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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누려라, 일곱 빛깔 즐거움…경륜 100배 즐기기

  • 기사입력 : 2014-02-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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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경륜장에서 선수들이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선수들이 결승선을 앞에 두고 역주하고 있다.


    #. 주말, 회사원 김수근(35) 씨는 싫다는 아내를 졸라 창원경륜장을 찾았다.

    얼마 전 회사 동료들과 한 번 들렀다가 쌓인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고 나니 겨우내 집안에서 갑갑하다는 아내를 데려오고 싶었다. ‘도박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아내와 설전을 벌였지만 일단 한 번 가보자는 간곡한 설득 끝에 길을 나섰다.

    아이까지 데리고 경륜장을 찾아 눈길이 따가울 것 같았지만, 웬걸 객장 내 놀이방은 이미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로 만원이었다. 김 씨는 아내에게 경주방식을 설명하고 3000원을 베팅한 뒤 경주로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7명의 알록달록한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출발대에 섰다. 선수들 앞에는 출발 때 혼잡으로 다칠 것을 우려해 선수들을 끌어주는 선두유도원이 앞에 섰다. 네 바퀴를 이끌어준 선두유도원이 빠지자 선수들은 일제히 거친 숨을 내쉬며 경주로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마지막 여섯 바퀴(2025m)째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서 객장은 사람들의 함성으로 뒤덮인다. 아내는 순식간에 끝난 경주에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알 수 없는 짜릿함을 느꼈다.

    김 씨 가족은 객장 식당에서 추어탕과 돈가스로 점심을 먹고 경륜장 앞 만남의 광장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마음만은 경륜선수’ 흉내를 내본다.



    #. 경륜의 묘미는 직선주로가 아닌 타원형 주로에서 선수끼리 견제하며 달리는 고속 질주에 있다. 달리기만 잘한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선수마다 고유의 전법을 가지고 전략을 세운다. 맨 앞에서 줄곧 달리는 선행형과 중간이나 후미에서 달리다 마지막 순간 튀어나오는 젖히기형, 맨 앞 주자를 따라 다니며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하다 추월하는 추입형, 특정선수만 집중적으로 따라다니다 동반우승을 노리는 마크형 등 다양하다.

    4~5바퀴가량을 같이 도는 선두유도원이 빠지고 본격적인 경쟁이 이뤄지기 때문에 ‘마지막 한 바퀴’에 승부가 갈려 재미를 더한다.

    베팅이 걸리는 경주이기 때문에 정확한 판정이 필수다. 선수들이 시속 70㎞ 속도로 동시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결승선에는 1000/1초 이상을 판단하는 착순판정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경주로 천장에는 360도 회전하는 엔드리스 카메라(Endless Camera)가 경주 처음부터 끝까지 선수를 따라 촬영해 규칙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한다.

    하지만 경륜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돈을 베팅하는 경기인 만큼 도박으로 보는 것과 건전한 여가를 즐기는 레저라는 견해다.

    때문에 경륜공단은 베팅 금액을 제한할 수 있는 개인 전자카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매출액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며 사행성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있다. 객장 내 각종 부대시설을 활용해 가족 레저시설로 애를 쓰고 있다.

    지난해 창원경륜공단에는 63만 명이 입장했다. 50회 152일 동안 경주를 했으니 경주가 열리는 하루 평균 4144명이 입장한 셈이다. 매출액은 4312억 원, 세금은 399억 원을 냈다. 경륜은 매출액의 72%를 적중 고객에게 환급하고, 나머지 28% 가운데 16%는 레저세(10%), 지방교육세(4%), 농어촌특별세(2%)를 내며, 12%는 발매수득금으로 사용된다. 운영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익금을 지방재정과 공익사업에 환원하고 있다.

    경륜이 사행산업이라거나 건전한 레저라는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글=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사진= 성승건 기자 mkseong@knnews.co.kr




    ◆즐기고, 먹고, 체험하고

    경륜장 입장객은 1000원을 내야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은 무료다.

    객장 안에는 아이들을 위한 미끄럼틀과 볼 풀장을 갖춘 놀이방이 있고, 3000권의 도서와 컴퓨터 게임기를 갖춘 놀이시설도 있다. 주말이면 가족나들이를 겸해 찾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한식과 중식, 카페, 분식 등 4개의 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이문을 남기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최상급의 자재만 사용하고 있다.

    객장 내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DVD방을 만들어 놓았고, 사전예약을 통해 운영하는 노래방도 있다. 물론 무료이용이 원칙이다.

