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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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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은퇴 전후의 남자들 요리를 배운다

요리와 만남, 행복한 맛男
주방은 금남의 공간? 이젠 옛말입니다
가족 위해 앞치마 입은 남자 돼보세요

  • 기사입력 : 2014-10-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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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아버지 요리교실 수강자들이 직접 만든 영양밥과 약고추장 요리를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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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아버지 요리교실 수강자인 김종헌(63·마산합포구 구산면)씨가 영양밥을 짓고 있다.


    “오늘의 요리는 영양밥과 약고추장입니다.”

    지난 9월 26일 오후 1시 30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창원시 여성회관 마산관 3층 요리교육장. 창원시가 운영중인 ‘은퇴 전후 아버지 요리교실’ 교육장에는 17명의 남성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법을 익히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요리강사의 영양밥과 약고추장 만들기 시연이 이어졌다.

    “냄비에 밥을 할 때는 물을 이 정도, 뚝배기는 이만큼 물을 넣습니다.”

    “다진 소고기는 종이타월에서 핏기를 제거합니다. 참기름은 맨 뒤에 넣습니다.”

    강의 중 즉석에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뚝배기에 밥을 할 때는 언제 불을 줄여야 합니까?”

    “김이 나기 시작하면 줄여야 합니다.”

    “쌀과 물의 비율은요?”

    “쌀 1에 물 1.2의 비율입니다.”

    시연이 끝나자 수강생들은 3~4명씩 짝을 이뤄 이날 메뉴인 ‘영양밥’과 ‘약고추장’을 강사의 설명대로 만들었다.

    초급반인 이들 수강생들은 강사의 주문에 따라 채소를 다듬는가 하면 마늘을 찧으랴 서투른 손을 바삐 놀렸다.

    요리교실에 참가한 수강생들은 50세부터 75세 어르신까지 다양했다. 은퇴 전후 아버지들이 주를 이뤘으며,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참여했다.

    강정훈(36·여·창원시 마산합포구 교방동) 요리강사는 “수강생들 모두 연세가 많은데도 열정적으로 참여해 초보자들 치고 꽤 맛있는 영양밥과 약고추장을 만들어 냈다”며 “이번 요리교실을 마칠 때쯤이면 훌륭한 가정요리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앞으로 이런 교육이 확산돼 남자들도 자연스럽게 요리를 할 수 있는 부엌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진해시 공무원 출신인 수강생 이경호(66·창원시 진해구 태백동)씨는 “지금까지는 주부들의 가사노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지만 요리교실을 통해 직접 요리를 해보니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요리를 배우는 것을 계기로 가정이 더 화목해질 수 있도록 열심히 배우고 집안일도 돕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버지 요리교실’은 창원시가 은퇴 전후 가사 분담을 요구하는 사회분위기를 반영해 아버지들에게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밑반찬 요리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올해 처음 개설했다.

    지난 3월 7일부터 4월 25일까지 제1기 아버지 요리교실을 운영해 모두 24명이 수료했고, 5월 2일부터 6월 27일까지 2기생 25명과 7월 4일부터 8월 29일까지 3기 초급 24명, 중급 20명이 수료했다.

    현재 지난 9월 5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제4기 초급 17명, 중급 17명이 수강 중이다.

    이 요리교실은 2개월 과정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린다. 수강료는 2만원이고, 재료비도 약간 준비해야 한다.

    심성철 창원시 여성보육과 여성회관 운영 담당은 “남성의 가사분담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은퇴를 앞둔 분이나 퇴직자를 위해 아버지 요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며 “아직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가진 아버지들이 많아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상과 달리 참여자들이 많고 배우려는 열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창원시 아버지 요리교실은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내년에는 교육기간을 현재 2개월에서 4개월로 늘려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창원시 여성보육과 박인숙 과장은 “올해 시범운영한 결과 호응도가 높아 요리교실을 점차 확대하고 다른 자치단체에도 보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올해 아버지요리교실은 이번 제4기로 종료하며 내년 초에 다시 운영한다. 요리교실에 참가할 희망자는 여성회관 마산관(☏ 225-3991~6)으로 연락하면 된다.

    최근 고령사회가 되면서 은퇴 후 가사분담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지자체와 민간에서 운영하는 아버지 요리교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요리교실은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자체의 아버지 요리교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여러 지자체들이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아버지 요리교실 수강을 통해 주부들의 가사분담을 덜어주고 건강하고 평등한 가정문화도 만들어 보자.




    ★남성요리교실 이곳서 운영합니다

    △밀양시 ‘남자의 부엌 요리교실’= 밀양시는 지난 9월 22일부터 오는 11월 10일까지 농업기술센터 조리실에서 50세 이상 남성 32명을 대상으로 ‘남자의 부엌 요리교실’을 열고 있다.

    올해 처음 운영하는 남자의 부엌 요리교실은 100세 시대 남성의 체계적인 조리교육을 통해 요리와 친해지는 기회를 제공하고 건강하고 독립적인 식생활 영위와 가족관계 증진을 위해 마련됐다.

    요리교실은 매주 1회(월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총 8회 강의로 진행되며 식생활 이론 교육과 함께 손쉬운 가정요리 14종에 대한 실습교육을 한다.

    특히 8회차 교육은 교육생 가족 1인을 초청해 지금까지 배운 요리를 실습, 손님 초대 상차림을 완성하고 소박한 종강파티를 진행할 예정이다. 별도 교육비는 없다. 이번 교육을 주관하는 농업기술센터는 교육 후 효과 분석을 통해 내년에는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창원농기센터 ‘6070남성요리교실’= 창원시농업기술센터는 급속한 고령화로 남성 어르신 대상 요리강좌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요리는 여성이 해야 한다는 전통적 사고가 많이 변화됨에 따라 행복한 노후 가정생활과 자립적인 노후생활 준비를 위해 60~70대 남성을 대상으로 ‘6070남성요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농기센터는 지난 7월 2일부터 9월 24일까지 생활과학관 조리실에서 10회에 걸쳐 남성어르신 30여명을 대상으로 제1차 남성요리교실을 운영한 데 이어 오는 14일부터 12월 16일까지 제2차 남성요리교실을 운영한다.

    이번 교육은 밥짓기, 밑반찬, 국, 찌개, 그리고 손자를 위한 특별요리, 세탁기 등 가전제품 사용법 등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어 참석자들에게 큰 만족감과 생활의 활력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창원시농업기술센터 양재원 소장은 “앞으로도 남성어르신 대상 요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가정생활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글= 김진호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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