑 벽화마을 비엔날레’를 열었다. 단순히 2년마다 벽화를 새로 칠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형식을 바꿨다. 참여작가를 공모해 벽화의 수준을 높이고, 시민공동벽화를 기획해 동피랑 주민, 통영시민들이 참여하는 공동작품을 추진하는 것이다. 또한 벽화마을 만들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마을로 들어간 예술- 공공예술의 ‘현재성’을 말하다’를 주제로 심포지엄과 집중토론도 마련했다. 대안을 내보자고 하는 것이다.

    벽화에는 예전보다 훨씬 민감해진 저작권 문제도 있다.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유명 캐릭터들을 함부로 그릴 수 없기 때문이다.

    벽화의 수명 또한 문제다. 우후죽순처럼 벽화들이 그려지고 있지만 벽화의 수명은 6~8년으로 짧다. 벽화를 새로 칠하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면 얼룩덜룩해져 자칫 벽화를 그리지 않았을 때보다 더 지저분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따라서 벽화마을이 생겨나는 만큼, 후속관리도 필요하다. 벽화마을 조성 이후에는 단체와 협약을 맺거나 마을 자체에서 이후 보존을 위해 페인트칠을 한다든지 하는 의지가 필요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투입돼야 유지될 수 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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