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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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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서울콜라와 파프리카- 김진국(경남농협 본부장)

  • 기사입력 : 2014-11-0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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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라는 전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음료수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상표의 콜라는 세계 100개국에서 생산되며 하루 10억여 병이 소비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외교관계를 맺기 전에 외교관보다 먼저 상륙하는 것이 바로 이 콜라라고 한다. 빨간 외투와 모자로 상징되는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도 이 콜라회사의 광고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필자는 분단 독일이 통일된 시기에 통일 후 독일농업정책을 공부하러 독일에 갔다. 가난한 학생이 비싼 한국 음식점에 가기에는 큰 부담이었고 입에 맞지 않는 짜고 낯선 음식에 그나마 위로가 된 것이 햄버거와 함께한 콜라였다. 그 맛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우리 기술로 생산된 국산 콜라가 있었다고 한다. 70년대 초까지 생산됐다고 하는 서울콜라다. 콤비콜라, 동양콜라도 있었다고 하는데 확인할 길이 없다. 어떻든 현재 국산 서울콜라는 인터넷 검색에서만 볼 수 있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파프리카는 원산지가 중남미이며, 수입된 농작물이다. 비타민 A와 C의 함유량이 다른 과일과 채소에 비해 월등히 높을 뿐만 아니라 열량은 상대적으로 낮아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한다. 20여 년 전 유럽사무소장 시절 유럽인들은 사과 먹듯이 파프리카를 베어 먹었고, 식당에서는 파프리카 뱃속을 고기로 꽉 채운 요리가 자주 나왔다. 당시 파프리카 종자를 구입하러 온 조합장들을 안내하면서 소량의 파프리카 종자를 수천만원에 구입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도 파프리카 종자 1g이 금 1g보다 비싸다고 한다. 그때는 비싼 종자를 구입해 가서 아무런 경험도 없이 재배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하고 남몰래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의 농민들은 갖은 시행착오 끝에 파프리카 재배에 성공했고 한때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파프리카의 시장 점유율이 70%대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실제로 2013년 파프리카 수출실적은 9000만달러에 달한다. 경남에서만 5000만달러를 수출하고 있다.

    이처럼 국산 콜라가 사라진 데 반해 국산 파프리카가 세계 시장을 놀라게 한 이유는 간단하다. 국산 콜라는 기술이 부족해 수입 콜라보다 맛과 품질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반면에 국산 파프리카는 크기와 모양, 색깔, 아싹한 맛 모두 뉴질랜드와 네덜란드산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어려운 재배기술과 경험이 요구되는 파프리카 재배를 우리 농업인들은 피와 땀, 그리고 도전정신으로 성공한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정부와 농협 등 관련기관과 단체의 지원이란 뒷받침이 있었다.

    지금 우리 농업은 농촌인구의 고령화, 구제역과 조류독감, 기후변화, 농산물 가격 하락, 엔저로 인한 수출여건의 악화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농업여건 속에서도 파프리카는 한국의 간판 농산물로 성장하고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가 20년 후 가장 유망한 산업이 농업이라고 했듯이 비록 우리 농업 농촌이 어렵겠지만 농업인들의 노력과 지자체의 지원 그리고 국민들의 사랑이 있으면 우리 농업이 희망의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우리 농업과 경제도 서울콜라의 추억과 우리 파프리카의 성공에서 단순하지만 큰 교훈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진국 경남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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