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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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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경남연극제 미리보기

널 만날 생각에 가슴이 뛴다
너 때문에 웃겠지
너 때문에 울겠지

  • 기사입력 : 2014-03-17 15: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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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2회 경상남도연극제가 오는 24일부터 내달 1일까지 9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연극, 그 자유로운 인생의 뿌리'를 슬로건으로 내건 올해 경남연극제는 거창군과 (사)한국연극협회 거창군지부 주관으로 거창문화센터와 거창문화원 상살미홀에서 열린다. 이번 연극제에는 창원지부의 3개 극단을 비롯해 12개 지부 14개 극단이 참가, 겨우내 준비한 열정의 결정체를 무대에 올린다. 도내 전체 13개 지부 중 함양 1개 지부만 불참, "전국연극제 수상보다 경남연극제 관문을 뚫기가 더 힘들다"는 연극계 넋두리가 실감 날 정도로 치열한 경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거창 극단 입체 '오월의 석류'(24일 오후 3시 거창문화센터)
     양수근 작, 조매정 연출. 5·18 민주화 운동 이후 30년이 지난 어느 날 순심과 순영, 두 자매는 어머니 제사상을 준비하며 5·18 당시를 회상한다. 고등학생이던 남동생 순철은 시민군에 합세해 총을 잡고 진압군에 대항하다 끔찍하게 살육되는 죽음의 현장을 목격한다. 혼이 나간 짐승처럼 총을 쏘며 저항하는 순철은 공수부대 군인에게 뽷기다 집으로 도망쳐 와 옥상의 석류나무에 숨는다. 그 와중에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어머니는 불구가 된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주체할 수 없는 심리적 상흔에 가족관계는 황폐해지고 뿔뿔히 흩어진다. 5·18을 소재로 인간의 순수성이 야만적인 탐욕에 어떻게 훼손되어 가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해 극단 번작이 '택시'(25일 오후 3시 거창문화센터)
     조증윤 작·연출. '택시!' 소리는 하나인데 택시 문고리를 잡은 사람은 세 명. 양보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모두에게 다 있다. 그렇에 아침부터 바쁜 택시는 이상한 여자를 태우고, 어처구니 없는 사람을 태우고, 미터기의 요금에 두려운 꿈을 태우고, 희망 목록의 욕망을 태우고 달린다. 3.3㎡도 안 되는 좁은 공간, 택시는 타는 순간부터 목적지까지 공동의 운명체가 되는 곳. 미터기의 요금으로 환산되는 값어치보다 더 많은 비용의 감정노동 비용이 들고 여러 가지 핑계와 일탈, 기이한 인연들이 수많은 이야기를 생산하는 스토리 공장이다. 택시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에피소드를 삶의 희망으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있다.

    ◆진해 극단 고도 '그날이 오면'(26일 오후 3시 거창문화센터)
     유병철 작·연출. 박동영, 이선무, 이은경, 김소정, 박인희, 김위영 출연. 강원도 문등리는 현재 DMZ(비무장지대)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한국전쟁 직전 문등리에서 인민군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남쪽으로 탈출한 한명길. 열흘이면 고향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어느덧 60년의 세월이 흘렀다. 전쟁 중 고아가 된 문등을 아들로 입양해 살지만 매번 이산가족 상봉자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그의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깊어만 간다. 그런 아버지의 슬픔을 덜어주기 위해 문등은 한평생을 아버지인 명길을 위해 산다. 통일이 다가옴을 확신한 문등은 아버지를 위해 민통선 지역에 빈 집을 구해 아버지의 고향집을 짓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이산가족의 비극적 상황을 통해 민족 분단의 아픔을 조명하고 있는 작품이다.

    ◆함안 극단 아시랑 '언덕을 넘어서 가자'(26일 오후 7시 거창문화원 상살미홀)
     이만희 작, 손민규 연출. 이규성, 차영우, 김수현 출연. 일흔을 바라보는 노년의 세 친구들이 보여주는 아스라한 첫사랑의 이야기이다. 완애, 자룡, 다혜는 초등학교 동창이다. 무뚝뚝하고 까다로운 성미의 완애는 꽤 값나가는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고물상을 운영하며 매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구두쇠이다.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알 수 없는 철부지 같은 자룡은 친구 완애의 고물상에 얹혀사는 신세이면서도 돈만 생기면 성인오락실로 달려간다. 어린 시절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다혜는 황혼의 나이에도 보험설계사로 뛰어다녀야 하는 팍팍한 삶을 산다. 어느 날 자룡이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져 팔을 다치고, 그를 돌보기 위해 다혜가 고물상에 드나들게 되면서 세 친구는 서로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비록 첫사랑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탄식과 서글픔을 새로운 희망의 출발로 삼고 여행을 떠나는 노년의 세 친구 이야기가 재미와 감동을 자아낸다

