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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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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풍수지리] 남해 가천마을 암수바위

  • 기사입력 : 2015-04-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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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군에는 다랑논과 암수바위로 유명한 가천(加川)마을이 있다. 가천마을은 남해의 최남단에 위치한 마을로, 설흘산과 응봉산의 정기를 받고 서쪽으로는 여섯 부처님이 탄신해 승천했다는 육조문이 있으며 자식 없는 사람이 지성(至誠)으로 기도하면 아들을 낳는다는 도 민속자료인 암수바위가 있다. 옛날에는 마을이 큰 하천 사이에 있다 하여 간천(間川)이라 불렸으나 조선 중엽에 마을 이름을 가천이라 개명해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다.

    다랑논(畓)이란 산비탈을 깎아서 테두리에 돌을 쌓아 경작지로 만든 계단식 논을 말하는데, 남해 가천마을 다랑논은 산비탈 급경사지에 곡선 형태의 100여 층의 논이 계단식으로 조성돼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명승 제15호로 지정해 보존할 정도로 국내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대규모의 다랑논이다.

    지금은 가천마을 주민(99가구, 175명)들이 채산성이 낮아서 다랑논에 마늘과 시금치를 심어 이모작을 하고 민박을 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경남 민속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된 암수바위는 미륵불(彌勒佛)이라고도 부르는데 숫바위를 숫미륵, 암바위를 암미륵이라 일컫는다. 숫미륵은 남성의 성기와 닮았고, 암미륵은 임신해 만삭이 된 여성이 비스듬히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1751년(영조 27)에 남해 현령(縣令) 조광진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내가 가천에 묻혀 있는데, 그 위로 우마(牛馬)가 다녀 몸이 불편하니 꺼내어 세워주면 필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후 현령은 이 암수바위를 꺼내어 미륵불로 봉안(奉安)했다. 과거에는 암수바위가 ‘기도발’이 잘 받아 아들을 얻기 위한 기도터로 유명했으며, 지금도 득남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다녀간다고 한다.

    필자는 풍수적 궁금증에 이곳을 둘러보게 됐다. 주산인 응봉산은 오행(五行) 중에 금형산(바가지를 엎은 형상)으로 암수바위는 응봉산의 맥(脈)이 이어진 산진처(山盡處·산의 정기가 모인 끝부분)에 위치하고 있었다. 좌청룡인 다랑논이 우백호인 다랑논을 감싸고 있는 유정한 형상이어서 좋은 기운을 가천마을에 응집시키고 있었다. 또한 마을 앞의 탁 트인 바다에 다소 멀리 있기는 하지만 안산(案山) 역할을 하고 있는 우뚝 솟은 소치도는 마을을 향해 불어오는 흉풍(凶風)을 막아주며, 거센 파도가 직접 치고 들어오지 못하게 물길을 분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외청룡과 외백호(계곡을 싸고 있는 산)의 정상 부분은 모나지 않고 양명(亮明·환하게 밝음)한 바위로 이뤄져 있었다. 또한 암수바위 가까이에 위치한 바다로 통하는 계곡(특히 여자에 해당하는 백호 쪽의 계곡)에도 본래부터 있었다는 계곡바위의 모나지 않고 밝은 색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암수바위의 주변에는 크고 작은 바위가 박혀 있는데, 마치 암수바위에 지극 정성으로 빌면 자식(특히 아들)을 많이 낳게 해준다는 암시를 하는 것 같다. 풍수에서는 돌과 바위를 뜬 돌(바위)과 박힌 돌(바위)로 구별하며 박힌 돌(바위)을 귀하게 여긴다. 암수바위의 영험한 ‘기도발’의 원인은 첫째, 외백호와 외청룡의 정상에 있는 바위(특히 여자에 해당하는 외백호의 바위)와 둘째, 계곡의 바위 그리고 셋째, 암수바위 자체와 주변에 박혀 있는 바위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의 커시빙크 박사는 인간의 뇌 속에는 자철광물질이 들어 있어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인간의 뇌 속에 있는 자철광물질(자성을 띤 물질)이 금, 은, 동, 철 등과 같은 성분이 들어 있는 바위와 감응(感應·믿거나 비는 정성이 신령에게 통함)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정성스레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뤄지는 이치이다. 대표적인 예로 남해 보리암, 대구 갓바위, 부산 용궁사 등을 들 수 있으며, 일반인이나 무당 역시 흙산에서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바위산에서 기도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주민 한 분이 주변보다 낮은 집터의 길흉을 묻기에 낮은 터는 ‘함지박터’(조리터)라 하는데, 혹자는 부자 되는 터라 하지만 찬 공기가 항상 아래에 모여 있고 습한 터로 ‘건강을 해치는 터’임을 일러 주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 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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