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빙하가 만든 노르웨이 '플롬'

저 협곡에 숲속 요정 ‘트롤’이 살고 있을까

  • 기사입력 : 2015-01-02 11:00:00
  •   
  • ?
    메인이미지
    플롬 트레킹을 했던 프레테임 산을 오르던 중 언덕 중간에 있는 벤치에 잠시 앉아 쉬면서 바라본 마을 전경.
    메인이미지


    마음만은 좁은 사무실과 어질러진 집을 떠나 지구 곳곳을 방랑하고 있지요.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며칠씩 혹은 몇 달이 걸릴지 모를 시간 때문에, 돈 때문에 가기가 힘든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성 아우구스티노는 ‘여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세상은 한 페이지만 읽은 책과 같다’고 했다는군요. 욕심 같아선 책 하나를 몽땅 읽어 삶의 지혜를 얻고 싶은데 말이지요.

    타협점을 찾아, 세계여행기를 찾아 읽어 보면 어떨까요? 경남신문은 앞으로 젊은이들의 세계여행기를 담습니다.

    그들이 청춘을 무기 삼아 떠난 세계 곳곳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여행에서 담은 멋진 풍경을 사진에 담아 전합니다.



    지난겨울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Let it go’ 열풍에 빠지게 했던 영화 겨울왕국.

    극장에서 겨울왕국을 보며 왜 ‘마치 내가 가본 곳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까?

    아렌델 왕국을 감싸고 있는 피오르와 엘사의 동생, 안나를 마법으로부터 고쳐주던 트롤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겨울왕국이 개봉하기 불과 몇 달 전, 나는 유럽 북부, 스칸디나반도에 위치한 노르웨이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어떤 나라일까?

    인구 500만의 작은 나라. 국토의 대부분이 산으로 이뤄져 있는 나라, 이웃나라인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와 더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 뤼세, 게이랑게르 등의 피오르와 더불어 송네 피오르를 일년 내내 관람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피오르는 ‘내륙 깊이 들어온 만’이라는 뜻을 가진 노르웨이어로, 빙하가 깎아 만든 U자 지형에 바닷물이 들어와 만들어진 좁고 기다란 만을 가리킨다.

    내가 노르웨이에서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길다는 송네 피오르를 여행하다 만난 곳, 동화 속 작은 마을 같은 플롬이다. 노르웨이의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베르겐에서 기차 환승 한 번으로 갈 수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곳을 여행할 때는 기차에서 어디에 앉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좌석이 지정돼 있는 베르겐-뮈르달 구간은 서둘러 탈 필요가 없다. 하지만, 뮈르달-플롬 구간은 지정 좌석이 아니기 때문에 잽싸게 올라 기차의 창가 좌석을 차지해야 좋다. 특히나 뮈르달에서 플롬으로 가는 이 산악기차는 왼쪽 편에서 숨막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왼쪽 창가에 앉았다. 하지만 창가라면 어느 쪽이든 연연해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장엄한 폭포가 오른편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창밖을 보며 40여 분을 달리면 기차가 잠깐 멈추고 기차 오른편에는 4단 계단형의 폭포를 볼 수 있다. 뮈르달스 폭포다. 1년 내내 흐르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어느 창가에 앉아도 놀라운 풍경들 덕분에 환한 미소를 짓게 된다.

    메인이미지
    뮈르달스 폭포. 4개의 계단 형태로 1년 내내 흐르는 폭포를 볼 수 있다.

    플롬 산악철도 내에는 한국어를 비롯한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안내 방송과 화면이 나오기 때문에 플롬 철도에 대해 알 수 있다.

    오후 4시 베르겐을 떠나 플롬에 도착하니 오후 7시 30분. 해는 떠 있었지만 워낙 산중 깊이 위치해 있는 마을이라 빨리 해가 지는 듯했다. 작은 마을이라 기차역에서 5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숙소를 찾아가는 것이 어느 도시보다 쉬웠다.

    내가 숙소 체크인을 기다릴 때에는 숙소의 바비큐 그릴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저녁을 먹고 있는 여행자들이 보였고,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갖고 있는 여행객들도 있었다. 플롬으로 오기 전 베르겐에서 잠시 만나 여행을 했던 친구를 같은 숙소, 같은 방에서 다시 만나 정말 반갑게 인사도 나눴다. 서로의 여행기를 들려주며 하루를 정리했다.

    다음 날 아침, 대개 많은 사람들이 차를 렌트하며 여유롭게 노르웨이를 여행을 한다고는 하지만, 배낭 하나만 둘러멘 대학생에게는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니 고민 없이 숙소서 다음 여행지, 헬레실트로 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한다.

