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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녀들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 기사입력 : 2015-03-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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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광복을 맞은 지 70년, 일본과 수교를 맺은 지 꼭 50년이 됐다. 강산이 벌써 몇 차례나 모습을 달리했을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경남에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와 가슴속 깊이 마음의 응어리를 담아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여덟 분이 생존해 계신다.

    가능한 한 많은 분들로부터 그때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다. 하지만 여덟 분 중 두 분은 언론에 노출을 꺼렸고, 한 분은 자녀들과 함께 외국에 계신다. 남은 다섯 분 중 두 분은 중환자실에 계신데, 상태가 위중해 만나 뵙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또 다른 두 분은 치매를 앓고 계셔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는 어려웠다.

    인터뷰가 가능한 분은 남해에 계신 박숙이(93) 할머니가 유일했다. 할머니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소년들에게 역사 강의를 다니실 정도로 정정하셨지만, 최근 건강이 악화돼 남해노인전문병원에 입원해 계신 상태였다.

    장시간의 인터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 과거 피해사실의 증언에 대해서는 할머니의 지원 사업을 맡고 있는 남해여성회가 수년 전부터 기록해온 자료들을 토대로 취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직접 마주한 현실은 이렇다. 할머니들에게는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할머니들의 힘겨운 투쟁을 돕고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유족회’가 지난달 출범했다. 유족회에는 피해 할머니 12명의 가족들이 이름을 올렸고, 이들은 생존 피해자들과 함께 일본에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계속 촉구해 나갈 계획이다.

    물론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피해 당사자에게 ‘직접’ 닿는 그날이 하루 속히 오는 것이 소원이지만. 심훈의 시처럼 정말로 그날이 오면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것이다.

    김언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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