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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대박가게의 이름

  • 기사입력 : 2014-11-2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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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분 33초’라는 제목의 현대음악이 있다. 이 곡은 미국의 실험주의 작곡가 ‘존 케이지’가 만든 것으로, 연주자가 4분33초간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퇴장하는 ‘괴짜’같은 곡이다. 굳이 4분33초간 침묵하는 것은 분자의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는 절대영도(絶對零度)인 영하 273.15도를 약 273초로 보고 시간으로 환산하면 4분33초가 되기 때문이란다.

    이의 영향을 받았을까. 어느 모바일 게임회사 이름이 ‘네시삼십삼분(4:33)’이다.

    왜 이런 사명(社名)을 지었냐고 물으니 “딱히 이유는 없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이름을 지었다”는 게 대표의 설명이다.

    직장인에게는 퇴근하기 좀 애매한 시간, 학생들에게는 하교를 앞둔 시간일 수 있다는 것이다. “00게임즈, 00소프트처럼 특정 분야에 한정되지 않은 회사명을 써서 다양한 창의성과 가능성을 발휘하자는 뜻도 있다”고 한다.

    회사 이름뿐이 아니다. 간판도 이젠 개성시대다. 음식 맛만큼이나 중요한 게 이름인 것 같다. 한눈에 ‘팍’ 들어오지 않으면 고객 유치도 힘든 까닭이다.

    ‘개성 만점’인 가게 이름은 창업 성공을 부른다. 맞춤법이 틀린 것도 꽤 있지만, 손님들은 그냥 애교로 봐주기도 한다. TV를 보다 보니 그냥 ‘ㅋㅋ’라는 레스토랑 간판도 있었다. 가게주인의 말인즉 “ㅋㅋ가 통하더라고요, 매출에 30% 영향을 미치는 게 확실해요”라고 했다.

    마산에 있는 함박스테이크 가게이름은 ‘131키친’이다. 가게의 번지수가 간판이 되었는데 맛 때문인지 간판 때문인지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 간판의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생각했다.

    ‘머리 까끼’처럼 아주 쉽거나 숫자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바비’, ‘꼬꼬닭’처럼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등 매출을 올리는 ‘네이밍 기법’은 다양하다.

    창업에 중요한 ‘입소문’, 한눈에 들어오는 이름은 돈 안 드는 홍보 수단으로 경쟁도 치열하다.

    이와 같이 게임회사나 음식점, 미용실과 같은 상호는 무거운 느낌이 들면 안 된다. ‘애플’, ‘카카오’처럼 가볍고 톡톡 튀는 이름이어야 빛을 낸다.

    며칠 전 현직 법조인이 로펌을 만들고 싶다면서 작명의뢰를 해와 지금 작업 중에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금은 중후한 느낌이 나면서 한자의 뜻도 의미 있는 이름으로 ‘네이밍’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너의 음양오행(陰陽五行) 이치에만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조금은 신선하면서 무겁지 않은 이름으로 고민하고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경찰, 검찰, 법원 등 이름만으로도 거부감이 들 텐데, 변호사들이 모여 있는 로펌까지 무겁고 딱딱한 느낌을 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패션이 끊임없이 변하듯 사람의 이름도 유행을 많이 탄다. 예전에 유행하던 이름을 지어주면 당장 리콜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창 유행하는 이름으로 지으면 될까.

    그렇지도 않다. 유행이 지나면 이것도 구닥다리가 될 것이니 100년간이나 사용할 이름은 유행을 좇아가면 안 된다. 개성은 살리면서 무난하게 조금은 평범해도 된다.

    하지만 가게이름은 ‘지금’이 중요하다. 어쩌면 물건을 팔고 사서 버는 수익보다 몇백 배 더 큰 부가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는 그만큼 비중을 차지한다.

    창업인구 500만 시대에 꿈꾸는 ‘나의 가게’, ‘대박’을 부를 예감 좋은 이름들이 줄을 잇고 있다.

    역학연구가·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 263-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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