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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56) 양산 임경대에서 굽어보는 낙동강

늠실늠실 강물 곁, 뾰족뾰족 봉우리

  • 기사입력 : 2014-04-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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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산시 원동면 화제리 임경대 정자에서 바라본 낙동강.


    ‘안개 낀 봉우리 뾰족뾰족 물은 늠실늠실, 거울 속 인가가 푸른 봉우리 마주했네. 외로운 배바람 가득 안고 어디 가나, 날던 새 별안간 자취 없이 아득하네.(烟巒簇簇水溶溶 鏡裏人家對碧峰 何處孤帆飽風去 瞥然飛鳥杳無終-연만족족수용용 경리인가대벽봉 하처고범포풍거 별연비조묘무종.)’

    ‘황산강(黃山江) 임경대에서’라는 제하의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856∼?)이 쓴 시(詩)다. 이처럼 최치원의 발자취를 따라가면 자연히 임경대를 만나게 된다.

    고운 또는 해운(海雲)이 자(字)인 최치원은 12살에 당나라에 유학가 18살에 당 과거에 급제하고 당나라에서 승무랑시어상내공봉 등의 벼슬자리를 지냈고, 중국 남방을 소란케 했던 황소의 난을 격문 하나로 토벌하는 등 많은 공을 세웠다.

    29세에 신라로 돌아와 국운이 기울어가는 신라를 중흥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골품제의 개혁과 과거제의 실시 등의 내용이 담긴 시무(時務) 10조를 진성여왕에게 바쳤다.

    그러나 자신이 제안한 정책이 시행되지 않자 벼슬을 버리고 자신의 자처럼 외로운 구름(孤雲)이 되어 신라 전국을 유람하게 됐다.

    그는 유람길에서 자신의 자를 딴 부산 해운대, 거창 수승대, 합천의 백운동 여러 곳에 유적을 남겼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낙동강을 끼고 있는 양산의 임경대이다. 그의 자를 빌려 임경대를 고운대 또는 최공대라고도 한다. 양산 물금에서 지방도 1022호를 따라 원동면 화제 방면으로 가다 보면 물금과 원동의 경계지점 왼편에 임경대라는 육각의 정자와 소공원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이 실제 임경대 위치는 아니지만 양산시가 최근 오가는 이의 쉼터로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는 경치는 하루 내내 시간과 관계없이 보는 이의 넋을 뺄 정도로 일품이다. 특히 해질 녘 경치는 쓸쓸함과 안타까움을 더해 지나는 이의 발길을 잡는다. 여름철 해질 녘이면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아베크족들이 찾아 사진도 찍고 사랑도 키우고 인생도 설계하는 곳이다.

    실제 임경대 위치는 이 정자로부터 200여m 남쪽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사람들은 임경대의 정확한 위치를 탓하지 않는다. 정자 주변에서 낙동강을 내려다보는 풍광의 아름다움에 만족할 뿐이다.

    고운이 임경대의 아름다움을 시로 노래한 이후 이황, 허적, 김효원 등 당대의 유명한 시인묵객들이 임경대를 다녀갔다고 전한다.

    치암 남경희(1748∼1812)의 ‘임경대에서 숙박하고’와 묵헌 박천수(1869∼1951)의 ‘임경대의 이로재에서 밤에 이야기하다’라는 시가 그것을 증명한다.

    이것들로 1900년대 중반까지 임경대는 회자되고 이곳의 경치를 보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임경대라 불리는 자리에서 보이는 경치도 아름답기 그지없는데, 원래의 임경대 자리는 낙동강 쪽으로 돌출된 곳에 자리해 그 자리에 올라서면 동쪽에서 서쪽까지 한눈에 다 볼 수 있는, 분명 지금의 장소보다 경관이 더 좋은 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눈에 걸리는 건물과 교량 등 구조물이 당시에는 없어 그야말로 마음을 씻어주는 산수화 같은 자연풍광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로 지금의 임경대에서 원동쪽(지방도 1022호)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에 한라콘크리트 양산영업소가 있는데, 이곳을 지나 오봉산을 오르다 보면 또 다른 임경대가 나온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으니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은 더 아름답고 또 다른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곳은 후대에 경주최씨 문중에서 명명한 곳으로 원래의 임경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현재 양산시가 용화사에서 진입하는 산책로 개설 등 ‘임경대 복원 2차 사업’을 하고 있어 내년이면 낙동강 자전거길에서도 임경대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을 벗하고 있는 임경대의 주변에는 추가로 보고 먹고 즐길 것들이 많다. 지방도 1022호를 따라가면 이들 명소와 먹거리 등을 만날 수 있다.

    매년 봄 벚꽃이 장관인 원동역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12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로 선정돼 사진작가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향토자원 베스트 30선에 선정돼 있는 원동매화거리는 100농가가 매실 농사를 짓고 있고, 매년 3월 중순께 양산 원동 매화축제를 연다. 매화 천지로 그야말로 장관이고 가족 단위 추억만들기로 15만명 정도가 찾아 주차장 등이 북새통이 된다.

    가야진 용신제를 지내는 용당리 가야진사 앞 낙동강변에서는 낙동강 해넘이를 볼 수 있다. 가야진사 정비 때 강변에 데크를 설치해 접근하기 좋다.

    대한불교 조계종 통도사 말사인 신흥사도 임경대 인근에 있다. 원동 원리 삼거리에서 배내골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 15분 정도 가면 오른 쪽에 신흥사로 들어서는 길이 나온다. 301년(신라 기림왕 4년)에 창건됐다고 하며 대웅전 벽화가 보물로 지정돼 있다.

    양산과 삼랑진과 경계지점에는 양산의 명산 중 하나인 천태산(631)이 자리하고 있다. 이 산자락을 끼고 도는 길은 옛날 관문이었던 삼랑진의 작원관을 지나 서울로 이어지는 중요한 교통로로,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높다.

    함포·내포 일원은 청정미나리로 유명하다. 주말이면 미나리를 맛보기 위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부터는 3월 중에 원동 미나리축제를 할 예정이다. 4.7㏊에 13농가가 지하수를 이용한 일명 밭미나리를 재배하고 있다.

    글·사진= 김석호 기자 shkim18@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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