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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라이프] 감성을 친다, 감동이 찍힌다 '아날로그 타자기'

디지털시대의 역설, 아날로그 타자기

  • 기사입력 : 2014-08-2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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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은 이제 우리 생활 그 자체가 됐다.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스마트폰을 생각하면 된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고 대체로 편리함도 준다.

    그러나 어딘가 허전함이 남는다. 바로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 말이다.

    아날로그 감성을 깨우는 물건 중 타자기만한 것이 또 있을까. 타자기는 한때 근대의 상징이고 도시의 상징이었으며, 또 화이트칼라의 상징이기도 했다.

    ‘탁탁 탁탁’. 1980~90년대에는 일상 속에서 쉽게 들었던 소리였지만 이제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들을 수 있게 된 잊힌 그 소리.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이제 와서 무슨 타자기 타령인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동감한다. IT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에 수동 타자기를 언급한다는 게 생뚱맞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지 묻고 싶다.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 말이다.



    ▲수동 타자기의 추억

    타자기 하면 누구나 이런 장면을 떠올린다. 한 주인공이 타이핑을 하면서 머리를 쥐어뜯다가 종이를 구겨서 휴지통에 던져 버리는 것. 휴지통 주변에는 구겨진 종이들이 널브러져 있다. 실제 겪어 보면 이런 장면에 공감하게 된다.

    타자기의 자판을 누르면 활자가 리본을 때리고 리본에 묻어 있는 잉크가 종이에 도장을 찍듯 글씨가 찍힌다. 물론 전기 따위는 필요없다. 오로지 타이핑하는 사람의 손과 팔의 힘으로만 움직인다. 소리도 시끄럽다. 수동이니 당연히 ‘Delete’ 키도 없다. 오타가 나면 깨끗하게 지우고 다시 치든지,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쳐야 한다. 저장이란 개념은 아예 없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결재 서류를 몇 번이고 다시 치는 일도 허다했다.



    ▲‘타자수’를 아시나요

    당시 화이트칼라의 상징으로 불리던 ‘타자수’. ‘타자수’는 전문 용어가 포함된 어려운 글을 타이핑하고, 복잡한 통계표 작성과 각종 자료의 정리와 복사 등을 담당하면서 중요 업무를 수행했는데, 그 인기가 대단했다. 급수별 타자 자격증도 따야만 취업에 유리하다 보니 타자학원도 많이 있었다. 보편적인 명칭이 ‘주산/부기/타자학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한 시대를 대표했던 타자수라는 직종도 이젠 사라진 직업이 되었고, 타자기 만드는 공장이나 회사도 대부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반가운 친구 vs 골동품

    이달 초 타자기가 도착한 날. 회사 선후배, 동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우와 타자기네! 진짜 신기하다. 이거 되는 건가?”라며 진지하게 살펴보는 동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것을 주로 사용했던 세대는 대부분 정년 은퇴를 했을 테니까. 이제 타자기는 흘러간 시대에나 어울리는 골동품 신세가 된 것이다. 하지만 ‘탁탁’ 하는 소리와 손맛이 주는 아날로그적인 매력으로 아직도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페 게시판에 타이핑한 글자를 사진으로 올려 봤다. 호응이 대단했다. “어디서 구할 수 있나”, “타자기 정말 쳐보고 싶다”, “타자기, 그녀는 잘 살고 있을까”라며 댓글이 상당했다. 심지어 “사진을 보고 잠시나마 추억을 떠올렸다”며 고마워하는 분들도 있었다.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사람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해서인지 사람들은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물론 복고풍이 유행하는 가을이 다가온 것도 있겠지만 7080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도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또 컴퓨터, 스마트폰 등 IT기술의 발달로 빠르고 편리해진 반면 디지털이라는 환경 속에서 과거 같은 감성을 느낄 수 없어 아날로그를 추구하는 이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나는 사실 타자기를 군에 입대하고 나서 처음 접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수동 타자기가 아닌 전자식 타자기였다. 당시 타자기로 각종 공문이나 문서를 작성했는데 정말 욕을 많이 들으면서 배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여유가 생기게 되자 타자기로 편지를 쓰기도 했다. 어느덧 17년 전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타자기는 종이를 끼우는 것부터 자판을 두드리고 줄을 바꾸는 등 뭐 하나 편한 게 없다. 하지만 요란한 타이핑 소리, 종이 끝에 다다르면 ‘띵’ 하며 울리는 종소리가 소음이 아닌 정겨운 노랫소리로 들리는 건 비단 나뿐일까?

    글·사진= 이민영 기자 mylee7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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