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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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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세상을 조종하는 또 하나의 눈- 이승윤(경남테크노파크 지원단장)

스마트폰·CCTV 등 빠르게 변하는 문명에 반기 들고 싶은 건…

  • 기사입력 : 2014-03-2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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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을 길거리에 갖다 대면, 건물명, 상가 이름들, 건축 연도, 식당 안의 메뉴 등의 정보들이 대상 옆에 붙어 나온다. 혁명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편리해 보이지만 거부감이 든다. 가상현실이 아닌 증강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가상현실은 자신과 배경·환경 모두 현실이 아닌 가상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데 반해, 증강현실은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감각을 통해 ‘각자의 세상’을 인식해 그걸 바탕으로 느끼고 사고한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넓은 의미의 ‘증강 현실’에서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각자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이해의 깊이에 따라 똑같은 대상을 보고도 ‘볼 수 있는’ 것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고 신문을 봐서 지식이 늘어나 더 많은 걸 볼 수 있는 건 괜찮고, 왜 ‘구글 글래스(증강현실 모니터 역할 안경)’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거부감이 들까?

    무엇보다도 그것이 비인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구글 글래스로 보는 세상은 진짜가 아니다. 우리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도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왜곡된 세상이다. 우리의 눈에다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바라보는 세상은 왜곡의 왜곡이 일어난 ‘가짜’다. 인간이 점점 더 기계에 종속될 것이고, 기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될 것이다. 온라인 네트워킹이 활성화된들, 거기서 살아가는 인간은 공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컴퓨터가 더욱 발달하게 되면 인간의 사고 수준까지 가게 될 것이다. 인간의 뇌가 따로 활동한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컴퓨터가 현재로선 포털에서 수집한 빅데이터 자료를 이용해 사물들을 조절하게 되는데 마치 이 사물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하여 인간이 단순하게만 사고한 것에서 몇 배나 더 폭발적인 효과가 일어나서 인간이 오히려 당황하게 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나의 정보가 만들어져서 여기저기 살아있을 수도 있다.

    몇 년 전에 감상한 영화 한 편을 기억해본다. 평범한 주인공 청년의 통장에 의문의 현금이 입금된다. 집에는 각종 무기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여러 개의 여권들이 배달돼 있다. 그리고 걸려온 전화의 차가운 목소리는 “30초 후, FBI가 닥칠 테니, 도망갈 것”을 명령한다. 결국 테러리스트로 몰리게 된 청년은 FBI의 추격전에서, 아들의 목숨을 담보로 전화 지시에 따르고 있는, 같은 처지의 여주인공을 만나게 되고, 이 둘은 거대한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휴대폰, 현금지급기, CCTV, 교통안내 LED사인보드, 신호등 등 그들 주변의 전자장치와 시스템이 그들의 행동을 조종한다. 그들은 선택됐고, 살기 위해선 복종해야 한다. 과연 그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세상을 조종하는 또 하나의 눈이 있다는 영화 내용이다. 이들을 조종하는 것은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진 슈퍼컴퓨터다. 단순히 컴퓨터라고 표현하기엔 부족할 정도로 두려운 존재다.

    인간이 이 세상에 출몰한 지는 학자마다 주장이 다르지만 약 몇 십만 년 전이라고 알고 있다. 지금 우리는 문화적 변혁기의 최고로 짧은 주기로 살아가고 있다. 몇 십만 년 동안의 변화보다 최근 10년이 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얘기다. 즉 전기가 발견되고 나서의 삶과 각종 백신이 발견되고 난 후, 그리고 인터넷이 만들어지고 난 후의 우리의 삶은 몇 십만 년 동안의 변화보다 최근 3년이 강도가 세다는 의미다.

    방향을 틀어야 되겠다. 세상의 흐름이 이렇더라도 난 오늘날 자식을 위해 동요를 작곡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밥상에 올릴 나물 반찬을 위해서 하루 종일 수고하고 싶다. 따뜻한 봄날에 뜰 앞에서 나른한 고양이처럼 졸고 싶다. 느리게 살고 싶은 것이다. 찰나적으로 변하는 문명에 반기를 들고 싶은 것이다.

    빨리 늙고 싶지 않아서다.

    이승윤 경남테크노파크 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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