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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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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냉정과 열정 사이' 피렌체

내 사랑도 저기 있을까, 붉은 벽돌 수놓인 낭만 도시

  • 기사입력 : 2015-04-0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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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토의 종탑에서 바라본 두오모 쿠폴라와 피렌체 전경.

    유럽이라는 대륙을 가야만 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준 내게는 더욱 특별한 이곳, 피렌체.

    대학생이 된 이듬해, 항상 즐거운 봄날과 같은 날들을 보낼 것만 같았던 내가 하루 종일 방에서 혼자 영화만 보고 있었을 때가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건대,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고향 친구들 하나 없이 홀로 타지에 남겨진 것이 혼자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자주 혼자 시간을 보내다 어느 날 우연히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보게 됐다. 피렌체가 배경인 이 영화를 본 이후, 내게 피렌체는 운명과 같은 사랑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랑을 만나는 곳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나의 버킷리스트에 ‘피렌체 가기’가 추가됐다. 결과적으로, 운명의 연인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평생 함께 갈 수 있을 듯한 친구를 만난 곳이다. 그리고, 2013년 여름. 방학 동안 친구와 한 달간의 유럽 배낭 여행을 통해 나의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게 됐다.

    피렌체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타주(州)의 주도(州都)로, 로마에서 북서쪽으로 200여㎞ 떨어져 있는 곳이다. 중세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장소이기도 하면서,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이탈리아의 예술가 미켈란젤로, 시인 단테, 르네상스 문화를 이끌었던 메디치 가문 등이 피렌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이다.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 스위스 베른을 여행하며 도착하게 된 피렌체. 소나기가 내렸던 런던, 하루 종일 구름이 껴있던 취리히와는 또 다른 8월의 여름이었고 설렘이었다.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중앙역에 도착을 하고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호스텔을 15㎏이 넘는 배낭을 메고서 가는 길이 어찌나 멀게만 느껴지던지…. 누가 유럽 여행은 배낭이라 했던가? ‘배낭 여행’이기 때문에 배낭만을 고수했던 내가 한심하고 불쌍하게 느껴지던 순간 중 하나였다. 배낭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무조건 좋다는 것도 아니라 자신의 여행 스타일에 따라 캐리어를 할지 배낭을 할지 신중한 결정을 해야 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후회도 잠시, 피렌체 이전의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와 숙소에서 다시 만나 짧디 짧은 2일의 피렌체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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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짐을 풀기가 무섭게 피렌체 두오모 성당을 보기 위해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오래전부터 바랐던 나의 소원을 조금이라도 빨리 이루고 싶었기 때문이다. 흔히 피렌체 두오모 성당으로 불리는 이곳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Fiore)으로 1296년부터 140년에 걸쳐 세워졌다고 한다.

    ‘대성당’이란 뜻의 두오모 성당은 흰색, 녹색 그리고 붉은색으로 외부가 꾸며져 화려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다. 피렌체 시내 한 중심에 위치하고 있기에 예전부터 지금까지 피렌체 시민들과 수많은 여행객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피렌체’의 모습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두오모 근처 매표소에서 10유로의 두오모 통합 입장권을 구매하면 두오모 쿠폴라, 조토의 종탑, 산조반니 세례당의 입장이 티켓 개시 24시간 이내에 가능하므로, 자신의 일정에 맞게 위의 세 곳을 자유롭게 입장을 하면 된다. 그중에서도 장장 1시간여를 기다리고, 또 좁고 가파른 계단을 20여분 오르면 닿을 수 있는 두오모 성당의 쿠폴라. 106m의 두오모 쿠폴라(돔)에서는 붉은빛 벽돌로 잘 보존돼 있는 피렌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성당 내부에는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모티프로 한 프레스코화가 천장에 그려져 있으며,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를 감상할 수 있다.

    성당 내부로 들어와 천장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를 보며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어떻게?’였다. 몇백 년 전에 ‘어떻게’ 이렇게 웅장하고 거대한 건물을 지을 수 있었으며, ‘어떻게’ 저렇게나 높은 곳에 벽화를 그릴 수 있었을까. 또, ‘어떻게’ 이러한 문화재를 잘 보존해 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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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진 후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바라본 피렌체.


    두오모 성당 옆에는 조토의 종탑이 위치해 있는데 앞서 말했던 입장권으로 입장이 가능하며 상대적으로 기다리는 줄이 적어 입장이 용이하다. 두오모 쿠폴라보단 높지 않지만, 이곳에서도 피렌체의 전경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두오모 성당을 위에서 바라볼 수 있기에 두오모 쿠폴라와 종탑 둘 중 하나만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종탑에 올라 피렌체의 전경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조토의 종탑은 피렌체 출신 화가 조토와 그의 제자가 함께 14세기 말에 완성한 것으로, 옆의 두오모처럼 흰색, 녹색과 붉은색으로 외관이 꾸며져 있어 두오모 성당의 일부처럼 잘 어울린다.

    그리고 피렌체에는 두오모 성당만큼이나 유명한 건축물이 있는데, 피렌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강 위에 세워진 베키오(Vecchio) 다리이다. 피렌체 출신의 시인 단테가 그의 여인 베아트리체를 만난 곳으로, 운명적인 사랑의 시작이 되는 곳으로 여겨져 수많은 연인들이 이곳에서 사랑을 맹세하고 그 증표로 자물쇠를 채운 뒤 강물에 버렸지만 현재는 다리의 안전을 위해 이러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현재는 귀금속, 보석상점들이 입점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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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노강의 베키오 다리. 밤을 밝힌 불빛이 아름답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해질녘에 찾는 곳이 있다. 바로 미켈란젤로 언덕.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듯한 곳이다. 이곳 언덕에 오르면 두오모 성당뿐만 아니라, 베키오 궁전 등 피렌체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더욱이 넘어가는 태양은 붉은 피렌체의 모습을 더욱 붉게 만들고 이내 그곳에 있는 이들은 노란 불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피렌체의 야경에 넋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친구끼리, 혹은 즉흥적으로 만난 여행자들이 모여 그들만의 시간을 갖는 곳이기도 하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두오모 성당, 두오모 성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조토의 종탑, 피렌체 미술의 보고 우피치 미술관, 피렌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미켈란젤로 언덕, 마음에 드는 가죽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가죽 시장, 길 바닥에 모나리자를 그리던 화가.

    이렇듯 자유롭게, 그리고 무엇인가에 얽매이지 않고 발걸음이 닿는 대로 여행을 했던 곳. 그리고 내가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에 적혀 있었던 곳, 피렌체.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의 두 주인공이 “너의 서른 번째 생일날, 연인들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인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라고 약속을 했듯 피렌체를 떠나기 전에, 나는 나 자신에게 “언젠가는 다시 한 번 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피렌체의 두오모를 바라보자”는 약속을 남겼다.


    여행 팁.

    - 여행 일정이 다 정해졌다면 이탈리아 철도청(트랜이탈리아), 이탈로(Italo)에서 미리 사전예약을 통해 저렴한 기차표를 구하자. 단, 환불 불가, 예약 변경 불가 등의 조건이 있으니 잘 확인하도록.

    - 유레일 패스 소지자도 이탈리아의 고속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요한 구간이 많으니 미리 확인할 것.

    - 72유로의 피렌체 카드(Firenze Card)는 72시간 동안 피렌체의 주요 명소와 미술관 및 박물관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박물관과 미술관 방문을 많이 하는 일정이라면 이를 통해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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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현

    △ 1988년 창원 출생

    △ 연세대 원주캠퍼스 정보통계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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