    ◆창원 극단 미소 '늙은 날의 초상'(27일 오후 3시 거창문화센터)
     강진순 작. 천영훈 연출. 손미나, 박시우, 윤연경, 고대호, 정다운누리, 주요한, 류혜진 출연. 자식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황혼의 세 할머니가 주인공. 재산을 모두 정리해 자식에게 주고 불편한 한집 살림을 살고 있는 순덕, 재혼한 남편과 사별하고 제 자식처럼 키운 아들 딸에게 재산을 모두 뺏기고 내쫓긴 금봉, 혼자돼 힘들게 키운 딸이 자신의 운명을 대물림하는 것 같아 힘들어 하는 거북. 그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식들과의 관계를 회복해 나간다. 멋쟁이 할아버지 창수를 만나 여자로서의 가치를 찾아가는 순덕, 남편이 몰래 남겨준 재산을 통해 자식들과의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금봉. 그런 금봉을 거둬주고 금봉의 도움을 받아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거북, 그렇게 노년의 이야기들이 행복한 노래처럼 풀어져 간다. 백세시대 노인의 삶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양산 극단 양산 '불꽃의 여자 나혜석'(27일 오후 7시 거창문화원 상살미홀)
     유진월 작, 송진경 연출. 박찬영, 우명희, 김인하, 송진경, 엄지영, 한은영, 이유경, 김시현, 박미나, 김수잔 출연. 한국 최초의 여성화가 나혜석은 외교관이던 김우영과 결혼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며 아내로서의 삶에 갈등을 겪는다. 혼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남편과 구미 유학을 떠난 그녀는 민족의 지도자로 불리는 최린과 연애사건에 휘말린다. 결혼 생활에 파경을 맞게 된 나혜석은 최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여파로 조선에서 매장된다. 재기를 위한 전시회도 실패하고, 승려가 되려던 시도마저 이루지 못한 나혜석은 행려병자의 모습으로 거리에서 생을 마감한다. 100년 전 봉건의 벽에 맞서며 불꽃처럼 살다 간 신여성 나혜석의 일대기를 극화했다.

    ◆진주 극단 현장 '팔베개의 노래'(28일 오후 3시 거창문화센터)
     백하룡 작, 고능석 연출. 최동석, 박진희, 김도영 출연. 시인 김소월과 진주 기생 채란의 이야기를 담았다. 도쿄대 상대를 다니다 1923년 관동대지진의 참상을 겪고 도망치다시피 귀국해 술과 여자, 아편으로 점철하는 삶을 사는 소월은 영변의 어느 색주가에서 떠돌이 기생 채란을 만난다. 두 사람 모두 돌아갈 고향이나 집 따위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야기는 길 위에서 시작하고 길 위에서 끝난다. 어디 한곳 머무르지 못하고 떠돌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서로의 팔베개에 의지하고 싶지만 그런 사랑조차 하룻밤이면 무너져 내릴 것이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 꽃'(1952)에 실린 '팔베개의 노래조'를 스토리텔링화해 만든 작품이다.

    ◆김해 극단 이루마 '오래된 이야기'(28일 오후 7시 거창문화원 상살미홀)
     김정숙 작, 이삼우 각색, 이정유 연출. 정주연, 김진옥, 최나연, 정으뜸, 최호정 이재형 출연. 모든 곳이 어두워질 시각에 환한 불이 켜지고 영업을 시작하는 사창가. 사창가에 오기엔 순진해 보이는 윤희, 대학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로 이곳을 드나드는 화영, 언제 흘러들어왔는지 기억도 없이 술에 의지하는 사라. 그곳에 도망갔던 춘자가 삼촌의 손에 이끌려 들어와 간신히 사라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은 화영과 춘자는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화영의 방에서는 몰래카메라가 발견된다. 이 네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목적 없이 부평초 인생을 살면서 부서지고 깨져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거제 극단 예도 '그 사람이 있었습니다'(29일 오후 3시 거창문화센터)
     이선경 작, 이삼우 연출. 진애숙, 황지영, 이삼우, 송대영, 김현수, 백연화, 이상희, 서성화, 한재호 출연. 거제의 한 극단, 연습 중 연출 진석은 단원들과 언쟁을 벌이게 되고 극단의 막내는 진석이 오랫동안 극단을 떠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하다. 곧 코러스들에 의해 지난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학 연극동아리에서 만난 은수를 좋아하는 진석. 그러나 연출 선배와 사귀던 은수에게 한마디 고백도 못하고, 연출 선배와 헤어진 은수가 그를 그리워하는 것을 보고 속앓이만 한다. 해병대 입대 후 휴가를 나와서도 은수 주변을 맴돌고, 결국 전역 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은수와 연인이 된다. 그런 진석에게 은수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이유가 생기게 된다. 합천의 남자와 광주의 딸을 주인공으로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시대적 아픔을 넘어 지금 현재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를 되묻는다.

