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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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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협동조합은 공유가치 창출의 원조- 김진국(경남농협 본부장)

  • 기사입력 : 2015-0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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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청년 마이코스키는 대학 졸업 후 여러 직업과 사업에 번번이 실패했다. 마음을 추스르고자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떠난다. 시골을 여행하면서 가난 때문에 신발이 없는 어린이들을 보고 미국으로 돌아와 친구와 신발장사를 시작한다. 그냥 신발장사가 아니라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의 신발은 아르헨티나 시골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돈을 벌고자 할 때는 어려웠던 사업이 남을 도우면서 하루가 다르게 번창했다. 마이코스키는 더 나아가 아르헨티나의 시골에 직접 공장을 만들어 가난한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줬다. 이 뜻에 동참하는 젊은이들은 더 많은 탐스(TOMS) 신발을 찾았다. 기업은 돈을 벌면서 가난한 이웃을 돕고 있다. 상표명인 탐스(TOMS)는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이란 뜻이다.

    홀푸즈 마켓(Whole Foods Matket)은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에 체인을 갖고 있는 유기 농식품 전문 판매 체인이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유기농 식품만을 엄선해 판매한다. 경영자 존 멕케이는 수익의 대부분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소수민족과 이주 노동자들을 주로 채용한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홀푸즈 마켓 체인을 즐겨 찾는다. 미국 방문 때 들러본 매장은 명성에 걸맞게 많은 손님들로 붐볐다. 직원들과 지역사회 구성원이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이 회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다.

    에디슨이 창업한 미국의 GE는 모든 공정에 소요되는 물과 에너지를 절감하는 에코메지네이션을 경영 이념으로 삼고 있다. 식품기업 네슬레는 브라질 커피 생산 농가를 돕기 위해 농업기술 전파와 지역사회 개발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 유한양행은 종이티슈를 판매하지만 광고 내용은 ‘이 강산 푸르게 푸르게’다. 종이류의 원료가 되는 나무를 심는 식목사업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새로운 트렌드를 마이클 포터 교수는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로 제시했다. 사람들은 기업이 인류발전에 기여해 왔지만 자연파괴와 환경오염, 자원고갈 등에 대한 책임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기업은 존립 목적인 성장과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도 해결하는 가치를 창출해야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착한 나눔이란 사회적 책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갖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가치 창출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따르는 공유가치 창출을 위한 착한 기업, 스마트 기업, 사랑받는 기업의 트렌드는 이미 협동조합에서 시작됐다. 200여 년 전 유럽에서는 소농과 노동자들이 대자본과 기업의 독점, 정부의 시장 실패에 대응하기 위해 협동조합 운동을 시작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의 존 흄 교수에 따르면 협동조합에 면면히 내려오는 가치이자 부동심은 가족과 개인간의 신뢰 형성, 타인에 대한 배려, 평등의 원칙에 기초한 민주적 절차, 이익보다 조합원 우선, 개인 및 공동체의 개발 권장, 자발적 정신의 유지, 조합원과 지역사회의 공동이익 추구이다. 이런 생각은 오늘날 사회가 요구하는 따뜻한 자본주의, 깨어 있는 자본주의와 일치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협동조합 운동이 다시 주목을 받고 포터 교수가 주장하는 공유가치 창출이 협동조합의 이념과 상통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새해를 맞아 협동조합 직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직업인으로서 옷깃을 여미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진국 경남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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