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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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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23) 경남야생동물센터

야생동물 치료·보호·복원 ‘인간과 공존 환경’ 만든다

  • 기사입력 : 2014-02-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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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야생동물센터 석성훈 진료팀장이 인대가 손상된 매를 치료하고 있다.



    급속한 환경 악화와 서식지 파괴로 야생동물이 사라지고 있다. 나라들마다 고유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 확보경쟁에 나설 정도다.

    야생동물의 서식여건 악화는 궁극적으로 인류의 생존기반을 위협할 것이다. 인간과 야생동물이 효율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진 것이 경남야생동물센터다.


    지난 7일 오후 경상대 수의과대학에 있는 경남야생동물센터 진료동.

    석성훈 진료팀장이 수술실에서 인대 손상으로 입원 중인 매를 치료하고 있다. 오른쪽 날개 팔꿈치 관절을 다쳐 이곳에 들어왔다. 매의 머리 부위에 흡입마취기를 씌우자 발버둥치던 매는 금세 조용해졌다. 붕대를 풀어 상처부위를 소독한 뒤 연고를 바르고 다시 붕대를 감는다. 이 ‘아이’(※이곳에서는 이렇게 부른다)는 지난달 26일 오후 사천시 사천읍 수석리 마을 뒤편 감나무밭에서 발견됐다. 진료 차트도 있다. 매일매일 식사량과 처치내용을 적고 담당자가 사인을 한다. 입원 당시 하루 닭고기 100g도 못 먹던 아이가 지금은 130g을 거뜬히 먹을 정도로 회복됐다.

    옆방에는 독수리 1마리가 입원 중이다. 장거리 비행에다 제대로 못 먹어 탈진한 상태로 이곳에 들어왔다.

    경남야생동물센터는 야생동물들의 대학병원 격으로 도내 유일한 3차 진료기관이다. 야생동물도 인간처럼 3차 진료기관으로 몰린다. 1, 2차 진료기관을 거쳐서 오는 경우도 있지만 바로 이곳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요즘은 겨울철에다 조류독감 여파로 구조 개체수가 줄면서 입원동물은 적었다.

    치료를 마친 동물은 적응훈련을 거쳐 살던 곳으로 돌려보낸다. 방사는 가능하면 구조 당시의 장소로 돌려보내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치료가 길어지면 자신의 구역에서도 적응을 못하거나, 왕따를 당할 수 있어 방사 때는 이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인근 야산에 있는 조류훈련장을 찾았다. 약 200㎡ 규모로 야생 적응과 비행훈련을 하는 곳이다. 한쪽에서 덫에 걸려 다리가 절단된 삵을 만날 수 있었다. 그것도 무려 3마리나. 들어온 지 1년이 넘었다고 하는데,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는 눈치다. 이 아이들은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도 없는 형편이다. 석 팀장은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안 되는 아이들이라 고민스럽다고 했다.

    독수리 10여 마리도 훈련장에 둥지를 튼 지 1년이 넘었다. 1년 전 겨울에 우리나라로 왔다가 탈진해 낙오된 개체들이다.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우리에 갇혀 야생성을 잃을까 걱정이다.

    매는 천연기념물 제323-7호로 멸종위기종 1급이다. 독수리는 천연기념물 제243-1호로 멸종위기종 2급이다. 삵도 멸종위기종 2급이다.

    간혹 반려동물로 키우다 버려진 고슴도치나 이구아나, 공작 등의 구조요청도 들어온다. 이런 동물은 분양하거나 동물원 등에 보내 새 삶을 살도록 해준다.

    석 팀장은 “야생동물을 치료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성공적으로 자연으로 돌려보낼 때 뿌듯함과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장기간의 치료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야생동물이 사망할 때는 허탈하고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도 했다.

    경남야생동물센터는 경남도, 환경부, 경상대학교가 참여해 지난 2008년 설립됐다. 센터는 야생동물을 치료해 회복시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마지막 보루라고 보면 된다. 종복원센터의 기능도 한다. 그동안 야생동물의 조직은행과 유전자원은행을 구축해왔다. 현재까지 938개의 유전자원을 보관하고 있다.

    연성찬 경남야생동물센터장(경상대 수의학과 교수)은 “센터는 생체조직과 유전자 자원 보관으로 야생동물의 복원 및 보전에 이바지한다. 또 조류독감처럼 국가적 재난성 질병 연구기능도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야생동물치료 기관은 1, 2차 진료소와 3차 전문기관이 있다. 1차 진료소는 시군별 주요 동물병원이고, 2차 진료소는 경남도산림환경연구원이다. 구조가 필요한 야생동물 발견시 시군 환경관련 부서나 경남야생동물센터로 전화하면 된다.



    ◆시설 및 구조현황

    경남야생동물센터는 진료동, 입원동, 조류훈련장, 수달방사장, 포유류 재활훈련장, 동물의료원이 있다. 진료동은 야생동물의 접수와 초기진료, 검사를 한다. 이곳에는 진료실과 방사선실, 수술실, 입원실이 있다. 입원동은 포유류 입원실, 소형조류 입원실, 대형조류 입원실을 갖추고 있다. 조류훈련장은 방생 전 야생 적응과 비행능력을 키우는 곳이다. 포유류 재활훈련장은 1300㎡ 규모로 넓은 야산에 펜스를 설치해 야생적응 훈련을 한다. 진료장비는 흡입마취기 등 48종이 있다. 이 외에도 신축한 수의대 동물의료원에서 최신의료장비를 지원받는다.

    센터는 진료팀, 구조치료팀, 재활치료팀, 연구팀, 관리행정팀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수의사는 8명이다.

    구조실적은 2009년 180개체에서 지난해 734개체로 5년 동안 4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구조동물은 포유류 309개체, 조류 421개체다. 이 중 멸종위기종은 70개체, 일반종은 664개체다. 치료 후 조치는 방사 229개체, 폐사 440개체, 계류 17개체, 폐사체 구조는 48개체다.

    최근 5년간 구조 야생동물의 빈도는 △고라니(789회) △너구리(177회) △독수리(142회) △수리부엉이(129회) 등이다. 그 외에도 황조롱이, 백로, 소쩍새, 말똥가리, 왜가리, 멧비둘기, 솔부엉이, 꿩, 삵 등 다양하다.

    구조 유형별로 보면 기아 및 탈진, 알 수 없는 외상, 미아, 교통사고 순이다. 이 외에도 전선·건물과의 충돌, 자연적 사고, 기생충 감염, 올가미, 농약 중독 사고 등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글= 이학수 기자 leehs@knnews.co.kr

    사진= 성승건 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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