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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8) 전총고위(專寵固位)- 총애를 오로지하여 지위를 확고히 하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5-01-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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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영을 구가하던 당(唐)나라는 안록산(安祿山)이라는 변방 장수의 반란 한 번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안록산의 반란은 한 간신의 권력욕에서 비롯됐다. 그 간신은 바로 당나라 현종(玄宗)의 총애를 독점해 18년 7개월 동안 당나라의 정승 자리에서 당나라 정치를 좌지우지하던 이임보(李林甫)이다. 이임보는 겨우 글자를 알 정도의 무식한 사람인데, 말을 잘하고 기회를 잘 포착하는 재주가 있었다. 후궁들이나 내시들과 결탁하여 황제 주변의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황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기분이 어떤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황제의 비위를 가장 잘 맞추었다. 그리고 의복, 말, 수레 등에 아주 신경을 써 멋있게 해 다녔다. 그리고 현종이 좋아하는 음악 춤 등에 정통하여 황제와 대화를 나눌 상대가 되었다.

    황제가 듣기 싫어하는 말만 하는 강직한 신하들과는 전연 달랐다. 만년에 양귀비(楊貴妃)라는 절세의 미녀에게 빠져 사랑을 나누던 현종은, 정치를 오로지 이임보에게 믿고 맡겼다. 흔히 정승의 지위가 높고 권력이 강한 것을, ‘한 사람의 아래요 만 사람의 위’ (一人之下, 萬人之上)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이임보는 실질적인 황제였다. 조정에는 모두 그를 추종하는 당파로 가득 찼다.

    현종에게 “각 지방의 절도사 (節度使 지역 사령관)는, 무술도 없고 전투 경험이 없는 조정의 문관을 쓰면 안 되고, 용감한 호족 (胡族 이민족) 출신을 써야 합니다”라고 건의한 적이 있다. 왜냐하면 장래가 촉망되는 조정의 문관들 가운데서 지방의 절도사로 나갔다가 공을 세워 들어오면 그 지위가 확고하여 자신을 밀어내고 정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방지책을 썼던 것이다. 자기가 총애를 독점해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였다.

    현종은 그런 이임보의 속셈을 모르고 호족 출신의 절도사를 기용해 신임하다가 마침내 안록산의 반란을 만나, 양귀비 등을 데리고 황급히 서남쪽 사천(四川) 지방으로 피난을 갔다. 그제야 자신이 사람을 잘못 썼다고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처음에 이임보의 사람됨을 알아보고 정승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해 준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현종은 도리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멀리했다. 안록산도 이임보의 위세를 알았기 때문에 뇌물을 바치고 듣기 좋은 말을 하여 그의 환심을 샀다.

    최근 대통령 주변에서 1998년부터 장기간 보좌하는 보좌관들에게 모든 권력이나 정보가 독점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세간에는 많은 이야기가 떠돈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단호히 부인했다. 대통령의 말이 사실이면 좋겠다. 그러나 대통령 주변에 오래 있으면서 대통령의 심기를 잘 파악하여 비위를 잘 맞추면, 대통령의 시각이 그들에게 편향될 수도 있다. 여론을 겸허하게 수용해 다시 한 번 잘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 專 :오로지 전. * 寵 : 총애할 총.

    * 固 : 굳을 고. * 位 : 자리 위.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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