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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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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도내 고분군 역사여행

1500년 전 가야의 진실, 이 어딘가에 잠들어 있겠죠

  • 기사입력 : 2014-02-2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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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녕군 창녕읍 교리에 있는 교동고분군(사적 제514호)을 찾은 관광객들이 산책로를 따라 둘러보고 있다.
    김해 대성동 고분군
    함안 말이산 고분군
    송현이가 순장됐던 창녕 송현동 제15호분
    김해 대성동고분 박물관
    고성 송학동 고분군
    창녕 계성고분 이전 복원관
    함안박물관
    창녕박물관
    고성박물관



    나이는 1500살, 이름은 ‘송현이’.

    아니, 나이는 16살이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지난 2009년 첨단과학의 힘을 빌려 부활한 ‘비운의 16세 순장소녀’, 그녀는 1500여 년 전 창녕군 송현동 15호분에 묻혔다.

    영생불멸을 꿈꾸던 주인(왕)을 위해 소녀는 꽃다운 나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가야시대 순장의 풍습에 따른 그녀의 운명이었다.

    하지만 사후세계를 갈망하던 주인의 모습은 도굴꾼들에게 짓밟혔는지 온데간데없고 그녀는 온전한 상태의 인골로 남아 키 152㎝, 허리 21.5인치에 목이 긴 8등신 가야 여인으로 부활한 것이다.

    그리고 이승에서의 못다 이룬 꿈을 조금씩 채워가고 있다.

    2009년 한 해를 빛낸 문화계 인물에 선정됐으며, 창녕 고분군에 ‘송현이길’이 생기는 등 인기 있는 인물이 되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송현이’라는 이름은 송현동 고분군에서 발굴돼 붙여진 이름으로 종아리와 정강이뼈 분석을 통해 무릎을 꿇는 일을 많이 한 것으로 드러나

    주인 곁에서 봉사하던 시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일 그녀를 만나러 창녕 고분군으로 향했다.

    “출상 전날 밤에 우리(순장자) 네 명은 능선 위 각자의 구덩이 앞에서 밤을 새웠죠. 그리고 새벽닭이 울고 들판 가장자리로 해가 떠올랐을 때 그 마지막 날의 해를 향해 두 번 절을 했습니다.”

    창녕박물관에 살고 있는(상설 전시장) 그녀의 모습은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다.

    소설가 김훈은 그의 소설 ‘현의 노래’에서 순장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신분에 맞는 의관과 장신구를 갖춘 순장자들은 왕의 상여가 능선 위로 올라오자 두 번 절하고 그를 맞았다. 그리고 먼저 구덩이 속에 누워 왕의 하관을 맞는다. 군사들이 석실의 돌뚜껑을 덮을 때 쇠나팔이 길게 울렸다.’

    그리고 그녀도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비화가야의 왕들은 창녕 송현동과 교동 등에 묻혔다. 창녕박물관을 품고 있는 교동 고분군은 야트막한 구릉 일대에 무리지어 있는 5~6세기 고분군으로 40여 기가 복원, 정비돼 있다.

    ‘송현이길’을 따라 1500여 년 전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가 않다. 한 걸음 뗄 때마다 가야인의 삶과 애환이 귓전을 때린다. 가야는 2000년 전부터 정치집단을 형성했지만, 신라에 의해 멸망되면서 가야 주체의 역사서를 가지지도 못했다. 우리 손으로 가야사 연구를 시작한 것도 겨우 30년에 불과하다.

    더욱이 1910년대 일본인에 의해 고분들이 훼손되면서 다량의 유물이 사라지는 안타까운 역사도 가지고 있다. 토기류, 금속장신구, 옥류, 철제품 등 다량의 유물이 출토됐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행방이 묘연하다.

    김진숙 문화관광해설사는 “당시 일본인들이 고분을 발굴한다는 미명 아래 많은 유물을 빼돌렸고, 키질까지 하면서 고분에 묻혀 있던 금붙이를 싹쓸이해 갔다”며 “이 시기 조사를 통해 마차 20대와 화차 2량분의 유물이 출토됐다고 전해지나 현재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일부 유물을 제외하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아픈 역사를 담고 또 한 걸음 뗀다. 크고 작은 봉분 사이를 걷는 느낌은 사후세계를 넘나드는 듯 오묘하다. 1호분, 2호분…. 각 봉분마다 주소가 있다. 높이 10m에 달하는 왕릉급 봉분은 하늘에 닿을 듯 우뚝하게 두드러졌다. 창녕에서 가장 큰 고분으로 추정되는 교동 7호분 발굴현장도 눈에 들어온다.

    송현이가 묻혀 있었던 송현동 고분군으로 향했다. 이 고분군은 목마산 기슭에 분포돼 있고 40여 기 정도가 확인된다. 하지만 실제 눈으로 볼 수 있는 고분은 10여 기 정도다.

    송현이가 순장됐던 15호분은 고분군 위쪽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는 창녕읍 시내와 멀리 낙동강 물줄기까지 훤히 내려다보인다. 또 교동 고분군도 오른쪽 언저리로 보인다.

    당시에는 마을 어디서나 이 능들이 뚜렷하게 보였을 것이다. 죽음 이후에도 현세의 삶이 재현된다는 믿음에, 현세에서 부리던 시종들이 죽음 이후에도 자신을 봉양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해져 등장한 것이 순장이다. 신분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인 것이다.

