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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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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 학학주인(學學做人)- 배운다는 것은 사람 되는 것을 배우는 것

  • 기사입력 : 2015-03-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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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가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해에 졸업한 선배 가운데서 서울법대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이가 있었다. 3월에 입학하니 수업에 들어오시는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그 선배를 닮으라고 이야기했다. 지금 회상해 보니, ‘바르게 살아라’, ‘사람이 되라’라는 말씀을 해 준 선생님들을 기억하기가 어렵다. 말씀의 형식은 조금 달라도 요지인즉,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진학해서 좋은 직업 얻어라’는 것이었다.

    필자의 동문 가운데 국무총리부터 감사원장, 장관, 국회의원 등등 소위 말하는 출세한 사람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근년에 비리로 구속된 사람이 유독 많이 나왔다. 당시 “출세도 중요하지만, 올바르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는 말씀을 해 주는 선생님들이 많이 있었으면, 이런 비리가 나오지 않았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요즘 부쩍 많이 든다.

    그 당시는 국민소득 68달러에서 시작한 경제개발 5개년계획 등에 따라 잘살아 보자고 발버둥을 치던 시대라, 선생님들도 그런 말씀을 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후로 경제가 계속 발전해 지금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되어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윤리도덕이 무너져 사회는 혼란해지고 패륜적인 범죄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 너나 없이 탄식은 하지만 세상은 날로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왜 이럴까? 학교교육에서 지식교육만 하지 사람 되는 교육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 부흥운동을 일으켜 인성을 회복한다고 하지만, 출판사나 말재주 좋은 인사들의 지식장사만 도와주고 있다. 학교에서 눈에 보이는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올바른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해야 한다.

    학교는 현실적으로 입학시험과 취직시험으로 바쁘기 때문에 사람 되는 교육에 전념하기가 쉽지 않다. 학교에서 하기 어려운 사람 되는 교육을 맡을 기관이 있다. 바로 각 시군에 있는 향교(鄕校)다.

    항교는 옛날의 국립학교였다. 향교의 교수는 국가에서 파견하는 관원이었다. 거기서 사서삼경, 역사, 문학 등도 공부하지만 생활예절, 활쏘기 등도 가르쳤다. 전인적(全人的)인 인재를 길러내는 학교였다.

    고구려(高句麗) 때 372년에 이미 태학(太學)을 설치해서 국가의 인재를 길렀고, 마을마다 경당이라는 학교를 두어 학문과 무예를 익히게 했다. 신라(新羅)도 국학(國學)을 설치해서 학업을 장려하고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인품이 훌륭하면 관리로 발탁했다.

    조선시대에는 전국에 360개의 향교가 있었고, 지금 남한에는 234개의 향교가 남아 있다. 잘 활용하는 향교는 현대식 학교 못지않게 잘 운용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향교가 진주(晋州)향교다. 진주시의 충효교육원을 위탁받아 청소년이나 일반 사회인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연중 쉬지 않고 교육을 한다. 매월 저명인사를 초청하여 유학 초청강연회를 개최한다.

    작년부터는 향교 담당자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경남유교대학을 설립해 경남 각지에서 학생을 모집해 유학, 한문학, 고전 일반에 대한 강의를 한다. 강사진은 전국 각 대학에서 각 분야 최고 권위자들을 초빙해서 강의를 하고 있다.

    앞으로 현대식 학교에서 못하는 ‘사람 되는 것을 배우는 학교’로 진주향교가 다시 생명을 얻을 것으로 본다.

    * 學 : 배울 학. * 做 : 될 주.

    * 人 : 사람 인.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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