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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43) 논이 사라진다

줄어드는 논 면적만큼 ‘환경정화 기능’도 줄어든다

  • 기사입력 : 2014-07-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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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 ‘米’(미)는 여덟 팔(八)이 위·아래에 위치, 혹자는 이를 벼이삭이 쌀알이 되기까지 88번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건 쌀의 중요성에 대한 방증일 테다.

    그럼에도 논은 30여 년 전에 비해 41.5%가량 감소했다. 산업화와 개발 논리부터 우루과이라운드(UR)·자유무역협정(FTA)의 농산물 시장 개방 압박에 이르기까지

    논이 자신의 공과와 무관하게 위기에 처해 있다. 논의 중요성은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논을 환경·경제적 가치로 이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07년 창원시 대산면 가술리 농지 일원에 계획된 창원일반산업단지 지정안(왼쪽)과 2014년 6월 말 준공된 대산면 가술리의 창원일반산업단지. 논이었던 곳이 도로와 공장용지로 정비돼 있다./경남신문 DB/

    ▲사라지는 논= 도내 논 면적은 지난 1980년 16만7000㏊에서 지난해 9만8000㏊로 6만9000㏊가량 줄었다.

    이는 쌀 재배면적의 감소와 맥을 같이한다. 도내 쌀 재배면적은 같은 기간 15만4000㏊에서 약 7만8000㏊로 절반가량 줄었다. 이는 전국 쌀 재배면적 감소율보다 높은 수치다. 이 기간 전국 쌀 재배면적은 지난 1980년 122만㏊에서 지난해 83만1000㏊로 31.8%가량 감소했다. 반면 농지전용 면적은 2010~2013년 매년 1100㏊를 오르내렸다. 이 같은 배경은 간단히 말해 쌀 공급은 늘고 소비는 줄어든 탓이다.

    쌀 수입 개방 압박, 쌀 의무수입물량(MMA), 1인당 쌀 소비량 감소 등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와 국내 쌀가격 불안으로 인한 시설채소·과수재배 등 타작목 전환 증가가 꼽힌다. 특히 최근 의무수입물량은 뜨거운 감자다. 의무수입물량은 쌀 시장 완전 개방을 유예받는 대신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가로부터 쌀의 수입량을 의무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20만여t에서 올해 40만여t까지 늘었는데, 쌀 관세화 유예기간은 올해 말로 종료된다. 시장 개방의 압력은 늘고 있는 반면,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 2004년 82㎏에서 해마다 줄어 지난해에는 67.2㎏까지 줄었다. 결국 논의 주요 생산품이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농민들이 논을 떠나는 상황이다.

    ▲논의 효용= 논은 수질 정화, 온실효과 완화, 기온 하강 등 환경적 가치가 높다. 아울러 이를 경제적 수치로 환산한 결과도 눈길을 끈다.

    논을 바탕으로 한 벼농사는 수질 정화 기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하수 등으로 오염된 관개수가 논으로 흘러들어올 때 질소의 52.1~66.1%, 인산 26.7~64.9%가량이 정화되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Chemical Oxygen Demand)을 낮춘다. 물의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화학적 산소요구량은 유기물(오염물질)을 산화시키는 산화제(과망간산칼륨 등)의 양에 따라 표기된다.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따른 대기정화 효과도 크다. 쌀은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는데, 이때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616만여t이고 산소 배출량은 487만여t이다.

    흔히 논을 떠올릴 때 먼저 생각나는 고인 물은 ‘증발잠열’(물이 증발할 때 열을 흡수하는 현상) 효과가 뛰어나다. 논은 그 자체로 댐 역할을 하는데, 우리나라 논 전체 저수량인 약 36억t은 춘천댐 저수량의 24배에 달한다. 대량의 저수가 기온 상승으로 인해 증발하며 흡수하는 열은 원유 543만㎘가 연소될 때 나오는 열량과 같다. 또 고인 물의 45%는 지하수로 저장되며 벼농사 기간을 통틀어 지하수 저장량은 약 157억5000만t에 달한다. 이는 소양강댐의 유효저수량 19억t의 8.3배에 해당되는 양이다.

    이들의 경제적 효과는 어떨까? 지난해 경남 도농업기술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화학적 산소요구량 감소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약 6조원, 온실효과 완화로 인한 효과는 2조~6조원, 기온 하강 효과 19조원, 저수 및 홍수조절 기능 1조~2조원, 논물의 지하수 함양기능 6700억원가량이다.

    ▲눈을 뜨고 논을 보자= 흔히 논을 바라보는 시각은 향수에 그친다. 그러나 취약한 국내 곡물 수급안정성을 말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급안정성 문제는 당장 닥칠 문제는 아니지만 대비가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의 ‘식량위기는 올 것인가’(2011) 자료에 따르면 쌀·맥류·콩·옥수수·기타 등 곡물의 완전 자급에 필요한 곡물의 경지면적은 지난 2009년 기준 173만여㏊의 약 1.7배다. 이들 곡물 가운데 쌀의 비중은 86% 수준이다. 무엇보다 농가의 자립기반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

    이를 위해 쌀 산업의 부가가치를 식용·의약·가공·산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식용으로 다이어트 쌀(식이섬유 포함), 키 크는 쌀(아미노산), 미네랄 쌀(칼슘·철분) 등이, 의약품종으로 알코올중독치료쌀(감마아미노낙산), 의료쌀(비타민·예방백신) 등이 있다. 가공쌀은 코팅쌀, 발효쌀, 발아현미 등이 있고, 산업 품종으로는 우리술전용쌀(막걸리 재료), 화장품쌀(미백·항산화 효과) 등도 같은 맥락의 상품이다.

    여기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산·학·연 협력체계 구축과 시장개발을 위한 저개발 국가 원조 아이템 활용 등이 뒤따라야 한다.

    백상훈 경남도농업기술원 주무관은 “논은 식량 안보, 정수 및 담수 기능과 효과 등 다원적 측면에서 이용 가능하다”며 “쌀 소비가 줄고 있으니 논도 줄어드는 것이 맞다는 경제적 접근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의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정성 경상대 농학과 교수는 “쌀 등 식량자급량은 계속 감소할 전망이며 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며 “최소한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며 보조금 및 친환경 농업 확대 등 정부 차원의 농가지원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섭 기자 sun@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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