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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역마살(驛馬殺)

  • 기사입력 : 2014-06-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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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마살(驛馬殺)의 띠(年)로는 원숭이(申), 범(寅), 뱀(巳), 돼지(亥)이며, 사주 네 기둥 어디에 이런 글자들이 있어도 역마의 기운이 있다고 본다.

    역마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못하고 계속 밖으로 나돌아 다니게 된다는 것이다. 부귀인의 명 (命)이라면 입신출세하지만, 평인의 명은 바쁘고 분주하며 고생만 하게 된다는 살이기도 하다. 또 역마는 타향 객지를 떠도는 등 주거가 불안정한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직업이 사농공상(士農工商)밖에 없었던 시절에는 역마살이 붙어 있으면 흉(凶)살로 봤다.

    예전에는 타향에서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 동네 본토박이들의 ‘텃세’ 때문에 동네 한복판에는 들어가서 살지도 못하고 동네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외딴집을 짓고 살아야 했다.

    왜냐하면 주로 죄를 지은 사람들, 혹은 정분이 난 사람들이 야반도주해 동네 주민들과는 어울리지도 못하고 주막이나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역마살이 있으면 이런 경우도 ‘경험해 본다’라고 했으니 큰 흉살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외교관, 무역업, 유통업, 운수업 등의 업종을 말하고, 외국여행이나 국내 원행도 역마로 보니 역마 하나쯤은 있어야 돈이 된다.

    요즘 귀농이나 귀촌을 생각하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명퇴의 나이가 점점 낮아지고 있고, 소위 웰빙이라 해서 건강한 삶을 살아보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 복잡한 도시생활을 접고 시골에서 터를 잡아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시골 인심이 그리 만만한 것만은 아니다. 아직도 텃세 때문에 시골생활을 하러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擇里志)’에서 주택지의 입지조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사람이 살 곳을 택할 때는 처음에는 지리(地理)를 살펴보고, 그다음에는 생리(生利), 인심 (人心), 산수(山水)를 돌아보라. 이 네 가지 요소 가운데 한 가지만 없어도 살기 좋은 곳은 못된다. 지리가 아름답고 생리가 좋지 못하면 오래 살 곳이 못되고, 생리가 좋고 지리가 좋지 못하면 역시 오래 살 곳이 못된다. 또 생리와 지리가 모두 좋다 해도 인심이 좋지 못하면 반드시 후회함이 있을 것이고, 근처에 아름다운 산수가 없으면 맑은 정서를 가질 수 없다”고 했다.

    시골에서 살아보려고 터를 구입하고 토목공사를 마친 퇴직 공무원인 K씨는 노을이 지는 저녁이면 텃밭에서 나는 푸성귀를 뜯어다가 삼겹살을 구워 동네 주민들과 형님 동생하면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꿈을 꾸었다.

    그래서 땅을 구입하자마자 이웃들과 잘 지내보겠다고 근처 식당에서 조촐한 저녁파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주민들의 ‘텃세’로 그 꿈을 접어야만 했다.

    그래서 요즘은 택리지에서 말하는 조건 중에서도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할 것은 인심(人心)이라고 본다.

    흔히 말하는 공기 좋고, 물 맑고 경치 좋은 곳은 웬만한 시골이면 도시보다 낫다. 그러니 요즘은 동네사람들의 인심이 행복과 불행을 좌우한다.

    시골에 들어가서 살려고 마음먹었다는 것은 행·불행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마음 편히 살아보겠다는 것이기도 한데, 아직도 소위 ‘들어온 놈’ 취급을 해서야 어찌 동네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겠는가. 따뜻한 배려가 필요한 때다.

    역학연구가·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 263-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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