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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사찰순례 ⑤ 남해 보리암

해수관음성지 품에서 ‘참 나’를 찾다
원효대사가 관세음보살 친견 후 창건
조선 개국 때 이성계 백일기도 하던 곳

  • 기사입력 : 2015-03-1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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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 금산 보리암 해수관음상 앞에서 불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뒤편 오른쪽은 보리암 예성당 건물.

    절을 찾는 것은 나 없는 세상에서 나를 찾는 일이다.

    3월 초순, 남녘의 길가에는 속일 수 없는 봄기운이 묻어난다. ‘참 나’를 만나기 위해 남해 바다에 접해 있는 남해의 영산 금산(해발 681m) 보리암(菩提庵)을 찾았다.

    남해 보리암은 예로부터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해수관음성지로 불려 왔다. 관음성지는 관세음보살이 상주하는 성스러운 곳이란 뜻으로, 이곳에서 기도발원을 하게 되면 그 어느 곳보다 관세음보살의 가피를 잘 받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금산 보리암은 전국 3대 기도처답게 영험이 있어, 기도하면 한 번쯤은 소원을 성취한다고 알려지면서 수많은 불자와 일반인들의 방문이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보리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쌍계사의 말사이다. 683년(신문왕 3년) 원효가 이곳에 초당을 짓고 수도하면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뒤 산 이름을 보광산, 초암의 이름을 보광사라 지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조선왕조를 연 것에 감사하는 뜻에서 1660년(현종 1년) 왕이 이 절을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 산 이름을 금산, 절 이름을 보리암이라고 바꿨다. 1901년과 1954년에 중수했고, 1969년 중건해 오늘에 이른다.

    보리암은 쉽게 대면을 허락하지 않는다. 산 중턱의 주차장에 차를 대고 1㎞ 정도의 급경사를 걷거나 소형버스로 올라가야 한다.

    금산의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 보리암은 쌍홍문, 상사암 등 금산 38경과 한려수도의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절이다.

    보광전, 간성각, 예성당, 만불전, 산신각, 범종각 등이 절벽을 따라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바다를 향해 서 있는 관음보살은 영험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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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유형문화제 제74호 보리암 전 삼층석탑.

    보리암 전 삼층석탑(경남유형문화재 제74호)은 나쁜 기운을 억누르고 약한 기운을 보충하는 비보(裨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김수로왕의 왕비인 허황옥이 인도 월지국에서 가지고 온 돌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 외에 문화재로, 큰 대나무 조각을 배경으로 좌정하고 있는 향나무 관세음보살상이 있다.

    보리암을 관음성지답게 변모시킨 것은 지난 2010년 11월 주지로 부임한 능원(能源) 스님의 공덕이다.

    능원 스님은 법회를 정례화시키고 자시(子時) 기도를 운영하는 등 불자들의 불심을 증장시키고 있다. 또 다양한 포교활동으로 불법을 홍포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능원 스님은 또 차담이나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주지 방의 문턱을 낮췄다. 불자들은 주지와의 차담이나 상담을 통해 큰 것을 배우지 못한다 해도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다. 불자에게는 절에서 스님과 차 한잔 나누는 것만 해도 큰 행복이다. 종무소를 통해 주지스님과 차 한잔 나누고 싶다고 전해 주면 차담이 가능하다.

    보리암은 지역을 위해 매년 5000만원 이상의 장학금을 내놓고 있다. 다문화가정, 새터민 등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도 자비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이는 모두 지역과 떨어져서는 한국불교의 미래가 없다는 능원 주지스님의 소신 때문이다.

    삶이 치열하다고 느껴지거든 푸른 바다 위 관음성지 보리암 품에 안겨 스스로의 뜻을 맑게 해 보자.

    글= 김진호 기자·사진= 전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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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능원 주지스님

    “불교는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추구, 부처님 말씀은 상식의 사회 지향”

    “불교는 인간과 삶의 의미, 세상에 대한 성찰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종교이자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해 보리암 능원 주지스님은 불교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설명하면서 상식의 사회, 바른길을 걷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리나라 3대 기도도량에 주지로 있는 소감은.

    ▲해가 지고 절을 찾은 수많은 방문객이 어느 순간 빠져나가면 적막감이 몰려온다. 불자들도 하루를 묵으면 고즈넉한 산사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불교를 접하는데 믿음과 이해 두 가지 길이 있다고 하는데 무슨 말인가.

    ▲신, 해(행, 증)라고 한다. 신·해·행·증은 부처의 삶이다. 시작은 믿음이다. 많이 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하나라도 알면 행하는 것, 즉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믿고 아는 것이 있으면 실천해야 한다. 수행하는 스님들도 실천이 없으면 사상누각이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불교를 설명한다면.

    ▲불교가 다른 종교와 다른 점이다. 불교는 종교의 중심이 ‘나’이다. 깨달음만 얻으면 부처이다. 인간 중심의 사고이다. 부처님이 생로병사의 고통을 보며 출가를 결심한 것처럼 불교는 삶의 성찰에서 출발했다. 불교는 인간과 삶의 의미, 세상에 대해 성찰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종교이자 인문학이라고 볼 수 있다.

    -불교의 가르침은 무엇인가.

    ▲현재는 상식이 실종돼 간다. 부처님은 ‘양극’, 즉 고행과 쾌락을 떠난 중도(中道)를 설파했다. 양극을 떠난 중도는 곧 상식을 말한다. 오늘날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이 많다. 상식의 회복이 필요하다. 상식은 보편타당한 옮음이다. 상식적인 가치와 판단을 가진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 상식을 가진 그런 시대가 와야 한다. 부처님의 말씀은 상식의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경남신문 독자들에게 평생 가슴에 담고 살 수 있는 좋은 법문 하나 들려준다면.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고, 서 있는 곳이 진리가 되게 하라’는 말이다. 당의 승려 임제의현의 설법이다. 주인이 되면 전부 진리이다. 부처님처럼 행동하고 말하면 사회와 국가가 불국토가 된다. 이 시대를 사는 내가 주인이 되자. 진리에 입각해 살아라. 그러면 세상이 깨끗해진다.

    김진호 기자

    ☞능원 스님= 1985년 영담스님을 은사로 출가 득도.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구족계 수지. 동국대 선학과 졸업 후 육군 군법사로 포교. 해인사, 직지사, 수덕사, 칠불사 등 제방선원서 17안거 성만. 진주 보광사 주지를 거쳐 2010년 11월 남해 보리암 주지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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