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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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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2015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를 만나다

어느 순간 문학이 말을 걸었다, 어서 펜을 잡으라고

  • 기사입력 : 2015-01-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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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 왼쪽부터 김태경(동화), 길성미(소설), 김만년(수필), 정황수(시조), 김진백(시)씨./전강용 기자/


    이제 막 문학이라는 토양에 뿌리를 내린 다섯 새싹, 2015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한데 모였다. 길성미(소설), 김진백(시), 정황수(시조), 김만년(수필), 김태경(동화)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날 가족과 친구, 동료, 문인들로부터 진심이 담긴 축하를 건네받아 얼떨떨한 모습에,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당선자들. 신기하게도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제각각이다. 그러나 한평생 이어 나갈 ‘문학’에 뿌리를 함께 내렸기 때문인지 이들은 이내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등단을 인정받은 날, 기자가 작가 다섯 명과 함께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눠봤다.


    -안녕하세요? 먼저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전화나 문자로만 연락드리다 이렇게 다들 함께 만나뵈니 반갑네요. 자, 다들 얘기할 준비는 되셨나요? 먼저 언제 어떻게 글을 쓰게 되셨는지부터 여쭤보고 싶은데요.

    김태경(동화): 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를 많이 상상했었던 것 같아요. 동화라는 장르를 하게 된건 지금 돌이켜 보면 굉장히 자연스러웠지요. 요양병원에서 일을 했는데요, 일을 하다가 어느 날 동화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 반짝 떠올랐어요. 그 장면을 생각하면 계속 설레고. 그래서 동화를 써 보게 된 것 같습니다.

    김만년(수필): 젊을 때 누구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쯤 가지는 것 같은데, 저는 사느라 바쁘다가 마흔이 넘어서도 글생각이 계속 나더라고요. 늘 밀린 숙제처럼 ‘꼭 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다 할까요. 그러다 어머니와 관련돼 가슴에 맺혀 있는 글을 풀어낸 게 상을 받으면서, ‘아 내가 글을 써도 되겠구나’ 하는 막연한 안도감이 좀 들었어요. 그 이후로 저는 지난 10년간 시를 많이 썼는데, 이제는 수필에 힘을 쏟으려 합니다.

    정황수(시조): 그러시군요. 저도 굉장히 늦게 시작했습니다. 정년퇴임하고 시작했으니까요. 국제금융 1세대이기도 하지만 윗분들 한글·영어 연설문 쓰는 것도 그 일 가운데 하나였어요. 한국말보다 영어로 돈 벌었던 기간이 길죠. 근데 외국에 있을 때 그곳 지역신문에 제 글이 실렸는데, 사람들이 좋아해주니까 기쁘더라고요. 그 기분을 이어가고파 문학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제야 우리나라 말을 좀 더 공부하는데 우리말, 정말 재밌어요. 특히 시조나 시 분야는 우리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진백(시): 저는 고2 때 글이란 걸 써보자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전학을 가서 말할 친구가 없어 책을 읽었는데 수업에서 배우는 책은 내용이 다 뻔한 것 같고…. 그래서 내가 글의 주인이 돼 보자 했던 것 같아요. 대학 전공은 문학과 전혀 관련 없는데, 대학 들어와서 술도 마셔보고 놀다가 학교에서 시를 가르쳐주는 데가 있다고 해서 다시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은 다 취업전선에 뛰어드는데 전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것 같고 해서….

    길성미(소설): 근데, 몇 살이에요?

    김진백: 스물세 살요. (모두 웃음)

    길성미: 아 풋풋하다. 만으로는, 스물한 살 아니에요?

    김만년: 와, 타고났네, 타고났어. 말하는 모습이랑 걸음걸이까지 시적이지 않습니까? 자랑스런 전경 후배네요. 85년에 전역했으니 30년 후배네, 하늘같은 선배지요? 제가 황당해서 시상식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한참 했다니까요? (모두 웃음) 정황수 선생님 보고 희망을 얻었습니다, 하하.

    정황수: 올해 신춘문예 등단자 중에 제가 나이가 제일 많은 것 같더라고요, 아이고, 참.

    김태경: 시조는 괜찮지 않나요? 전통적인 요소가 있는 장르이기도 하고,

    정황수: 젊게 살려고 제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모르실 걸요, 하하.