    버스 출발 시간 전까지의 시간은 세 시간 남짓,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2시간에서 2일 코스의 다양한 트레킹 코스를 선택해서 작은 마을을 둘러보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친절한 리셉션은 귀찮을 법도 한 나의 질문 하나하나에 웃으면서 대답을 해줬고, 헬레실트로 향하는 버스 시간을 고려해 왕복 2시간 남짓한 코스인 프레테임산 트레킹을 추천해줬다.

    지도 한 장을 손에 쥐고, 다른 한 손에는 물 한 병이면 준비 완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동률의 노래 ‘출발’을 들으며 지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노래가 채 한 곡도 끝나기 전에 귀에서 이어폰이 스르르 빠져나왔다. 그 순간, 비로소 나는 길 옆에 흐르는 물소리와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연한 순간이었지만 그때 나는 여행이 목표가 아닌 목적이 될 때, 욕심이 없어지는 것을 깨달았다.

    파리에 있을 때는 에펠탑도 봐야 하고, 유명한 루브르와 오르세미술관도 가야 하고, 마카롱도 먹어야 하고.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나를 위한 여행이 아니라 나를 보이기 위한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을 구석구석으로 나 있는 이 길을 걷는 순간의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그런 걱정 없이 지도에 그려놓은 사인펜을 따라 발길이 닿는 대로 그렇게 걸으면 그만이었다.

    그제서야 조급한 마음 때문에 놓친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경적을 울리며 달리는 기차를 보았고, 덩그러니 언덕 중간에 놓여 있는 빨간 우체통에 꽂혀 있는 엽서를 볼 수 있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예쁜 화단을 사진에 담으려 가까이 갔을 때엔 환한 미소로 웃으며 꽃에 물을 주는 노부부가 있었다.

    언덕으로 가는 길을 묻기 위해 조심스레 노부부에게 길을 물었고, 그들은 언덕 위로 나 있는 외길을 가리키며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어느 나라에서 왔을지 모를 동양 청년에게 물 한 잔을 건네며 남은 여행을 무사히 잘 보내라는 듯 말없이 웃어줬다.

    메인이미지
    다음 여행지인 헬레실트로 가기 위해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본 플롬.

    낯선 이방인에게도 물 한 잔을 건네며 웃음 지을 수 있는 여유, 그 넓은 마음이 잠시나마 혼자 여행을 하는 나에게 위안이 돼 더욱 힘차게 언덕을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멀리서 경적을 울리며 달리는 기차, 덩그러니 언덕으로 오르는 길에 놓여 있는 빨간 우체통 너머 언덕에 올랐을 때 나는 ‘와!’하고 외마디 탄성을 질렀다.

    협곡 사이로 펼쳐진 잔잔한 바다, 그 위에 떠가는 배 한 척, 그 위로 비치는 햇빛과 하얀 구름. 한 장의 사진으로 그때의 그 기억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 플롬. 누군가에게는 하루 쉬어가는 작을 마을일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한평생 중 잊지 못할 잠시의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곳이다.



    여행 TIP : 유레일 글로벌 패스 소지해도 플롬행 기차 예약은 필수예요

    △유레일 글로벌 패스를 소지한 여행자일지라도 베르겐에서 플롬을 가기 위해선 베르겐-뮈르달-플롬 기차 티켓을 예매해야 한다. 노르웨이 역시 유레일이 통용되는 국가이기는 하나 베르겐-보스, 뮈르달-오슬로 구간만 추가금 없이 탈 수 있기 때문이다. 패스 소지자는 뮈르달-플롬 구간의 관광용 산악 철도를 기존 가격에서 30% 할인된 비용으로 예약할 수 있다.

    △필자는 여러 국가를 여행한 뒤에 노르웨이로 이동했기 때문에 유레일 글로벌 패스를 샀지만, 스칸디나비안 반도의 국가(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만 여행할 예정이라면 유레일 글로벌 패스가 아닌 스칸디나비아 패스를 이용해 여행하는 것이 저렴하고 효율적이다.

    △노르웨이 피오르드관광청이 운영하는 넛셀 (Nutshell) 패스도 있으니 이것을 이용해도 좋다.

    △8월 중순께인 여름에도 산이기 때문에 햇빛이 비춰도 서유럽같이 따갑지 않다. 가벼운 트레킹이라면 긴 셔츠를 입고 등반하면 적당하다. 협곡이 깊어서 해가 조금 일찍 지는데, 밤에는 셔츠에 카디건 하나를 걸치면 적당할 날씨다.

    메인이미지

    △김동현 △ 1988년 창원 출생 △연세대 원주캠퍼스 정보통계학과 졸업 예정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슬기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