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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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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 상하화목(上下和睦)-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화목하게 지내다

  • 기사입력 : 2014-12-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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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씨의 ‘비행기 회항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매일 여론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고, 신문이나 방송의 주요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조현아씨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거나 동정을 하는 사람이 없다. 여론이라는 것이 집단 분노를 노출하려는 성격이 있고, 상당수 사람들은 여론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에 여론의 질타(叱唾)는 날이 갈수록 강도를 더해 가게 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산주의자들의 인민재판을 비웃고 있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인민재판식 판단이 횡행하고 있다. 잘 나가던 연예인이 성추행범으로 모함을 받아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힘든 오랜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았지만, 그동안 그는 언론 방송의 집중포화를 받아 몸과 마음은 물론이고 사업마저도 완전히 망가지게 되었다.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아무도 안 진다.

    조현아씨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경우든 비리를 저지른 어떤 사람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차분하게 좀 따져보고 공격을 하거나 비판을 하는 것이 좋겠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선거에 출마하거나 어떤 공직자가 취임할 때 늘 하는 이야기 가운데 “약자 편을 들겠습니다”,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습니다”, “재벌들에게 특혜를 주는 일을 막겠습니다” 등등의 말을 하는데, 사실은 맞는 말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하겠습니다”, “정정당당하게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지금의 약자들의 자식들도 나중에 재벌이 될 수 있고, 지금의 재벌들의 자식이나 손자들도 나중에 약자가 될 수 있다.

    최근 여론이나 언론 방송들이 너무 ‘약자’, ‘아랫사람’, ‘을’을 편드는 것이 심하다 보니, 역으로 비정상적인 일이 종종 발생한다. 어떤 국가기관에서 크게 능력도 없는 중간 간부가 어떤 요직 자리를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책임자가 ‘곤란하다’고 하니까 그 간부가 ‘당신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했다. 그 책임자는 환멸을 느끼고, 사표 내고 말았다. 비리가 없다 해도 인터넷 등에 올라 시비에 휘말리면 자기의 지금까지의 인간상에 먹칠을 하기 때문이다.

    어떤 고등학교에서 어떤 교사에게 교장이 청소 담당하는 업무를 배정하니까, 그 교사는 못 하겠다고 반항하면서 교무부장 자리를 주지 않으면 ‘당시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했다. 그 교장은 업무상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지, 그 교사에게 계속 끌려다녔다.

    인권, 개성 등은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자기 일을 최선을 다해서 잘하는 사람만 존중받아야 한다. 자기 일을 게을리하고, 요령 피우면서 여론의 덕을 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아랫사람이나 윗사람이나 서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화목하게 잘 지내는 것이 개인 에게 좋고, 나아가 국가 사회에도 좋다.

    * 上 : 윗 상. * 下 : 아래 하.

    * 和 : 화합할 화. * 睦 : 화목할 목.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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