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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31) 기후변화 취약식물

점점 더워지는 한반도에서 우리를 지켜주세요
우리나라 평균기온 지난 100년간 1.5℃↑
지리산 구상나무 등 멸종위기종 많아져

  • 기사입력 : 2014-04-0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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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개느삼
    둥근잎꿩의비름
    개족도리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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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수목원의 유전자보존원.


    올해는 유난히 벚꽃이 일찍 피었다. 전국의 벚꽃이 일제히 봉우리를 터뜨려 축제 관계자들은 부랴부랴 행사를 앞당겼고, 상춘객들은 종종걸음을 쳤다. 기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약 1.5℃ 상승했다. 이상기후가 나타나면 다른 식물들의 생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각자 터를 잡고 자라던 식물들의 서식지가 이동할 뿐만 아니라 우리 땅에서 뿌리내리던 식물들이 점차 사라질 수도 있다. 자생지에서 한 번 사라지면 다시는 되돌리기 힘들다. 우리의 중요한 생물자원을 잃는 일, 막을 수 없을까?


    ◆사라져가는 지리산 구상나무

    도내에도 기후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식물들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지리산 구상나무다. 구상나무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자생하는 나무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멸종위기종이다. 소나무과에 속하는 구상나무는 지리산과 한라산, 덕유산 등 고산지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기후 상승 등의 이유로 점차 분포가 줄면서 한라산과 지리산의 구상나무 보존에 비상이 걸렸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리산 1000m 고도 이상 지역의 구상나무 군락은 1981년 262㏊에서 2007년 216㏊로 약 18%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위기를 맞은 지리산 구상나무를 위해 지난 2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국립공원관리공단, 경상남도산림환경연구원, 금원산산림자원관리소, 경상대학교, 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참여해 ‘지리산 구상나무 복원을 위한 협의회’를 열었다. 이들은 향후 5년간 구상나무의 생육에 적합한 곳을 찾아 묘목을 길러내 추후 구상나무 쇠퇴가 심해지면 심을 예정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과 장경환 연구관은 “구상나무가 지리산 국립공원에 자생하는 데다 고산 수종이라 해발 800m 이상에 있는 금원산 산림자원관리소에 생육할 필요가 있는 등 여러 기관의 도움이 필요해 협약을 맺었으며, 내년부터 산림과학원에서는 지리산 구상나무의 생육환경, 쇠퇴 원인 등을 밝히는 5년간의 연구를 시작할 것이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취약 산림식물종

    구상나무는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은 아니다. 개체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자생지가 적고 해발 1000m 이상에서만 자라고 있는 등 기후의 변화에 따라 급격히 사라질 수 있는 위험에 놓여 있는 식물인 만큼 이러한 식물들은 보호가 필요하다.

    국립수목원은 평균기온이 1℃ 상승하면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한대성 식물은 북쪽으로 약 150㎞, 고도는 위쪽으로 약 150m 이동한다고 보고 있다. 적응력이 뛰어난 일부 식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식물이 기후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 오승환 연구관은 “야생식물은 대부분 최고 온도가 변했을 때 죽는다. 특히 온난화가 진행돼 가뭄이 오는 것과 같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가는 최고온도가 계속되면 그 이상을 버티지 못하는 식물들은 한꺼번에 죽어버린다”며 “좀 더 고도가 높은 곳에 있던 식물이 살아남겠지만 결국엔 식물이 기후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가만히 두면 멸종하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립수목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산림생태계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 보고 2009년부터 공립수목원과 기후변화에 취약한 식물들을 보전하기 위해 한반도 기후변화 적응 대상식물 300여 종을 정했다. 2010년에는 300종을 기준으로 이 중에서도 기후변화에 더욱 민감하고 희귀한 100종(북방계 63, 남방계 37종)을 ‘기후변화 취약 산림식물종(이하 기후취약종)’으로 지정했다. 구상나무도 여기에 속한다. 50종은 추가로 ‘관심종’으로 정했다.

    국립수목원은 공립수목원과 함께 기후취약종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기후변화에 대한 식물의 반응을 보고 있다. 또한 이 취약종들을 수집하고 증식시키는 일도 하고 있다. 산림청은 수십 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자료를 축적하면 산림의 분포와 이동, 쇠퇴 등 미세변화를 감지해 환경과 산림생태계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수목원의 증식·보전시설

    진주시 이반성면 대천리에 있는 경남도 수목원.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이 수목원에 핀 봄꽃과 파릇한 잎이 돋은 나무들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58만㎡에 달하는 넓은 수목원 중 남쪽 상부에는 일반인들은 들어가지 못하는 숨은 곳이 있다. 경상남도 산림환경연구원(이하 연구원)이 멸종 위기에 놓인 식물들과 도내 특산식물들을 관리하는 꼭 필요한 곳이다. 바로 기후취약종, 희귀·특산식물과 같이 보전을 위해 수집해 온 식물들을 기르는 ‘유전자보존원’과 ‘증식온실’이다.

    야외에 있는 2만4900㎡ 넓이의 유전자보존원은 직사각형으로 질러진 네모난 땅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수종마다 크기가 다른 직사각형 안에는 나무가 한 그루씩 심겨 있거나 작은 풀들이 돋아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직사각형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어 차를 타고 둘러봐야 할 정도로 넓다. 700여 종 1100여 본이 여기에 있다. 500여 종 8000여 본이 있는 증식온실 3개 동은 증식을 위해 뿌리를 나누는 등 작업을 하거나 작고 어린 식물들을 기르는 곳이다.

    어린 구상나무 묘목을 이 안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연구원은 전국의 국·공립 수목원과 함께 ‘기후변화 취약 산림식물종 적응 연구사업’과 ‘희귀·특산신물 인프라 구축사업’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둥근잎꿩의비름 등 기후변화 취약종 37종과 관심종 39종, 일반종 30종 등 모두 106종을 매주 모니터링하고 있다.

    연구원 산림연구과 신재성 주무관은 “모니터링을 위해 매주 천왕봉에 오르는 등 도내 곳곳을 다니며 기후변화 취약종과 희귀·특산종을 관리하고 보전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연내 수목원에 증식·보전시설을 늘려 우리 지역 식물들을 가꿀 예정이다”고 밝혔다.


    글=이슬기 기자·사진=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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