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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조달시장 갑질 천적 ‘하도급 지킴이’- 주계성(경남지방조달청장)

  • 기사입력 : 2015-03-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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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땅콩회항, 백화점 모녀 사건, 서울대 교수 성추행 사건 등으로 대표되는 ‘갑질’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원래 ‘갑을(甲乙)’은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는 단위에 불과하지만 계약관계에서는 이를 반복되는 고유명사의 구분을 편하게 하고자 사용해 왔고, 애초 계약상의 갑을관계 역시 수평적 의미를 나열한 것일 뿐 수직적 상하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실제 계약관계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힘을 가지는 ‘갑’이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행위가 만연해 왔고 갑을관계라는 단어는 점차 상하관계, 주종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변질됐다. 그리고 그 부당한 행위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갑질’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조달시장에서도 이러한 ‘갑질’ 문화가 존재해 왔다. 이는 주로 건설공사 등의 도급계약에 있어서 원사업자와 하수급자 간에 이뤄지는 하도급 거래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하도급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되지 못했기 때문에 하수급자는 부당한 특약이나 이면계약, 결제지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을’의 설움을 당해 왔다.

    조달청은 이러한 ‘갑질’ 문화를 척결하기 위해 2013년 12월 나라장터에 ‘하도급 지킴이’ 시스템을 도입해 운용해 오고 있다. ‘하도급 지킴이’는 공공사업을 수행하는 원사업자와 하수급자가 하도급계약 체결 및 대금지급 등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주기관이 하도급 공사대금은 물론 자재·장비 대금과 근로자에게 지급될 노무비가 적정하게 지급됐는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

    조달청은 대부분의 은행과 ‘하도급 지킴이’ 업무 협약을 체결해 조달기업들이 주거래 은행을 바꾸지 않고도 하도급 지킴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모바일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금지급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공공기관과 조달기업 모두에게 하도급지킴이 시스템을 무료 개방, 기관별 중복 투자를 방지해 국가예산 절감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이미 많은 국가기관과 지자체, 교육기관 등에서 ‘하도급 지킴이’를 이용하고 있고, 국방시설본부에서는 100억원 이상의 모든 신규공사에 ‘하도급 지킴이’ 이용을 의무화하는 등 이용기관과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조달청은 이 추세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합동 평가지표에 ‘하도급 지킴이’ 이용 실적을 반영하도록 행정자치부와 협의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스템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용자를 위해 설명서를 각급기관에 배포하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권역별 순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갑질’ 문화는 ‘갑’이 자신의 지위를 악용하지 않고 ‘을’은 자신의 권리를 적극 옹호할 수 있어야 비로소 사라질 수 있다. 조달시장에서 ‘갑’의 횡포로부터 ‘을’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구축해도 발주기관과 조달업체가 스스로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원사업자와 하수급자가 함께 ‘하도급 지킴이’ 이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공생관계를 유지할 때 조달시장에서 ‘갑질’ 문화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2015년에는 ‘하도급 지킴이’가 공공조달시장에서 ‘갑질’ 문화를 잡는 천적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주계성 경남지방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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