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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경남의 문화다양성 확대

‘多민족 多문화’ 多같이 공유하고 누려야 할 ‘경남문화’

  • 기사입력 : 2014-12-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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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창원시 용지문화공원에서 열린 이주민 축제 2014 맘프(MAMF)의 다문화 퍼레이드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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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다문화어린이도서관 ‘다문화 책읽기’ 사업에서 학생들이 그린 그림,/창원다문화어린이도서관/


    외국인 150만명 시대. 경남에만 9만여명의 외국인 이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결혼이주 여성과 외국인 근로자 증가 등으로 외국인 인구의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중장기 체류 거주 외국인뿐만 아니라 단기 체류 외국인들까지 모두 통합하고 포용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재)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올해 발행한 ‘2013 경남 이주민 문화향유실태 수요조사 및 문화다양성 증진을 위한 정책 방안’ 연구자료를 중심으로

    경남의 문화다양성 현황과 사업 사례를 통해 문화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한다.


    ◆문화다양성이란= 글로벌 이주가 급증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부터 문화다양성(Cultural diversity) 개념이 국제사회에서 중요하게 부각됐다. 이에 따라 2005년에 유네스코의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협약’(문화다양성협약)이 채택됐고, 우리나라는 2010년에 비준했다.

    이 협약은 인간이 문화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소수자 그룹에 속하는 이주민의 문화적 표현은 내국인과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마땅하고, 또한 이주민 문화나 타문화를 주류문화에 동화시켜 없애는 것보다 포용하여 공존시키는 것이 그 사회의 적응과 발전 능력을 높인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재 시행되고 있는 ‘다문화 정책’은 그 대상이나 내용 면에서 전면적인 재고가 필요하다. 현재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들에 집중되어 있는 정책적 관심이 이주노동자 및 유학생, 원어민 강사, 북한이탈주민 등 다양한 이주민 그룹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또한 정책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이주민 초기적응, 교육, 복지 등에 집중돼 있는 정책 초점이 이주민 인권 증진 및 차별금지, 문화예술을 통한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 등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남 외국인 이주민 현황= 2013년 1월 1일 기준 경남 거주 외국인 이주민은 8만9986명으로 이는 도내 전체 주민등록인구의 2.7%를 차지한다. 유형별로는 근로자가 가장 많은 4만6847명이고, 결혼이민자 9133명, 혼인귀화자 4504명, 외국인주민의 자녀 1만2762명, 유학생 등 기타가 1만4149명이다.

    국적별로는 베트남이 2만3087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계 중국 1만4489명, 중국 1만860명, 인도네시아 5131명, 필리핀 5050명, 캄보디아 2408명, 일본 2273명 순이다. 지역별로는 창원시 2만790명, 김해시 1만9647명, 거제시 1만646명, 양산시 6242명, 진주시 5578명 순이며, 주민등록인구 대비 비율로는 함안군이 3866명(5.8%)으로 가장 높다.

    창원, 김해, 양산, 거제 등은 외국인 근로자 밀집지역이 형성돼 있다. 창원 동읍에는 북한이탈주민 집단거주지역이, 김해 동상동에는 이주민의 거리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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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의 다문화정책과 문화예술을 통한 문화다양성 증진 노력= 2006년 행정부의 ‘거주외국인 지원 표준 조례안’과 2011년 ‘다문화가족지원 표준 조례안’을 발표함에 따라 전국 지방정부 중 상당수가 비슷한 두 조례를 모두 제정, 운영하고 있다. 경남도도 조례에 근거해 매년 외국인주민 지원 사업을 펴고 있다.

    경남도는 외국인 및 다문화가족 지원 등과 관련해 올해 모두 11개 사업에 13억4300만원을 지원했다. 맘프 행사, 외국인근로자 경남일일투어·지역적응, 다문화가족 페스티벌, 다문화가족 친정방문 지원 등이다.

    하지만 경남도에서 문화다양성 증진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이주민 지원 정책은 단발성 축제나 문화체험, 춤이나 노래 경연 등의 행사 위주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주민들의 예술 동아리나 연극팀 운영 등의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무지개다리사업’을 수행하면서 지역 문화다양성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 문화다양성 확대를 위해 풀뿌리 예술 공간 활성화, 예술동아리 활성화, 무지개예술아카데미 등 4개 분야에 1억4350만원을 지원했다.

    무지개다리 사업을 수행한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한 관계자는 “많은 이주민 동아리들이 활동을 하며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는 시간과 공간, 자금의 문제이다”며 “아직 초기 단계인 이주민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남 이주민 문화향유 실태 및 수요조사=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해 지난 2013년 11월 6일부터 25일까지 경남도에 거주하는 이주민 700명을 대상으로 이주민 문화향유 실태 및 수요 조사를 했다.