    ◆사천 극단 장자번덕 '남도'(29일 오후 7시 거창문화원 상살미홀)
     박상륭 작, 이훈호 연출. 이훈호, 박순연, 김성훈, 이수정, 이현호 출연. 할배는 갯가에서 초록등 물고기의 다홍색 배때기에 발을 얹고 죽은 갈매기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후 석 달 내내 비가 내린다. 덕산댁 남편이 죽었을 때처럼. 할배는 그것이 죽은 덕산댁의 기별이라 직감하고, 덕산댁과 그 남편을 위해 굿을 하며 메밀꽃 같던 덕산댁을 회상한다. 시집온지 석 달 만에 남편을 여읜 덕산댁은 갯가에서 술장사를 하면서 푼푼히 돈을 모아, 죽은 남편의 넋을 기리는 절을 짓는다. 하지만 낙성식을 끝내고 스스로 그 절을 태워버린다. 절을 태운 다음날 덕산댁이 할배의 배를 타보고 싶다해 밤배를 타고 달빛 속 바다로 나간다. 굿과 극을 결합해 우리 민족의 가난과 사랑, 삶과 죽음에서 비롯된 정한의 원형적 심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밀양 극단 메들리 '연(緣)'(30일 오후 3시 거창문화센터)
     극단 메들리 공동창작, 김은민 연출. 양성태, 이현주, 최은진 양강민, 고승우, 김태리, 황선연, 민규미, 장준호, 임창현, 전미예, 조현준, 오수정 출연. 어릴 적부터 사랑을 키워온 여리와 치경.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세가 기울자 사랑보다는 자신의 꿈을 좇으며 기울어진 가세를 일으키려는 여리는 치경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는 여희. 어느날 여리에 대한 사랑으로 괴로워하던 치경은 취중에 여희를 여리로 착각하고 그녀를 범하게 되고, 여희는 그런 사실을 숨기려 집을 떠난다. 그후 치경의 집 앞에 놓여진 업둥이. 치경은 업둥이의 정체를 눈치 채지만, 이미 여희는 사라지고 여리도 떠나버려 홀로 남겨진다. 릫연릮은 얽히고 설킨 인연을 통해 누군가를 이해하고 추억하는 이야기이다.

    ◆창원 극단 창원예술극단 '용띠 위에 개띠'(30일 오후 7시 거창문화원 상살미홀)
     이만희 작, 이재희 연출. 이재희, 이재은, 김태훈 출연. 76년생 용띠 나용두와 82년생 개띠 지견숙의 이야기. 처음 만남부터 내기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과 삶은 결혼 생활 내내 여전히 내기의 연속이다. 내기를 통해 티격태격하는 이들의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가 돼 버리고 어느새 정(情)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을 대신한다. 진정한 사랑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끊임 없는 노력과 믿음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마산 극단 마산 '청춘극장'(31일 3시 거창문화센터)
     백하룡 작, 최성봉 연출. 구민혁, 안현빈, 추은경, 윤장미, 구채민, 이범훈, 이정유, 진경호, 주성희, 박단비, 하정혜 출연. 1920년대 최고의 무성 영화 변사를 꿈꾸는 청년 필수는 무작정 당대 최고의 변사를 찾아가고 노력 끝에 마침내 꿈을 실현한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필수는 연예계의 화려함 속에서 결혼을 약속한 연인 옥란을 잊어버리고 화류계 여자 미자에게 빠져든다. 조선 제일의 변사로서 승승장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유성영화가 들어오면서 점점 먹고 살기도 힘들어지고 미자에게도 버림 받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필수는 옛 애인 옥란을 찾아간다. 옥란이 벌어다 준 돈으로 생활하던 필수는 미안한 마음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일본 탄광으로 떠난다. 1930년대 무성영화와 함께 하는 '청춘극장'은 화려했던 당시 변사의 일생을 통해 음악과 극적 재미가 풍부한 작품이다.

    ◆통영 극단 벅수골 '사랑, 소리나다'(31일 오후 7시 거창문화원 상살미홀)
     정세혁 작, 장창석 연출. 이규성, 주재희, 장영석, 이상철, 박승규 출연. 외로움에 지쳐 혼자 놀기의 진수인 양말 인형놀이를 하는 남자와 남자에게 상처받아 오르골을 부숴버리는 여자. 한없이 외로운 남자와 상처 받은 여자의 사랑 이야기다. 수줍은 남자의 계속되는 구애와 어수룩한 남자를 외면하지만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는 여자가 만들어내는 사랑 얘기는 보는 이들에게 가슴 따뜻한 사랑, 그 떨림의 순간들을 기억하게 해준다. 대사 없이 의성어와 의태어, 움직임만으로 줄거리를 풀어가는 새로운 형식의 연극 릫넌버벌 씨어터릮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황숙경 기자 hsk8808@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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