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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66) 합천 갈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황강

물빛 하늘 아래 흐르는 풀빛 강물

  • 기사입력 : 2014-07-0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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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군 용주면 성산리 갈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합천읍내와 황강.


    합천군의 중심을 흐르는 합천인의 젖줄 황강(黃江).

    역사의 우여곡절을 다 겪었을 강은 힘든 내색 없이 여전히 쉼없이 흐르고 있다.

    조용히 흐르는 강을 바라보면 쉴 새 없던 시간의 흐름이 멈춘다. 누군들 시가 절로 나오지 않을까. 남명(南溟) 조식(曺植) 선생이 함벽루에서 황강을 보고 시를 읊었듯이.

    ‘남곽자(南郭子)처럼 무아지경에 이르진 못해도/강물은 아득하여 알 수 없구나/뜬구름의 일을 배우고자 하나/오히려 높다란 바람이 흩어 버리네.’

    남명 선생은 함벽루에서 바라본 황강의 아름다운 경치에 도취돼 자신의 학업을 되돌아보지 않았나 싶다.

    동틀 무렵 물안개 자욱하게 피어나는 황강은 신비로움 자체이다. 이 아름다운 광경을 직접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런 운을 잡기는 여간 쉽지 않다. 황강의 물안개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얼굴을 내민다.

    그렇다고 황강은 자신을 보러 오는 손님을 무정하게 외면하지 않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돌아서려는 이들에게 자유로운 춤을 출렁출렁 선사한다.

    황강의 처음과 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명당은 없다. 그나마 용주면 성산리에 갈마산이 있다. 고도가 233m로 정상까지 걸어서 20~30분이면 충분하다. 산 모양이 말처럼 생겼고 황강에서 물을 마시는 형상이라 해 이름 지어진 작은 명산 중 하나이다. 갈마산으로 오르는 길은 여러 곳이 있지만 징검다리를 건너는 코스가 더욱 운치 있다.

    정양레포츠공원에서 길이 200m 정도의 징검다리를 건너면 갈마산 정상으로 가는 입구가 나온다. 정상까지 거리는 900m 정도로 최단거리다. 중간쯤 오르면 합천읍을 휘어감은 황강의 모습이 조금 드러난다. 정상 부근쯤에서 오른쪽 임도로 들어서면 곧바로 확 트인 황강의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30도에 달하는 더위에 땀범벅이 됐지만 굽이굽이 펼쳐진 시원한 비경이 위로가 된다.

    하늘을 머금은 강은 반짝거린다. 머리가 찌릿찌릿할 정도로 눈부시다.

    1백여 리에 이르는 맑은 물과 깨끗한 은빛 백사장길,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주변에 악견산·금성산·허굴산 등 나지막한 산들, 그리고 들판…. 모두가 아름다움에 모자람이 없다.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석양 때 강 위에 길게 뻗는 반짝임이 더 온화하고 강렬하지 않을까 상상을 해본다.

    황강의 ‘황(黃)’은 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설도 있고, 옛 삼가현 황산(黃山)과 관련돼 있다는 견해도 있다. 조선시대 초계에서는 황둔진 또는 황둔강이라고도 했다. 황강은 거창군 고제면 봉계리의 삼봉산 동쪽에서 발원해 북상면 남덕유산에서 내려온 위천천과 거창읍에서 합류되는 청덕면 적포리까지 길이 111㎞이다. 황강은 합천을 들어서면서 강다운 모습을 갖춘다. 적포리에서는 낙동강 본류에 합류한다.

    황강은 강바닥이 둘레보다 높은 천정천(天井川)이었다. 그래서 강변 이쪽저쪽에 기름진 논이 생겨났고, 이는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는 바탕이 됐다. 또 정양늪이나 박실늪·연당지 같은 습지도 많아 다양한 생명을 품고 있다.

    합천 역사에서 황강은 빼놓을 수 없다.

    일제 강점기인 1914년 삼가군과 초계군을 아우르면서 오늘날 합천군이 됐다. 합천읍 일대는 북쪽은 산악으로 막혀 있고 남쪽은 물길이 가로막고 있어 동쪽 또는 서쪽에서 황강을 따라 들어오는 경로 말고는 없었다. 합천이 신라와 가야 사이(500년대), 신라와 백제 사이(600년대), 통일신라 또는 고려와 후백제 사이(900년대)에서 군사 요충지 노릇을 톡톡히 했던 이유이다.

    전국에서 가장 더운 합천에 마주한 황강은 올여름에도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을 변함없이 그려내고 있다.

    소산 문재학 시인의 ‘황강’을 되새겨본다.

    ‘합천의 젖줄/오늘도 쉬임 없이 흐른다. 유리알처럼 맑은 물/뛰놀던 동심에 꿈을 싣고/기나긴 세월을 흘렀다. (…) 수천 년의 역사가/물안개처럼 피어나는 황강/합천인의 기백이 서려 있다. 살길 찾아 고향 떠난/향우들 가슴속에 깊이 뿌리내린/한시도 잊지 못할 강. 황강/꿈속에서 향수를 달래려나(…).’

    ☞가는 길= 합천군 용주면 정양레포츠공원 정문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황강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가 나온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갈마산으로 가는 등산로 안내 표지판이 있다. 제4코스 수변명상길 등산로로 오르면 20~30분 만에 황강의 풍광을 볼 수 있다.

    글= 김호철 기자 keeper@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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