    글= 이종훈 기자 leejh@knnews.co.kr 사진= 성승건 기자 mkseong@knnews.co.kr





    도내 가볼만한 고분군

    경남은 금관가야, 아라가야, 비화가야, 소가야 등 가야시대의 다양한 고분군이 있다. 또 대부분 박물관도 갖추고 있어 자녀와 함께 역사공부를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특히 함안 말이산 고분군과 김해 대성동 고분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창녕에는 송현동·교동 고분군 외에 또 다른 고분군도 있다. 계성면 남쪽 계성천을 낀 주위 야산에 넓게 분포하고 있는 계성 고분군으로 삼국시대 고분이며, 270여 기의 크고 작은 봉분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창녕박물관 야외에는 계성 고분 이전복원관이 있다. 출토유물이 잘 남아 있는 계성지구 2-1호분을 이전 복원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어 고분문화의 이해를 돕고 있다. 돌방을 만들고 그 위로 흙을 덮은 구조인데 무덤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또 창녕 초곡리유적 고려시대 방형구획무덤과 창녕 사창리유적의 청동기시대 무덤, 창녕 영산서리유적 서구(西丘) 15호 석실무덤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에는 선사시대부터 가야시대까지 창녕 지역에서 출토된 고고유물을 중심으로 전시돼 있다. 1층은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로 되어 있으며, 고분 유적에서 출토된 276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지하에는 시청각실이 마련돼 있어 창녕군 관내의 문화유적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시청각자료를 방영하고 있다. 특히 창녕 송현동 15호분 출토 순장인골을 복원한 ‘송현이’가 상설 전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28일까지 임시 휴관이며 1일 개관한다. 소장품은 비화가야(AD 5~6세기경) 유물 240종 706점이 있다.


    ◆김해 대성동 고분군-대성동고분 박물관

    김해 대성동고분군은 금관가야 지배자집단의 공동 묘역이다. 입지조건이 좋은 구릉의 능선부에는 왕묘와 이에 상응하는 지배자의 무덤이, 경사면에는 보다 신분이 낮은 자들의 무덤들이 형성되어 있다. 3~6세기에 해당하는 유구와 유물이 많이 발견됐다. 이는 이 지역이 4~5세기에 번영한 금관가야의 옛 터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구지봉과 회현리조개더미의 중간지점, 수로왕릉의 서북쪽에 위치해 있다. 해발 22.6m의 북에서 남으로 L자형으로 길게 휘어진 낮은 구릉에 형성돼 있다.

    대성동고분 박물관은 대성동고분군에서 4차례의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자료들을 전시, 소개하고 있다. 지상 1층 3개의 전시실에는 도입·개관·고분·교류·문화의 장 5개의 공간을 구분해 전시하고 있다. 주요 전시내용은 예안리고분군 출토 인골을 토대로 복원한 1대 1 크기의 기마, 무사상을 전시하고 있으며, 고대 장례 때의 모습을 고려해 1대 1로 복원한 무덤모형과 유물모형이 있다.


    ◆함안 말이산 고분군-함안 박물관

    함안 말이산 고분군은 아라가야 왕과 지배층의 묘역으로 면적은 52만5221㎡이며, 남북 길이 2.1㎞, 동서 길이 최대 510m에 달한다. 남북으로 뻗어 있는 말이산 주능선과 서쪽으로 낮아지는 작은 능선을 따라 대형 봉분이 분포돼 있으며, 고분 숫자는 직경 20m 이상의 대형 봉분 50여 기와 함께 현재까지 발굴된 고분 224기를 포함해 1000여 기로 추정되고 있다.

    출토된 유물은 아라가야 왕들을 상징하는 각종 무기류, 말 갖춤새, 장신구 등이다. 특히 1992년 마갑총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완전하게 발굴된 말 갑옷(馬甲)은 고구려 고분벽화에 묘사된 것과 같은 말 갖춤새가 완벽한 상태로 출토돼 아라가야가 철을 배경으로 강력한 고대왕국을 형성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함안박물관은 가야읍 도항리에 있는 군립박물관으로 가야 시기의 ‘도항 말산리 고분군’ 일원에서 출토된 말갑옷, 수레바퀴모양 토기, 불꽃무늬토기 등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제1전시실에는 함안의 역사연표와 안라국의 유적, 제2전시실에는 함안지역 고분문화의 변천과정, 제3전시실에는 함안지역에서 활동한 안야, 안라국인들의 무덤 출토유물, 제4전시실에는 불꽃무늬토기와 외래계 토기, 말갑옷, 성산산성 출토 목간 등, 제5전시실에는 함안의 문화재 및 근대역사 연표, 향교와 서원 등에 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고성 송학동 고분군-고성 박물관

    고성 송학동 고분군은 고성읍 송학리에 있는 가야시대의 고분군 유적으로 소가야 지배자 집단의 중심 고분군이다. 원래 10여 기의 대형 봉토분이 제1고분군과 제2고분군으로 나눠져 분포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개간으로 인해 훼손돼 버리고, 원상태나 위치를 파악할 수 없게 돼 있다. 남아 있는 봉토분은 1호분을 중심에 두고, 보다 소형의 봉토분들이 서측에 2기, 동측에 3기 모두 6기가 분포하고 있다. 여기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당시 신라, 백제, 대가야 등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물품들이 이 지역 특유의 소가야 형식 토기들과 같이 나타나고 있고, 특히 송학동 1호 무덤의 무덤방이 붉게 칠해진 특징이 있어 주목되고 있다.

    고성 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의 역사를 소가야의 유적과 유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또한 기획전시 및 특별전시를 통해 고려 및 조선시대 등 고성의 역사 전반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이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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