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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 소재지단(召災之端)- 재앙을 부르는 실마리

  • 기사입력 : 2014-12-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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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은 세계 10대 항공사에 들어갈 정도로 규모가 크고 경영도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업주 조중훈(趙重勳) 회장은 1945년 트럭 한 대로 한진상사를 창설했다. 성실한 노력과 과감한 결단으로 매년 성장하여 지금은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한진해운, 한진상사, 한진택배 등 육지, 해상, 공중 모두에 걸쳐 물류를 주업으로 하는 대표적 기업이 되었다.

    조중훈 회장은 2002년에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그 장남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을 맡아 운영해 오고 있다. 그동안 조중훈 회장은 88올림픽 유치에 공이 많았고, 조양호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칙 유치에 공이 많아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창업주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기업을 이루어냈기 때문에, 성실과 근면 검소 등이 체질화되어 있다. 2세 기업인들도 그 아버지 세대가 어떻게 해서 기업을 이루었는가를 직접 보았기 때문에 창업의 어려움을 안다. 그러면서도 전문적인 경영학을 공부하고 새로운 변화에 대처할 줄 안다면, 기업은 창업주 세대보다 더 확장되어 건실하게 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2세 기업인들이 회사를 잘 운영하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경우가 많다.

    철저하게 가정교육을 잘 시키지 않으면, 3세 기업인에 이르러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선 3세들은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고, 자신들은 태어날 때부터 무슨 특권층인 줄 알고 지낸다. 그런데 회사 내에서나 가정에서도 누구도 이런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지적해 주지 않으니, 3세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런 사고방식에 젖어서 살게 된다.

    이번에 대한항공 젊은 부사장 조현아씨의 태도에서 3세대 기업인들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았다. 자기 회사의 승무원이나 사무장을 마치 하인 취급하듯 무릎을 꿇게 하고, 출발하려는 비행기를 돌려서 비행기에서 강제로 내리게 했다고 한다. 자신의 위세를 보여주기 위해서 항공법도 무시하고 성질을 부린 것 같다.

    자기와 비슷한 또래의 대한민국 청년들이 취업을 못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스펙 쌓으랴 면접 보랴 초조와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시대에 대기업가의 딸로 태어나 편안히 잘 지내면서 젊은 나이에 부사장까지 올랐으면 좀 미안한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인데, 그렇게 위세를 부렸다니 너무 심한 행동이었다.

    재벌이라 하면 없는 흠도 잡으려 드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행위를 저질렀으니 여론의 지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심기일전(心機一轉)하여 다시 겸손하고 성숙한 모범적인 기업인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청나라 말기의 대학자이자 정치가인 증국번(曾國藩)이 아들에게 준 편지에서 “대대로 벼슬하여 부귀한 집안의 자제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것이 사치와 오만인데, 그들이 망하는 이유는 사치와 오만 때문이 아닌 경우가 없다”라고 말했다. 사치와 오만은 재앙을 부르는 원인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 召 : 부를 소. * 災 : 재앙 재.

    * 之 : 갈 지. * 端 : 실마리 단.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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