    길성미: 저는 고등학교 때 교지편집위원을 했어요. 이걸 실어야 하나 마나 고민도 했고, 교정도 보고 했죠. 그래서 작가 생각을 해보고, 전공도 문학 쪽으로 하긴 했어요. 그런데 현실이라는 게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공직을 하면서 문학은 잊고 일상적인 삶을 살았어요. 그러다 제가 선택하지 못하는 일, 내가 못믿을 정도로 이해 안되는 것들이 많이 부딪혔어요. 인간관계도 마찬가지고요. 어느 순간 40대 넘어서 글이 제게 왔어요. 글이 왔어요. 그게 5년 전쯤입니다.



    -다들 문학이 ‘다가왔다’는 말이 어울려 보일 정도로 운명적인 느낌인데요, 아무래도 문학에 영향을 받거나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던 작가님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김진백: 제 글에 영향을 준 작가는 백석입니다. 처음에는 백석 작품을 모의고사에서 몇 번 만나다가 스무 살 때 백석문학전집을 사서 작품을 하나하나씩 공부했어요. 평안도 방언이 많이 섞여 있었지만 인상깊은 표현이 많더라고요. 그중에서도 ‘흰 바람벽이 있어’, ‘모닥불’,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를 제일 좋아해요. 백석 시는 잘 쓰기 위해 애쓰지 않고 깨끗한 표현이 많고, 쉽게 접하기 힘든 북쪽 사람 특유의 낯선 말투가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만년: 박노해 시인이요. 제가 30대를 투쟁현장에서 보냈거든요. 그러다 박노해 시인의 ‘참된 시작’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성찰하게 됐어요. 그때 노동운동은 적개심, 투쟁성만 강조하다 보니 일반대중들로부터 고립돼 있었고, 노동문학도 상투적이었거든요. 그런데 박 시인의 시는 서정성이 있었어요. 운동 이전에 참된 ‘인간사랑’의 정신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그가 감옥에 갇혀 사형수가 돼 자기성찰을 하고, 글을 써서 ‘참된 시작’을 했는데요, 저도 이 책으로 문학이라는 세상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길성미: 도러시아 브랜디의 ‘작가수업’이요. 이 책에는 작가의 조건, 습관에 관한 조언, 무의식의 활용, 일정한 시간에 글쓰기 뭐 이런 걸 모두 다룬 작가를 위한 지침서인데요.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데 갖춰야 할 요소들을 잘 설명해줘서 작가적 소양을 기르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황수: 살아온 경험을 표현하고 싶은 갈증을 느끼다가 이제야 실처럼 풀어내려 하고 있는데요, 저는 시조시인이신 이지엽 교수님의 ‘시창작 강의’를 참고서 삼아 공부하고 있습니다.

    김태경: 저는 동화책을 처음 접하면서 이금이 작가님의 책을 읽게 됐어요. 시골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참 많이 나와서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제가 시골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살고 있거든요. 작가님께 메일도 보내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세요. 신춘문예 당선을 알린 저의 메일에서, 작가란 결국 자기 자신과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직업이라는 말을 해주시면서 좋은 작품을 쓰길 응원하겠다는 말씀도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역시 다들 사랑하는 작가님들이 계시는군요. 이제 문학의 길에 발걸음을 내디디셨는데, 앞으로 어떤 주제에 대해서 쓰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정황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은데, 아주 젊게, 여기보다(가장 어린 김진백 당선자를 가리키며) 더 젊은 감각으로 쓰고 싶군요, 허허.

    김태경: 저는 사람들 시선에서 비껴있는 생명들에 대해 써 보고 싶은데요, 특히 유기동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서 이야기를 하나 마음 속에 품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작지만 소중한 생명들에 대해서 써 나갈 생각입니다.

    김만년: 음 저는요, 소설은 길고 시는 어렵다고들 하니까 수필이라는 장르가 일반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학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인들끼리만 공유하는 그런 그런 게 많은데 이왕이면 독자에게 다가가고 사회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으면 합니다. 힘이 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길성미: 저도 문학은 일단 사람과 사회가 아픈 부분에 대해서는 간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루만져줄 수 있고, 오래 읽힐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지요. 소재로는 농촌과 노동자 계층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문학적 서정성은 잃지 않으면서요.

    김진백: 다들 말씀하신 사회문제처럼 예민한 부분은 좀 더 실력이 쌓이면 접근하고 싶고, 쓰고 있는 걸 말씀드리자면 요즘은 가방이나 신발, 문같이 일상 사물에 사람의 감정을 대입시켜보고 있습니다.

    김만년: 벌써 시 다 된 것 같은데요? 하하, 아무튼 우리 등단 동기인데, 좋은 일로 자주 봤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연락하고 지내실 거죠? 다 힘내서 글 쓰는 겁니다. (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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