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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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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융합 교과였던 ‘체육’ 다시 들여다보기- 박병도(한국국제대 특수체육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15-0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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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시장에 갔는데 그곳에서 새 학년에 올라가는 자녀들을 위해 가방, 실내화, 학용품 등을 사는 학부모들을 보았다. 나는 아직 새 학년이 되는 우리 아이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살펴보지 못했기에 새 학기 준비를 미리 해주고 있는 다른 부모들에 비해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것 같아 부모로서 미안함을 느꼈다. 그래서 문구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품을 고르고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데, 어느 학부모와 아이가 물품값을 계산하면서 주인과 나누던 대화의 내용이 들렸다. 주인이 “리코더, 크레파스, 포스터물감도 필요하실 텐데요”라고 말하자, “예 그것도 다 주세요”라고 했다. 이어서 주인이 “체육 용품도 필요할 텐데요. 줄넘기는 안 필요하세요?”라고 물었더니 학부모는 “체육 시간에는 그냥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만 하면 되는데 왜 복잡하게 그런 것을 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물론 체육을 전공한 내가 듣기에는 거북한 말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학부모들에게 체육 교과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게 만든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국어, 수학, 영어 등의 교과 진도를 마치지 않으면 좋아할 학부모는 없어도, 체육 교과의 진도를 마치지 않는다고 항의하는 학부모가 있을까?”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교과 학습은 모두 심동적(기능), 인지적(지식), 정의적(태도) 영역의 학습 목표 영역을 설정하고 있다. 국어 교과인 경우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와 관련된 기능과 지식과 태도와 관련된 내용으로 교과과정이 구성돼 있다. 수학 교과 역시 셈하기와 도형, 그래프와 통계 등의 내용으로 기능, 지식, 태도 관련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체육 교과 역시 운동 기능, 운동 지식, 운동 수행 태도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다른 교과목에 비해 신체 기능 위주의 체육 수업으로만 학습한 사람들은 체육 교과에서 학습할 수 있는 인지적 혹은 정의적 영역의 학습 목표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교육 현장에는 STEAM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수학,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영역을 하나의 교수학습모델로 설정한 이 교육은 새로운 융합인재교육으로 제시하고 있다. 필자가 STEAM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모든 활동에서 신체 활동이 빠지지는 않는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STEAM에서 체육이 제외된 것은 체육 교과 자체의 중요성으로 인해 체육 수업을 독립 교과로 배정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스포츠 활동에 참가하는 교육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협동놀이를 통해 우리 모둠이 다른 모둠에게 이기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구성해 실행할 수 있다. 체육 수업에서 활용하는 교재·교구를 통해 색, 모양, 크기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고, 점수와 반칙 수를 셈하면서 기초적인 수 인지학습이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체육 교과는 원초적으로 융합교과라 정의할 수 있다. 과거 체육수업이 복장을 검사하고, 줄을 맞춰서 운동장을 달리고, 학생들에게 공만 나눠주고 놀게 하는 ‘아나공 수업(‘아나~~공 여기 있다. 가서 공 갖고 놀아라’라고 말하면서 진행하는 수업)’이었다면 요즘의 체육 수업은 전인교육의 실현을 위해 많은 체육 선생님들이 노력한 결과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체육 수업으로 발전했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필요한 혁신적인 교과과정이 개발됐고, 효율적인 체육 수업이 이뤄지도록 고민하는 체육 선생님이 증가하고 있다. 학부모님들은 체육 선생님을 믿으면서, 원래부터 체육 교과는 여러 학습 내용이 동시에 이뤄지는 융합 교과였다는 사실도 함께 생각해주길 바란다.

    박병도 한국국제대 특수체육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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