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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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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 일벌백계(一罰백화점戒)- 한 사람을 처벌해 백 사람을 경계하게 만든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5-03-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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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일 아침 7시 42분에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이 리퍼트 주한미국대사의 얼굴을 칼로 찔러 엄청난 상처를 입혔다.

    평소에 통일운동, 반일운동, 반미운동 등에 열을 올리던 김기종이 며칠 전부터 한미군사훈련이 남북대화를 막는다며 군사훈련반대 시위를 하다가 마침내 아침 강연을 나온 미국대사의 얼굴을 칼로 그어 80바늘이나 꿰매는 큰 상처를 입혔다.

    김기종은 나름대로 자기 주장이 있겠지만, 흉기로 사람을 상해해서는 어떤 이유이든 간에 정당화될 수 없다. 지금 전 세계는 테러의 공포에 싸여 있다. 아랍 등 곳곳에서 각종 테러가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 인명을 경시하는 생각에서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김기종의 이런 극단적인 행위도 결국은 이런 세계조류와 관계가 있다.

    자기와 다른 뜻을 가진 사람이거나 극도로 미워하는 사람이라도 폭력을 휘두르게 되면 또다시 자신도 보복적인 폭력을 당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 인터넷에는 벌써 김기종을 영웅시하는 글이 올라 오고 있고, 경찰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유언비어도 돌고 있다. 잔인한 폭력을 찬미해서 되겠는가? 자기 목숨이 귀하면 남의 목숨도 귀한 것이다. 만약 한국대사가 미국에서 피습을 당했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어떠하겠는가? 이런 면에서 보면 미국 사람들은 매우 이성적이고 냉철하다.

    김기종이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법이 권위가 없고, 법 집행이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5년 전 2010년 김기종이 일본대사에게 벽돌을 던졌을 때, 2년 징역을 선고했다가 집행유예로 풀어주고 말았다. 그때부터 그는 일본을 응징한 민족주의적 영웅으로 대접받고 다녔다. 과대망상증이 더욱 커졌다. 무슨 일을 해도 나무라는 사람은 없고 칭찬하는 사람만 늘어나게 되었다.

    지난해 7월 서울시장의 강연을 듣던 어떤 시민의 뺨을 아무런 이유 없이 때려 상처를 입혔다가 7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다.

    법은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합리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상당히 큰 범죄를 저지르고도 집행유예, 기소유예, 사면 등등으로 풀려나오다 보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민족주의자, 사회운동가, 통일운동가 등등으로 변신하여 세상에 나와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김기종도 그런 부류의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이런 사람들 가운데 국회위원이나 고위직으로 진출한 사람도 많이 있다. 죄를 저질렀으면 직위에 상관없이 똑같이 공정한 잣대로 처리해야 법이 효력을 발생할 수 있고 권위가 설 수 있다. 법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도리어 김기종 같은 사람의 비웃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 一 : 한 일. * 罰 : 벌할 벌.

    * 百 : 일백 백. * 戒 : 경계할 계.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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