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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1000만 영화시대, 경남은 어디로

경남 영화산업,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할까요

  • 기사입력 : 2014-10-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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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극장가를 휩쓴 영화 ‘명량’은 1000만 영화를 넘어 누적 관객 수가 1800만명에 다다르고 있다. 영화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여가 수단이 됐다. 예술과 대중문화의 접점에서 ‘대중예술’로 관객들을 웃고 울리면서 시대의 ‘흐름’을 드러내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가 이렇게 일상 깊숙이 자리하고 파급력이 큰 매체가 됐으나 경남에는 독립영화 혹은 예술영화 한 편 볼 곳도 마땅치 않다. 국제영화제의 성공으로 차세대 중점사업으로 영상산업을 내세우고 있는 부산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남의 영화는 어디로 갔을까?


    ▲문화욕구 충족시키는 영화제

    “잘 몰라서 그러는데 우리도 문화적인 욕구가 있었거든예. 70~80년대 세계문학전집도 많이 읽는 시대였고. 그래서 영화제 하면 꼭 와예.”

    지난 7일,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영화의 전당 일대에는 젊은이들이 북적대는 가운데 중년 부부와 40~50대 여성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상영표를 열심히 들여다보며 어떤 영화를 볼지 고르고 있었다. 지하철 해운대역 입구와 영화의 전당을 오가는 셔틀버스 내에서는 각자 혼자 영화를 보러 온 중년여성이 인사를 나누며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처럼 ‘영화 마니아’ 혹은 문화흡수에 재빠른 젊은이뿐만 아니라, 문화를 즐기기 위한 다양한 연령층의 지역민들도 영화관으로 이끌었다.

    박상영(55·부산광역시 사상구)씨는 “아무래도 영화제가 매년 열려 사람들이 열광하니 부산에 대한 자긍심도 생기고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서 가족들이랑 나들이 삼아 영화제에도 가 본다”며 “세계에서 고른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어 좋고, 배우들도 직접 보니 좋다”고 말했다.

    영화제의 파급은 영화제가 열리지 않는 때로도 이어진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은 평소에도 시민들이 다양한 예술·독립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베를린, 칸 등 세계적인 영화제에도 영화의 전당과 유사한 형태의 상영관은 있지만 부산과 같은 영화제 전용관이 있는 곳은 드물다.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영화제가 열리면서 지역 시민들의 문화·예술 수준을 높이는 데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삼성경제연구소 등지에 용역을 줘 분석한 결과, 경제적·문화적 파급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영화선택권 없는 경남

    부산은 영화·영상산업을 주요 산업으로 정했기 때문에 영화 인프라가 잘 구축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경남의 영화 인프라는 빈약하다. 영화제작사나 배급사는 존재하기 어렵다 치더라도 당장 도민들이 다양한 영화를 볼 곳이 없다. 지난 1일에는 330만명이 거주하는 경남도내 유일한 독립예술영화관인 거제아트시네마가 폐관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4년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에서 탈락해 매년 5000만원가량 받던 지원금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곳은 2011년 개관 이후 2000편 이상의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해 왔으며 매년 2000명 정도가 찾았다.

    거제아트시네마 정상길 대표는 “지자체의 지원 없이 전용관 지원금에 매년 1500만원 이상의 자비를 들여 운영했기에 폐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실적만으로 가늠할 수 있는 곳이 아닌데 이렇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며칠 전에도 우리 지역에서 영화를 만들 테니 영화를 틀어달라고 연락온 이들에게 다른 곳을 알아보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좋은 영화를 볼 수 없는데 어떻게 우리 지역에서 좋은 감독과 배우가 나올 수 있겠나”고 덧붙였다.

    아트시네마의 폐관으로 도내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해 주는 곳은 ‘비상설극장’인 진주시민미디어센터 내 ‘인디씨네’와 김해문화의전당 비상설상영관 두 곳이 남았다. 그러나 이 두 곳은 상설극장이 아니기 때문에 한 달에 한두 편, 정해진 요일에만 볼 수 있어 관람이 제한적이다.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조정주 사무국장은 “상업영화 말고도 자본 바깥에서 생기는 주체적인 이야기들을 담은 영화들이 많은데 도내에는 우리와 김해 두 곳만 남아 사실상 보기가 어렵다”며 “도민들이 다양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케이션’ 유치에 편중된 지원

    영화산업의 지원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도내 영화산업에 대한 지원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하 문예진흥원)에서 주로 맡고 있다. 경남영상위원회가 따로 있었지만 지난 2013년 예산 절감을 목적으로 문예진흥원에 통합돼 콘텐츠영상사업부가 됐다. 문예진흥원은 영화와 관련해 경남독립영화 제작지원사업(5700만원), 우수·다양성 영화상영회(2000만원), 로케이션 및 촬영유치 지원(1000만원), 로케이션 인센티브(5500만원) 등 5개의 사업을 진행해 1억4000여만원을 지원한다.

    이 가운데 로케이션 및 촬영유치지원은 영화를 도내에서 찍을 수 있도록 자료 검색, 장소 헌팅, 행정적 절차를 도와주는 사업이며, 로케이션 인센티브는 영화 제작자가 도내에서 영화를 찍으면, 스태프들이 숙식한 비용 등의 일부(10~30%)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두 지원금은 전체 영화 관련 지원액의 반에 해당하지만, 실제 도민에게 돌아가는 문화적 혜택이 거의 없다. 올해부터 로케이션 인센티브를 지원받은 영화 ‘해무’와 ‘마담뺑덕’ 도민시사회를 열었지만, 창원에서 한 차례 하는 것에 그쳐 고른 혜택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또한 로케이션 유치는 도내 영화산업이나 문화를 융성하게 한다는 뜻보다 영화에 도내 절경을 드러내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도내에서 촬영을 함으로써 대규모의 스태프들이 지역에 머물면서 주변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문화보다는 관광에 가까운 사업이다.

    도내 한 영화 관계자는 “특히 대부분 서울·경기권 제작사들이 내려와 영화를 찍도록 도와주는 것이고, 그것도 상업영화 위주다. 또한 특정한 한 지역에서 촬영하는 것이 아니면 사실상 관광지로 알려지기도 어렵다”며 “경제적 효과도 중요하겠지만, 도내 영화 제작이나 상영 쪽에 좀 더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민들 직접적 혜택 늘려야

    영화 인프라가 취약한 도내 지자체 가운데서 최근 합천군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합천군은 부산국제영화제 행사 중 하나로, 지난 8일까지 나흘간 열린 아시아필름마켓에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부스를 만들어 영상테마파크를 홍보했다. 합천군은 영화 촬영 로케이션 유치와 더불어 지역민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새로운 산업으로 관광업을 육성하기 위해 로케이션 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영상미디어센터를 건립해 군민들의 문화 혜택을 늘린다는 것이다. 국비 10억, 군비 10억, 도비 5억 등 모두 25억원을 들여 세우는 이곳에는 270석 규모의 관람석이 있는 상영관을 만들어 좋은 영화를 군민들에 상영할 계획이다. 직접 군민들이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해 상영할 수 있는 자재를 갖추고,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 예정이다.

    합천군 김학중 관광행정담당은 “군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영상테마파크와 연결되면서 군민들이 직접 혜택을 볼 수 있는 미디어센터를 기획했다”며 “준공되면 많은 군민들이 이용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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