    조사결과 도내 외국인 이주민들은 주말이나 휴일 여가 활동으로는 TV시청이 21.4%로 가장 많았고, 문화예술활동은 4.1%에 그쳤다. 희망하는 여가 활동은 여행 30.1%, 자기계발 13.5%, 문화예술 6.5% 순으로 응답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가 지난 1년간 공연관람을 하지 못했으며 40%는 1~5차례에 그쳤다. 또 10명 중 7명이 지난 1년간 전시회를 한 차례도 관람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해외 이주민들은 여가·문화활동을 하기 어려운 점으로 경제적 부담(34.6%)과 시간 부족(29.7%)을 꼽았다.

    또 한국에서의 문화활동(창작, 발표, 교육) 참여한 이주민은 27.1%, 문화예술강좌 참여한 이주민도 26.3%에 그쳤다. 응답자의 66.8%는 이주민 문화공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문화다양성 확대 어떻게= 문화다양성에 대한 인식의 핵심은 ‘모든 인간에게는 보호받아야 할 고유한 문화주권이 있고, 문화다원주의 관점에서 개별 문화주권을 존중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런 인식에서 볼 때 이주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예술 향유와 활동 참여에 따르는 경제적 비용과 시간문제, 한국어 소통의 어려움, 그리고 원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부족 등의 제반 어려움에 대한 해결방안 도출이 시급하다.

    경제적 부담과 시간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문화나눔 사업이나 찾아가는 문화예술행사 등의 관련 사업을 적극 개발·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주민들의 문화복지 확대와 문화예술 향유수준을 제고할 각종 지원사업의 전개를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문화다양성 증진을 위한 지원조례’의 제정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지역 메세나를 통한 이주민들의 문화예술 활동 지원도 활발히 전개돼야 한다.

    경남도의회 하선영(문화복지위원회·김해 5) 의원은 “허황옥은 우리나라 이주여성 첫 성공사례로, 허황옥 축제는 김해만의 축제가 아니다”며 “경남도가 허황옥축제를 경남도의 축제로 활성화시켜 다문화정책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하춘근 문화정책부장은 “한국사회는 단일민족이라는 민족의식, 유교적 가치관, 경제적 양극화에 따른 사회계층적 모순구조가 복합돼 이들 소수문화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부족하다”며 “특히 이주근로자, 결혼이주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이들 문화취약계층에 대한 시혜적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되고, 이들이 지니는 고유한 문화적 특성을 존중하고 배려해 공존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적응과 발전을 높이는 길이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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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윤은주 창원다문화어린이도서관 운영실장

    "우리와 다름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수용할 때 사회 발전
    이주민에 자국 문화 알리고 향유 기회 제공해야"


    “우리 지역의 다문화 이해 수준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것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할 때 사회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사)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부설 창원다문화어린이도서관 윤은주 운영실장은 지난 4일 기자와 만나 “다양한 문화의 모습을 이해시키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일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먼저 창원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는 어떤 곳인가요.

    ▲2009년 9월 8일에 문을 연 경남지역 유일의 다문화 도서관이다. 전국 일곱 군데의 ‘모두’ 도서관 중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을 열었고 현재 1만4000여 점의 국내 도서와 다문화 도서, 다문화 자료 등을 갖추고 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모아 다문화 다인종이 공존 공생하는 사회의 바탕이 되기를 꿈꾸며 다문화와 한문화인 모두에게 문화의 다양성을 전파하고 있는 곳이다.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나.

    ▲대표적인 것으로는 한국어 학당이 있다. 결혼이주 여성, 이주 노동자, 중도입국 자녀 등을 대상으로 수준별 한국어 수업을 한다.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과 다문화 교육팀 ‘무지개 다리’를 운영하고 있다. 강사 교육을 받은 결혼이주 여성들이 경남도내의 각급 학교에 가서 책읽기, 의상체험, 음식체험을 하며 출신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학생들의 다문화 민감성을 더하는 일을 한다. 또 특정 국가를 주제로 ‘테마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무엇보다 10월 창원시 용지문화공원에서 열린 맘프(MAMF)축제를 꼽고 싶다. 맘프는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이주민 축제다. 올해는 17만명의 관람객이 축제를 즐겼고 많은 이주민들이 이 행사를 통해 문화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향수를 달래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책 읽는 사회문화 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된 ‘다문화와 한문화가 함께 떠나는 독서문학 기행’도 무척 의미가 있었다.

    -다문화도서관은 왜 필요한가.

    ▲경남지역의 다문화 이해는 낮은 수준이다. 이런 현실에서 다양한 문화의 모습을 이해시키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일은 매우 의미가 있다. 다른 면으로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 이주민들에게 자신들의 출신 국가의 문화를 알리고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도 준다고 본다.

    -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캐나다는 인종차별이 심각하던 1960년대까지 사회 전체가 분열과 갈등을 겪었다. 그런데 1960년대 말 전 사회가 모자이크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모든 문화나 사람들이 하나의 모자이크 조각으로 사회 구성원으로 평등하게 참여한다는 이 프로젝트로 캐나다는 세계에서 다양성이 가장 존중되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그 결과 선진국으로 진입했고 문화의 다양성과 사회 안정성이 매우 높아졌다. 서로 다른 것이 만날 때 시너지가 일어나고 발전이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것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할 때 사회의 발전이 있다.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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