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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분노, 검은 상처의 블루스- 이은혜(이은기업교육·미술치료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 2015-0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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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울하고 끔찍한 기사들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삶에서 맞닥뜨린 좌절과 상실감이 아무리 크다 해도 타인의 목숨을 그토록 무자비하게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분노하는 세상에 살게 됐을까? 현대인의 70%는 무언가에 화가 나 있고, 우리나라 학생들 중에는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도대체 이 분노는 어디서 기인되는 것일까?

    ‘분노’는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낄 때 유발되는 정서이다. 자신의 노력에 대해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한다고 느낄 때, 즉 내 맘대로 살아지지 않는 억울한 세상과 못나 빠진 자신에게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다. 삶의 무게에 맞서는 방법이 저마다 다르듯 억울함을 처리하는 방식 또한 다르기에 성인이 되어서도 철들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을 통찰하기보다는 세상을 향해 원망을 던지곤 한다. ‘세상이 왜 내 맘대로 되지 않냐고’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철부지 아이의 자아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숨어 살면서 호시탐탐 튀어나올 순간을 노리고 있다. 사랑조차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타인의 목숨을 제 것처럼 빼앗아 버린 어이없는 사건도 사랑받지 못해 비틀린 자의 처절한 절규이자 검은 상처의 블루스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철없이 분노하는 아이의 모습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속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에서는 부모에게 1차 원인을 두고 있다. 성인이 되어서도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린 시절 인정과 사랑을 받아야 할 부모로부터 제대로 수용받지 못했던 좌절감이 주 감정이 된다고 한다. 비난에 익숙한 사람들의 핵심 정서에는 수치감이 깃들어 있어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느낄 때 엄청난 모멸감에 휩싸이게 되고 이는 감당할 수 없는 분노로 돌변하게 된다. 부모의 기대를 채워줄 수 없다는 절망을 일찍이 경험한 아이들은 도전하지 않는다. 도전하지 않으니 성취감을 맛볼 수도 없다. 이렇게 패배의식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분노의 씨앗을 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분노는 최적의 좌절을 경험하지 못한 데서 연유하기도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부모 세대들은 자신의 결핍을 물려주고 싶지 않기에 자녀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다. 최상의 것을 주고 싶어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당연히 경험해야 할 어려움조차 겪지 않도록 애를 쓴다. 이렇게 자란 철부지 성인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견디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또한 가정의 해체나 실직, 경제적인 어려움 등 하루 살아가기가 힘겨운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렇게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는 사회적인 여건들도 분노를 양산하게 된다.

    이유가 무엇이든 분노는 결국 자신을 향한 칼이 되어 자신을 죽인다. 그러니 분노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자신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중자애’의 마음이 필요하다. 혼자만의 내면 공간으로 들어가 ‘사랑받지 못한 내 마음’ ‘인정받지 못한 내 마음’ 그래서 상처받은 스스로를 달래줘야만 한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스톱’이라고 외쳐보자. 그리고는 가만히 행복했던 기억이나 편안한 심상들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행복했던 추억 속을 거닐다 보면 거친 숨이 다듬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힘들다면,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벗어 던지고 전화를 걸거나 혼자 중얼거려 보자.

    나를 화나게 만든 상황과 인간에게 신나게 퍼붓다 보면 마음 한 곳에 연민이 생기고, 그와 나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여유가 찾아들 것이다. 내 안에 깃든 신성을 믿고 자정의 시간을 가지면서 내 마음이 고요해지기를 기다려 주는 것이다. 따뜻한 관심과 사랑만이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

    이은혜 이은기업교육·미술치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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