    자전거 홍보관에서는 자전거 발달 과정을 볼 수 있는데 나무자건거인 ‘드라이지네’와 금속자전거인 ‘오디너리’, 오늘날 자전거의 원형인 ‘세이프티’ 등이 전시돼 있다. 추억의 자전거 부스에는 막걸리 배달용, 우편배달용 자전거와 ‘짐발이’로 불렸던 쌀 배달용 자전거 등이 있다. 사각바퀴 자전거와 누워서 타는 자전거 등 이색 자전거 체험코너도 인기다.



    ◆베팅은 어떻게

    경륜은 기본적으로 베팅을 하는 곳이다. 경기 방식은 다섯 가지.

    단승식은 1위 선수를 적중시키는 방식으로 적중 확률이 7분의 1, 연승식은 1위와 2위 선수 한 명을 적중시키는 것으로 확률은 7분의 2, 복승식은 1, 2위 선수를 순위에 관계없이 적중시키는 방식으로 확률은 21분의 1, 삼복승식은 1, 2, 3위 선수를 순위에 관계없이 적중시키는 방식으로 확률은 35분의 1, 쌍승식은 1, 2위 선수의 순위를 정확하게 적중시키는 방식으로 확률은 42분의 1이다.

    베팅을 하려면 경주권을 구입해 해당 경륜장과 선택할 경주번호, 선택할 승식, 선수번호, 구입하고 싶은 금액 등 구매표를 작성해야 한다. 고객이 투표하는 동안 배당률이 모니터에 나오는데 최종 배당은 레저세와 발매수득금 등을 공제하고 72%가 환급된다. 베팅은 최소 100원부터 10만 원까지 한정돼 있다.



    ◆선수들 옷은 왜 형형색색일까

    쉽게 구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선수마다 등급이 있다. 1년에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전국 3개 경륜장 출전 성적으로 특선급과 우수급, 선발급 등 3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등급에 따라 수익금이 수억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상의는 출전번호에 따라 하양, 검정,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분홍 순으로 정한다. 하의는 별이 새겨진 옷을 등급에 따라 입는다. 선수들의 경주용 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와 달리 브레이크와 흙받이가 없는,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자전거다. 일반적으로 7~8㎏ 내외의 무게로 모두 국내산 부품을 사용한다.



    ◆지하엔 미로 같은 선수 숙소동 있어요

    경륜은 베팅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선수들 관리는 철저하다.

    창원경륜공단의 경우 경기 시작 전날인 수요일 저녁부터 선수들의 입소를 받는다. 물론 입소 때부터는 일체 외부와 접촉은 할 수 없다. 휴대폰도 반납한다. 경기시간 직전까지도 어느 선수와 맞붙는지도 알 수가 없다.

    창원경륜공단 지하에는 선수들의 숙소가 있다.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고, 취재 등 특별한 경우 사전에 허가를 받고 직원 동행 하에 움직여야 한다. 경륜장을 가로지르는 긴 복도를 따라 미로처럼 가면 숙소 입구가 있다. 숙소 입구에 설치된 유선전화기로 신원이 확인돼야 문을 열어준다. 이곳에는 선수들이 각 방마다 3명이 잘 수 있는 26개의 방과 자체훈련을 할 수 있는 트레이닝실, 노래방과 탁구, 당구대도 마련돼 있다. 사우나시설은 물론 아플 경우를 대비해 의무실도 있다.

    개인 소유 자전거는 입소하면 무조건 검차실에 맡긴다. 자전거 조작 가능성에 대비해서다. 식당은 뷔페식으로 운영하는데 때론 선수들이 요구하는 음식도 만들어준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는 목, 금, 토 3일 동안은 꼼짝없이 숙소동에서 생활해야 한다.



    ◆경륜의 역사

    우리나라에 자전거가 처음 들어온 것은 1896년 처음 도입했다는 설도 있고, 서재필 박사가 독립문 신축현장에 갈 때 처음 탔다고도 전해진다.

    자전거 경주를 경륜으로 발전시킨 나라는 덴마크로 1888년 수도 코페하겐 근교의 오드랍 경기장을 건설하면서다.

    경륜을 현대화하고 발전시킨 것은 일본이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패배감을 불식하고 폐허된 도시 재건을 위해 재원 마련 일환으로 도입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48년 일본 기타큐슈의 고쿠라 경륜장에서 경주방법과 규칙 등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경륜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88서울올림픽 이후 사이클 경기장이던 잠실벨로드로움의 활용과 국민체육진흥기금 조성을 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2006년 국내 최대 규모의 광명 돔 경륜장이 개장했고, 부산은 2003년 각각 문을 열었다.

    창원경륜장은 지난 2000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생긴 돔경기장으로 매주 금, 토, 일 3일 동안 경주가 열린다. 창원경륜장의 경주로 한 바퀴는 333.3m 폭 9.7m 경사로 3~34도다.

    이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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