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경제인칼럼] 을미년 화두 ‘견우미견양(見牛未見羊)’ 제안- 손교덕(경남은행장)

  • 기사입력 : 2015-01-05 11:00:00
  •   
  • 메인이미지


    매년 이맘때가 되면 사회 인사들이 올해의 화두로 그해 띠와 관련된 고사성어(故事成語)를 선정하곤 한다.

    5년 전 호랑이해인 경인년(庚寅年)에는 호랑이같이 예리하게 사물을 보고 소같이 신중하게 행동한다는 ‘호시우보(虎視牛步)’가 두루 쓰였다.

    얼마 전 해가 저문 말띠해 갑오년(甲午年)은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마부정제(馬不停蹄)’에 이어 연말에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땅콩 회항 논란으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가 널리 회자됐다.

    양띠해 을미년(乙未年)에는 과연 어떤 고사성어가 등장했을지 궁금해 각종 매체를 찾아보았더니 심심찮게 눈에 띄는 고사성어 가운데 양과 관련된 고사성어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다기망양(多岐亡羊), 여랑목양(如狼牧羊), 십양구목(十羊九牧) 등 양 관련 고사성어 대부분이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 쉽사리 꼽히지 못하는 듯했다.

    신년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임직원에게 당부를 위한 요량으로 양과 관련된 고사성어를 좀 더 찾아보던 중 소는 보고 양은 보지 않았다는 ‘견우미견양(見牛未見羊)’이 눈에 들어 갈무리했다.

    견우미견양은 맹자(孟子) 양혜왕장구상(梁惠王章句上)에 나오는 구절 중 하나로 제(齊)나라 선왕(宣王)이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소를 보고 가엾게 여겨 놓아주고 양으로 대신했다는 데서 나온 말로서, 소는 보았기 때문에 불쌍히 여기고 양은 보지 않아 불쌍함을 모른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지역 대표은행에 몸담고 있는 금융인이자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경제인으로서 무엇이든 보지 않은 것보다는 실제로 본 것에 대해 한층 더 생각하게 된다는 의미에 십분 공감이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 지역민, 지역기업 등 지역 구성원을 위한 금융지원의 일환으로 현장을 찾고서야 현황을 보다 면밀히 파악할 수 있었고, 건의·애로사항 수집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 톰 피터스 (Tom Peters)와 로버트 워터맨(Robert Waterman)은 그들의 저서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이라는 책을 통해 현장 방문을 통한 직접 의사소통과 기존의 회의방식을 비교하며 현장경영(MBWA, Management by walking around)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의 경우도 책상머리에 앉아 사리를 판단하기보다는 현장을 찾아가 문제를 직시하고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실례로 지난해 하반기 모든 금융권이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관계형 금융’과 ‘기술 금융’은 현장을 찾아 다니며 해법을 찾는 접근법으로 손꼽을 만하다.

    우리 지역의 경우 아직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 여전히 있고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민 또한 적지 않다.

    또 지역경제의 중추인 중소기업의 경우도 적시에 지원을 받지 못해 성장이 지체돼 있거나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견우미견양(見牛未見羊)!

    청양의 해를 맞아 지역 구성원들이 겪는 보이는 어려움과 보이지 않는 어려움을 살뜰히 챙기기 위해 우리 스스로 주변의 소외되고 구석진 곳을 둘러볼 일이다.

    손교덕 경남은행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